사람들은 끊임없이 속도의 한계에 도전해왔다. 1899년 자동차를 이용해 시속 100km/h라는 속도의 한계를 처음으로 넘어선 이래 5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인류는 음속의 벽을 돌파한다. 비록 그 속도의 영역이 다르지만 자전거 역시 끊임없이 ‘더 빠르게’를 외치며 진화해왔고, 이제는 진화의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될 만큼 가볍고 튼튼하고 빠른 자전거들이 자전거 숍에 진열되어 있다.



아마 자전거가 아닌 자동차라면 속도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효율적이고 강력한 엔진을 탑재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자전거의 엔진은 다름 아닌 사람 자신이다. 물론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레이서가 탄다면 그 어떤 자전거라도 빠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빠른 자전거’를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다리를 가진 레이서가 더 빠른 자전거를 탄다면 새로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가볍고 튼튼한 카본소재로 만들어진 자전거 프레임에 촘촘한 기어들이 뭉쳐있는 11단 카세트 스프라켓과 전자제어식 변속기가 장착된 최신형 자전거를 타면, 사람은 오직 자신의 신체가 낼 수 있는 힘만으로도 지금까지 상상할 수 없었던 영역의 스피드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전거를 디자인하는 엔지니어들은 더 빠른 자전거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한다. 그리고 그들이 찾아낸 마지막 수단은 다름 아닌 ‘에어로다이내믹스’다.


 

보이지 않는 공기와의 싸움

에어로다이내믹스, 즉 공기를 다루는 기술이 속도의 한계에 도전하기위한 최후의 방법이라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와 항공기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더 이상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혔을 때 선택하는 공통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고작 ‘자전거’의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에어로다이내믹스를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속 50km/h의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는 시속 50km의 바람을 맞으며 달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자전거의 라이더는 끊임없이 강풍 속을 달리는 것과 같은 상태인 것이다.



오늘날의 자전거는 점점 항공기를 닮아가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항공기 중에도 자전거와 무척 닮은 것이 있는데 바로 가장 단순한 항공기라고 불리는 글라이더(Sailplane)다. 오직 공기의 흐름과 바람에 의존해 하늘을 나는 글라이더는 그 어떤 항공기보다 공기저항에 민감하다. 엔진이 없기 때문에 성능을 높이기위해서는 오로지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공기저항을 줄이는 것 이외의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카본이나 케블라 같은 최신 복합소재를 이용해 극한으로 경량화 하고, 극도로 단순한 구조로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한다.



자전거, 특히 레이스용 로드바이크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최대한 단순한 구조로 효율을 추구하는 자전거다. 그리고 최신의 로드바이크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항공기를 설계할 때 사용하는 각종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자전거에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도입하겠다는 아이디어가 본격적으로 실행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당시의 자전거 바퀴는 32개의 바큇살을 엮어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무게는 무척 가벼웠지만 이것은 다시 말해 64개의 막대가 공기저항을 받으며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퀴가 회전할 때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다면 그만큼 힘의 낭비를 줄일 수 있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레이스용 자전거를 개발하는 여러 메이커들이 공기저항이 작은 바퀴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원반모양의 디스크 휠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바람을 가를 때의 공기저항이 적은 대신에 바람이 살짝 불면 자전거가 휘청거릴 정도로 옆바람에 취약했다. 스페셜라이즈드는 1989년 디스크 휠보다 가벼우면서 컨트롤하기 쉬운 트라이스포크 휠을 만든다. 이 트라이스포크 휠은 당시 최첨단 소재였던 카본과 케블라로 만들어 무척 가벼웠을 뿐 아니라 로드레이스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내구성을 가진 바퀴였다.



90년대에 들어 본격적인 ‘에어로다이내믹스’ 전쟁이 시작된다. 이 전쟁의 불꽃은 유럽에서 시작되었는데, 스코틀랜드 출신의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 그레이엄 오브리(Graeme Obree)는 공기역학적인 자세로 달릴 수 있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당시의 아워레코드(1시간동안 달린 거리를 재는 기록경기) 신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자신이 직접 만든 자전거에 스페셜라이즈드 트라이스포크를 장착하고 세계신기록을 갱신하는데 성공한다.



오브리의 자전거는 당시의 그리고 지금의 시각으로 보아도 파격적이라 할 수 있는 핸들바 위에 완전히 웅크리는 자세로 달리도록 고안되었다. 국제사이클연맹이 오브리의 자전거의 자세가 위험하다고 클레임을 걸자 이번에는 웅크린 자세와는 반대인 슈퍼맨 같은 자세로 달려 신기록을 갱신해나갔다.

무명의 레이서였던 그레이엄 오브리의 성공은 그동안 자전거 업계에서 크게 중요시되지 않았던 에어로다이내믹스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최신형 로드바이크를 개발하기위해 F1 레이스카를 개발하는 연구소와 협력하기도 한다. 이 같은 연구에는 어마어마한 비용과 노력, 시간이 들어가지만 에어로다이내믹스가 적용되면서 자전거는 다시 한 번 새롭게 진화하기 시작한다.


 

‘Time Creator', 시간 단축을 위한 마법

2011년, 스페셜라이즈드가 슈퍼카 메이커이자 F1의 명가인 맥라렌과 함께 레이스용 로드바이크를 개발했다는 소식은 자전거 업계를 뒤흔들었다. 스페셜라이즈드 벤지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전거’를 목표로 개발되었고, 벤지를 탄 마크 카벤디쉬는 레이스 계를 주름잡은 최강의 스프린터로 그 해의 월드챔피언 유니폼의 자리에 오른다.



벤지의 성공 그리고 맥라렌과의 협업이 계기가 된 것이었을까? 스페셜라이즈드는 자전거와 에어로다이내믹스의 융합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결국 스페셜라이즈드는 과감한 투자를 결심하게 되는데, 비록 세계에서 가장 큰 자전거메이커는 아니지만 현재 유일하게 자전거를 위한 에어로다이내믹스를 연구할 수 있는 연구시설인 윈드터널을 갖춘 자전거 메이커가 되었다.



자전거 뿐 아니라 레이서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에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을 더함으로서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 스페셜라이즈드의 믿음이다. 심지어 스페셜라이즈드의 퍼포먼스 로드바이크와 트라이애슬론, 에어로다이내믹스 R&D 담당자 마크 코트는 ‘에어로는 모든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스페셜라이즈드의 모든 제품들은 바람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스페셜라이즈드는 에어로다이내믹스의 결합이 앞으로 자전거에 새로운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한다.
"윈드 터널은 지금까지 전례 없던 수준의 공기 역학 실험을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윈드 터널에서의 실험은 비용적으로 비쌌고 정밀한 검사를 요구했기 때문에 언제나 경기용 레이스 자전거와 장비들 위주로 실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우리는 스페셜라이즈드만의 시설과 설비를 갖추게 됨으로써, 이제는 S-WORKS 로드 라인뿐만 아니라 출퇴근 용 라이프스타일 자전거 또한 실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 윈드 터널을 통해 자전거 출퇴근 중 라이더가 땀을 덜 흘리고 결과적으로 라이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면, 이는 분명 실험의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레이서의 다리털과 스피드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일 수 있는 자전거 메이커가 있을까?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40km의 거리를 달리는 동안 제모 여부에 따라 시간기록을 최대 82초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으니 말이다. 이런 연구결과는 단순한 화제 거리로 끝나지 않는다. 레이서들의 포지션과 바람의 관계를 연구하고, 이런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레이스에서 승리할 수 있게 도울 혁신적인 장비가 개발된다.



스페셜라이즈드는 이러한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자전거와 장비를 가리켜 ‘Time Creator'라고 부른다.  ’시간을 만들어내다‘는 뜻을 담은 이 말은 라이더의 기록을 더욱 단축시켜 승리에 가까워지게 할 새로운 기술에 무척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세상의 모든 사이클리스트는 자신의 한계와 싸우는 도전자다. 가본적 없는 곳까지 더 멀리 달리고 싶고, 더 높이 오르고, 더 빨리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스페셜라이즈드는 지금도 쉬지 않고 이러한 레이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자전거’와 장비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전진하고 있다. 그것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다름 아닌 에어로다이내믹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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