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햇살과 찬바람이 함께하는 복잡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우내 봄이 오기만을 기다려온 아마추어 레이서들이 하나 둘 본격적인 레이스 시즌을 위해 달리기 시작한다. 점점 빠르고 치열해지는 아마추어 레이서들의 경쟁을 위해 한 번이라도 더 페달을 굴리기 위함이다.

새로운 레이스 시즌을 위해 효율적인 트레이닝 방법을 연구하거나, 지난 한 해 동안 함께한 자전거를 정비하며 봄맞이 준비를 해온 라이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라이더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새로운 고성능 로드바이크다.



엘파마는 올해 브랜드의 변신을 예고하며 새로운 BI를 발표함과 동시에 로드바이크 라인업의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기존의 로드바이크 모델보다 레이스지향적인 상위 모델 두 대를 동시에 공개했는데 바로 플래그십 모델인 ‘FR1’과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대거 적용한 모델인 ‘퀀텀’이다.


 

FR1, 올라운더 타입 레이스바이크

최근의 프로 레이스를 살펴보면 선수들이 경기 상황이나 코스에 따라 다른 자전거를 타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TT바를 장착한 타임트라이얼용 자전거를 제하고라도 평지에서는 공기저항을 줄인 에어로(Aero) 타입, 노면이 거칠 때는 승차감이 뛰어난 인듀어런스(Endurance) 타입을, 힐클라임이나 업다운이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올라운더(All Rounder) 타입 로드바이크를 주로 사용한다.

흔히 입문자용 자전거에서는 올라운더 타입이라고 하면 무난하고 평범한 자전거라는 느낌이 묻어난다. 한편으로는 개성 없음을 올라운더라는 말로 포장한 느낌이기에 별로 기분 좋게 다가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레이스바이크를 살펴볼 때 ‘올라운더 타입’이라 함은 무난한 자전거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르막을 오르기 위한 가벼움과 강력한 가속을 뒷받침하는 단단함, 라이더가 계속해서 달릴 수 있도록 하는 편안함,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까지 다양한 요소가 균형을 이루어 레이서가 어떤 상황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핵심전력‘을 이루는 자전거라는 의미다.



올라운더 타입 로드바이크에는 서로 공존하기 어려울 것 같은 레이스의 다양한 요소들을 조화시키기 위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이런 복합적인 성능을 가진 로드바이크를 개발하는 것은 해외의 유명 자전거 메이커라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도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국내 자전거 메이커가 있었으니 바로 엘파마(ELFAMA)다. 엘파마의 새로운 올라운더 플래그십 로드바이크 FR1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가볍고 높은 강성의 프레임

무게와 강성의 기준만으로 로드바이크의 성능을 평가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앞의 두 가지 요소는 필수로, 거기에 에어로다이내믹스와 부드러운 승차감과 같은 성능이 추가로 요구되고 있다. 점점 더 공존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동시에 지닌 로드바이크가 고성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FR1의 프레임은 크게 3K능직* 카본 레이어와 UD카본** 레이어로 이루어진다. 토레이 T800/T700 카본 소재를 사용해 모노코크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내측의 레이어는 프레임 내부의 골격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며, 여러 방향에서 가해지는 지속적인 비틀림과 압축에 강해 카본 레이어 간의 결합력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UUD(Ultimate U.D. C-Fiber Layer)’ 기술이 적용되는 외측은 UD카본 소재를 적재적소에 배열해 동일면적당 더 많은 수의 카본 섬유를 적층하면서 레진 비율을 줄여 프레임의 무게대비 강성을 극대화한다.

* 3K능직 카본 레이어: 카본원사를 3000가닥 단위로 교차시켜 직조한 원단을 적층한 영역
** UD(Unidirectional) 카본 레이어: 원사를 직조하지 않아 한 방향의 결을 이루는 카본소재를 적층한 영역

그 결과 FR1의 프레임은 일반 직조 카본소재 프레임보다 강도와 탄성이 뛰어나면서도 가벼운 무게를 동시에 자랑한다. 라이드매거진 기자들이 실측한 FR1 51사이즈 시승차의 무게는 6.65kg에 불과했다.



프레임에서 동력 전달을 담당하는 주요 부분은 구동계와 접해 있는 ‘시트튜브-BB셸-체인스테이-시트스테이‘로 이루어진 뒷삼각이다. FR1의 BB셸은 강성과 크랭크 호환성이 높은 PF30 규격을 적용하였으며 별도의 어댑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마노용 일체형 비비를 적용하여 기존 대구경 비비셸들이 가진 소음발생 문제와 어댑터 사용으로 인한 힘 손실 문제를 해결하였다.



직선과 두꺼운 면으로만 이루어진 것 같은 FR1이지만, 포크와 시트스테이를 정면으로 보았을 때 살짝 둥근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단단한 프레임을 디자인 할 때 직선의 스트레이트 포크와 시트스테이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FR1의 포크와 시트스테이의 곡선이 과연 어느 정도의 승차감의 개선을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만 이는 올라운더 콘셉트를 위해 한 가지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고심의 흔적으로 보인다.



엘파마 FR1의 프레임과 포크는 최근 국제사이클연맹(UCI)로부터 로드레이스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인증을 받았다. 최근 출시된 FR1의 프레임과 포크에는 UCI의 레이스 적합 인증 로고가 새겨져있다.


 

에어로다이내믹스

FR1을 뒤에서 바라보면 다운튜브와 시트튜브, 시트포스트의 앞부분이 둥글고 뒷부분은 칼로 잘라 놓은 듯 납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것을 캄테일(Kammtail) 디자인이라 부르는데, 비행기 날개의 물방울모양 단면에서 뒷부분을 잘라낸 듯한 형태로 직경이 동일한 원형 튜빙보다 공기저항이 적고, 옆에서 보았을 때 납작한 튜빙보다는 높은 강성과 가벼운 무게를 갖기 때문에 여러 메이커의 다양한 로드바이크에 적용되고 있는 디자인이다.


: FR1의 시트클램프는 프레임 내부로 수납되어 쐐기 방식으로 시트포스트를 고정한다. FR1 전용 시트포스트의 단면이 캄테일 형상을 잘 보여준다.

바람을 직접 맞는 헤드튜브, 포크, 다운튜브, 시트튜브, 시트포스트에 적용된 캄테일 형상과 탑튜브의 논 슬로핑(지면과 수평을 이루는 각도)에 가까운 설계는 올라운더이면서도 공기저항을 최소화해 조금이라도 더 빠른 레이스바이크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시승차인 FR1 F9000에 기본으로 장착된 DT스위스의 ‘RC38 T SPLINE’ 휠세트 또한 뛰어난 힘 전달에 한 몫을 한다. DT SWISS의 SPLINE®기술은 스포크의 장력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로, 휠셋의 반응성과 힘 전달 효율을 극대화시켜 최상의 퍼포먼스를 가능케 한다. 특히 리어 휠의 2크로스 스포크 패턴은 하프래디얼 패턴보다 힘 전달력이 우수하다. (프런트 휠 – 래디얼 방식)


 

커스터마이즈 가능한 부품 구성

FR1 F9000의 구동계는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이 풀세트로 장착된다. 스템과 핸들바는 환타시아 자체 브랜드의 카본 제품이, 안장과 바 테이프 그리고 휠세트는 엘파마가 수입/공급하고 있는 셀레이탈리아와 DT스위스의 제품으로 장착된다.

이처럼 엘파마의 주문자 생산이 가능한 장점을 바탕으로 한 FR1은 ‘커스텀 옵션’을 통해 크랭크 세트의 크기에서부터 스템 길이, 바 테이프 색상, 그리고 휠세트에 이르기까지 동일 브랜드 내에서 다양한 ‘커스텀 바이크’를 선택, 주문할 수 있다.


: FR1의 모든 완성차는 공식 홈페이지의 커스텀 옵션을 통해 나만의 커스텀 바이크를 주문할 수 있다. 이는 자신에게 맞는 사이즈의 스템이나 핸들바를 선택하거나 원하는 스타일의 휠세트를 미리 선택할 수 있는 등, 구입 후 중복 투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FR1은 부품 구성에 따라 F5800(시마노 105)부터 F6800(시마노 울테그라), F6870(시마노 울테그라 Di2), F9000(시마노 듀라에이스)의 4가지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모든 완성차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해당 그룹셋이 풀세트로 장착되며, 셀레이탈리아와 DT스위스의 안장과 휠세트가 장착되어 기본적인 구성이 알차다. 200만 원 대 중반부터 600만 원 대까지 모델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모두 같은 프레임을 사용하기 때문에 각자 자신에게 맞는 가격대의 모델을 선택한다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라도 동일한 FR1 프레임 성능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커스텀 바이크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럼에도 자신만의 개성 강한 로드바이크를 완성하고 싶다면 프레임 세트만 따로 구입가능하다. 프레임, 포크, 시트포스트를 컬러별, 사이즈 별로 모두 구입 가능한 점은 엘파마가 가진 큰 장점이다. 또한 꼭 넘어지지 않더라도 교체할 일이 종종 생기는 디레일러 행어도 파츠로 따로 구비하고 있어 정비 편의성도 높였다.


 

테스트라이드 - MCT 강진투어

이번 시승은 특별히 2015 MCT 강진투어의 레이스 현장에서 직접 달리며 진행했다. 엘파마의 올라운더 타입의 FR1을 테스트하기에 까치내재와 같은 언덕과 레이스 상황에서의 급 코너, 바람이 많이 부는 평지가 포함된 강진대회의 81.4km의 순환 코스는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



경기가 있기 일주일 전부터 시승용 자전거를 받아 몸에 맞도록 피팅을 맞추어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던 터라 큰 무리 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추운 날씨로 인해 몸을 데우기 위해 드롭바 하단을 잡고 강하게 스프린트를 하듯 강하게 흔들어 보았다. 단단하다. 다리에 전해지는 뒤 쪽의 구동부에서의 힘 전달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팔에는 묘하게 휘청이는 느낌이 남는데, 이는 처음 FR1을 받았을 때 눈에 들어오던 둥근 형태로 떨어지는 포크에서 오는 것 같다. 승차감에서는 이점을 가져가지만 강하게 핸들을 밀고 당겨야 할 스프린터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될 것 같다. 이 부분은 조금 더 단단한 스템이나 핸들바를 장착한다면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레이스가 시작되고 바로 등장하는 오르막 구간 까치내재에서 FR1은 제 스타일을 나타냈다. 기본으로 장착된 1300g대의 RC 38 SPLINE T와 FR1 프레임과의 뛰어난 조합은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무게로 인해 경쾌하게 클라이밍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너무 단단하지도 너무 탄력적이지도 않아서 시팅(안장에 앉아서 타는 주법)과 댄싱(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서서 타는 주법) 포지션 모두를 소화하기에 용이했다.



까치내재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내리막과 평지로 이루어진 코스는 코스 중간 중간 코너를 돌면서 시시각각 바람의 방향이 변해 많은 참가자들과 힘을 합쳐 달렸다. 내리막과 맞바람이 부는 구간에서는 바람을 칼같이 가르고 나아가지는 못하지만 바람에 밀린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의 성능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전반적으로 단단함에 초점을 맞춰진 프레임이지만 코스 중간의 과속방지턱이나 노면이 좋지 못한 농로를 달릴 때의 승차감은 제법 괜찮았다. 낮은 무게중심은 평지 주행을 더욱 안정적으로 만들었다.



FR1의 가벼운 무게와 에어로다이내믹스의 밸런스는 동호인 레이스가 펼쳐지는 국내의 도로환경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엘파마 FR1 F9000이라면 바로 레이스에 투입되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엘파마 FR1 F9000 제원

프레임 : FR1 T800/T700 풀 카본
포크 : FR1 PD-FK-02
크랭크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50/34T, 170mm, PF30 프레스핏 타입
시프터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앞 디레일러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브레이즈 온
뒤 디레일러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카세트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11-28T
체인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11단
브레이크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타이어 : 슈발베 원 튜블러, 700X22C
휠세트 : DT스위스 RC38 SPLINE T, 카본 튜블러 타입
스템 : AS-007CF FANTASIA EXT, 31.8, 90mm
핸들바 : X-DH21 ROAD CARBON, 31.8, 420mm
그립 : 셀레 이탈리아 SMOOTAPE 그란폰도, 블랙
헤드셋 : FSA IS-2-138, FR1 전용
안장 : 셀레 이탈리아 SLR KIT Carbonio FLOW, 블랙
시트포스트 : PD-SP02, 레드, FR1 전용
사이즈 : 480, 510, 540, 560
색상 : 매트블랙/로얄레드, 매트블랙/블랙
가격 : 6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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