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라 해도 헬멧은 라이딩의 필수품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볍게 달리더라도 시속 20km/h 이상의 속도를 쉽게 낼 수 있는데, 뛰다가 넘어지기만 해도 크게 다치는 우리 몸이 그 이상의 속도로 달리다가 충격을 받았을 때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자전거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고 매년 많은 스포츠브랜드에서 새로운 자전거용 헬멧을 출시한다. 그러나 실제로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주목받으며 전 세계적인 이슈가 되는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신생 브랜드의 신제품이라 해도 기존에 나와 있는 제품과 큰 차이가 없거나, 또는 그 반대로 너무 파격적이어서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POC는 윈터스포츠 쪽에서는 제법 유명한 스웨덴의 레저 스포츠용품 메이커다. 그러나 사이클링 분야에서 POC는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신생 메이커였는데, 기존 메이커들 틈에서 이름을 알리기 위해 프로 사이클링 팀을 후원하기 시작하며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2014년 사이클링 시즌이 시작되고 명문 프로 사이클링 팀인 가민-샤프의 선수들이 동글동글하게 생긴 독특하게 생긴 하늘색 헬멧을 쓰고 등장했을 때 수많은 사이클링 팬들이 깜짝 놀랐는데, 기존의 뾰족하게 생긴 헬멧들과 차별화된 독특한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가진 POC의 헬멧과 고글을 비롯한 사이클링 용품들은 핫이슈가 되며 이름을 알렸다.



프로 사이클링 팀과 선수들은 다양한 자전거 메이커 및 부품, 용품 메이커와 스폰서십을 맺는다. 그러나 스폰서십을 맺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사용하게 될 제품이 얼마나 우수한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프로 사이클링 팀과 선수들은 그야말로 승리를 위해 반칙을 제외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가장 가볍고, 편안하고, 낮은 공기저항으로 레이스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도록 도와줄 그런 헬멧이 아니라면 결코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가민-샤프는 뛰어난 팀워크로 선수집단을 이루어 바람을 가르는 초고속 주행에 강세를 보이는 팀이었다. 0.01초를 다투는 레이스에서 에어로다이내믹스에 목숨을 거는 팀의 선수들이 사용한 헬멧이라는 이유만으로도 POC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에는 충분했다.



가민-샤프는 캐논데일-가민 프로사이클링으로 팀의 이름을 바꿨지만 새롭게 바뀐 연두색 팀 컬러의 POC 헬멧을 쓰고 2015년 프로사이클링 시즌을 시작한다. 프로 레이서를 위해 개발된 제품이지만 ‘레이스 퍼포먼스’를 지향하는 제품인 이상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의 기록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라이드매거진 기자들은 지난 2달간 POC를 대표하는 레이스용 경량 헬멧인 ‘옥탈 AVIP(Octal AVIP)’와 평지 레이스용으로 적합한 공기역학디자인이 적용된 헬멧인 ‘옥탈 에어로 레이스데이(Octal Aero Race day) 헬멧을 착용하고 각종 아마추어 레이스를 비롯한 이벤트 참가와 시승을 진행하며 제품을 테스트했다. 현재의 최신 기술이 적용된 레이스 헬멧이 가져다줄 장점, 그리고 사용자로서 느끼는 부분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Octal AVIP
 

옥탈 AVIP는 POC의 경량 레이스용 헬멧이다. 기존의 날렵하고 뾰족한 사이클링 헬멧과 달리 유선형의 둥근 디자인으로 익스트림 스포츠용 헬멧에 가까운 디자인을 보여준다. 라이더의 이마에서 후두부를 완전히 감싸는 디자인은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지만, 라이더의 두상을 닮은 둥근 유선형은 불필요한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신체 보호 기능에 집중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헬멧의 형태는 달걀을 옆으로 눕혀놓은 듯한 단순한 형태로 다소 투박해 보이지만, 착용하는 순간 보기보다 무척 가벼운 무게에 놀라게 된다. 옥탈 헬멧은 3가지 사이즈가 나오는데 가장 작은 S사이즈가 185g, 가장 큰 L사이즈가 225g으로 초경량 급 헬멧에 필적하는 가벼움을 자랑한다.

헬멧 내부의 패드는 특별한 장단점을 말하기 어려운 일반적인 수준이며, 땀에 젖은 턱 끈이 건조하는 속도는 빠른 편이다. 항균 처리가 되어있다고 하지만 자주 세척하는 것이 좋은데, 패드가 한 세트 더 여벌로 들어있어 교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마음에 든다.



헬멧을 구성하는 EPS 폼의 두께는 상당히 두꺼운 편이다. 일반적으로 헬멧의 폼이 두꺼울수록 충격 흡수 능력이 우수하지만 무게가 무거워지는데, 헬멧 표면 면적의 약 절반정도에 해당하는 커다란 공기구멍을 통해 냉각효율을 높이면서 경량화를 꾀한 것으로 보인다.

뜨거운 여름날, 덥고 갑갑한 헬멧을 벗어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 라이더라면 헬멧의 통기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공감할 것이다. 단순히 구멍만 많이 뚫어놓았다고 해서 헬멧을 착용했을 때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아니다. 헬멧의 앞쪽으로 들어온 공기가 머리의 윗부분을 통과하며 뒤쪽으로 쉽게 빠져나갈 때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헬멧에 얼마나 많은 구멍이 나있는지도 중요하지만, 헬멧 내부에 공기 순환을 위한 통로가 잘 디자인되어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옥탈 AVIP의 헬멧 내부를 살펴보면 라이더의 머리와 직접 닿는 부분의 면적이 좁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두꺼워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머리에 최대한 많은 공기가 닿아 열을 쉽게 식힐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착용감은 국내 시판되고 있는 헬멧 중 최고수준의 통기성과 쾌적함을 보여주는데 특히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 열리는 레이스나 장거리 라이딩이 시 라이더의 체력소모와 정신적인 피로감을 줄이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헬멧이 잘 어울리는 두상에 대해서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머리가 위아래로 길고 갸름한 두상에 잘 어울리는 디자인인데, 사이즈에 맞는 헬멧을 고르려면 사실 머리둘레보다도 머리의 폭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머리의 폭이 넓은 사람의 경우 머리둘레를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한 사이즈 큰 헬멧을 써야 하는데, 이런 사람의 경우 머리에 비해 헬멧이 커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옥탈 AVIP 헬멧의 경우 S, M, L사이즈 헬멧 간의 외형상 크기가 상당히 차이나는 편이다. 모든 라이더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두상 때문에 한 사이즈 큰 헬멧을 쓸 경우 머리에 비해 헬멧이 무척 커 보이는 이른바 ‘버섯돌이’가 될 우려가 있다. 라이드매거진 시승기자의 경우 S사이즈 헬멧을 썼을 때의 외관이 더 잘 어울리지만 M사이즈가 더욱 편안했기 때문에 선택에 많은 고민을 했다. 외관에 신경을 쓰는 라이더라면 반드시 숍에서 직접 착용해보고 헬멧을 구입할 것을 권한다.


 

Octal Aero Race day

옥탈 에어로 레이스데이 헬멧은 기존의 옥탈 헬멧을 베이스로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디자인을 수정한 모델이라 볼 수 있다. 외관은 매끄러운 유선형으로 옥탈 AVIP와 전혀 다르지만, 내부 구조는 완벽히 동일하기 때문에 헬멧의 특성이나 충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능력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옥탈 에어로 레이스데이 헬멧은 중앙의 에어인테이크 하나를 남기고 표면을 완전히 커버로 씌운 덕분에 무게는 옥탈 AVIP보다 조금 더 무겁다. S사이즈의 무게가 215g, M 230g, L 265g로 30~40g 정도가 증가했다. 그러나 다른 경쟁사의 에어로 헬멧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가벼운 편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공기역학적 디자인이 적용된 헬멧을 썼을 때 얼마나 더 빨라질 수 있는지 라이더가 몸으로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 공기저항이 적을수록 레이스에서 유리하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고, 다른 선수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피니쉬라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라도 사용하는 것이 레이서의 숙명이기 때문에 헬멧의 통기성과 무게를 조금 더 희생하고서라도 이같은 헬멧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옥탈 에어로 레이스데이 헬멧은 보기보다 덥지 않다. 앞에서 설명했듯 통기 구멍의 숫자와 크기보다도 헬멧 내부의 공기 흐름이 더욱 중요하다. 헬멧 중앙으로 들어온 공기는 내부를 격자 형태로 나누는 공기의 통로를 따라 흐르며 머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뒤로 배출하게 된다. 반구형의 폼으로 머리를 완전히 감싸는 형태의 기존 에어로 헬멧들 중에는 더운 날 착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답답함을 보여주는 모델도 있었다. 그러나 옥탈 에어로 레이스데이 헬멧은 옥탈 AVIP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일상적인 라이딩에서 사용하더라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통기성을 보여준다.



이번에 소개한 POC 옥탈 AVIP, 옥탈 에어로 레이스데이는 최상급의 레이스용 헬멧으로 기능성만을 본다면 어떤 헬멧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함이 없는 제품이다. POC 옥탈 AVIP와 옥탈 에어로 레이스데이 헬멧의 소비자가격은 각각 29만원, 32만원으로 웬만한 중저가 자전거 한 대 가격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다.

그러나 이 같은 고성능의 장비가 라이딩의 퍼포먼스 향상을 불러온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라이벌과 순위를 다투는 ‘레이스’를 즐기는 동호인에게 POC 옥탈은 안전과 쾌적함, 멋진 스타일을 모두 가져다 줄 멋진 라이딩 동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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