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가 도심의 교통난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을 때, 일부 자전거 마니아들은 ‘이걸 어떻게 재미있게 갖고 놀 수 있을까?’를 연구했다. 사람의 힘으로만 달리는 자전거의 순수성을 해치는 전기자전거를 좋아하지 않는 스포츠맨들도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오른 다음 신나게 내리막길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전기모터가 제법 매력적인 물건으로 보였을 것이 분명하다.



유럽을 중심으로, 특히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교통수단’으로 전기자전거가 많이 팔린다고 한다. 하지만 거리를 누비는 세단들 사이에서도 스포츠카와 오프로드 비클을 간혹 찾아볼 수 있듯, 산에서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전기자전거를 원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하기에 주로 MTB 메이커를 중심으로 전기모터를 장착한 모델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트렉 파워플라이+ FS 9. 보쉬의 전기모터 유니트에 스램 X1급 11단 구동계를 장착, 가격은 4699유로에 판매된다.

트렌드로 자리 잡은 다음 시작하면 늦는다는 판단에서일까? 유럽을 중심으로 각 메이커의 전기 산악자전거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던 2013년, 미국을 상징하는 자전거 메이커 중 하나인 트렉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해 전기모터를 장착한 풀서스펜션 MTB를 재빨리 선보였다. 파워플라이(Powerfly) + FS, 이름을 보고 트렉 슈퍼플라이 FS의 전기자전거 타입 모델이라 짐작하신 분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파워플라이+의 프레임은 슈퍼플라이가 아니라 퓨얼 EX 27.5 풀서스펜션 모델이 베이스가 되었고, 여기에 보쉬의 크랭크 모터 유니트를 장착했다. 120mm 트래블의 서스펜션과 트렉 액티브브레이킹피봇 디자인은 그대로 적용되었으니 오프로드 주행성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다만 배터리와 모터의 무게가 더해졌으니 무게중심이 조금 높아졌을 것이고, 서스펜션의 공기압 세팅에는 체중에 배터리와 모터 무게를 더해야 할 듯하다. 파워유닛은 트렉이 약간 개량해 산악주행용으로 손봤고, 시속 25km/h를 넘으면 모터에 동력이 공급되지 않는다. 주행시간과 거리는 지형에 따라 다르다.



왜 모터를 자체 개발 안하고 보쉬의 전기모터 유니트를 썼느냐에 대한 답은 사실 뻔하다. 충분한 성능과 신뢰가 검증되었고,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개발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 이미 개발이 끝난 자전거에 전기모터를 실은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모터시스템을 직접 개발한다고 해도 이 이상의 모델을 만들어내기도 어렵고,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오지도 않을 듯하다. 아마 국내 자전거 메이커가 전기 산악자전거를 만들더라도, 상품성을 생각하면 모터 시스템의 자체개발보다 이 같은 방식으로 유니트를 구입해 장착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다소 씁쓸한 현실이다. 사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전기자전거’ 보다는 ‘적당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재미있는 전기자전거’ 아닐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트렉이 이 자전거를 미국에서는 출시하지 않고 오직 유럽에서만 판매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아직 전기자전거에 대한 성능규제와 도로에서의 지위가 명확히 정해지지 않았고, 전기자전거를 판매하더라도 각 나라의 법규를 위반하게 될 소지가 있다. 특히나 미국의 경우 주마다 전기자전거와 관련된 법규가 제각각이 때문에 트렉의 입장에서는 전기자전거를 판매하기가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임이 분명하다.



어쨌거나 베이스모델이라 할 수 있는, 비슷한 등급의 부품으로 꾸며진 퓨얼 EX 8 27.5 모델의 유럽 판매가격이 3699달러라는 점을 생각하면, 동급의 전기자전거 중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라 볼 수 있을 듯하다. 물론 이마저 비싸다 생각할 수 있지만, 어차피 합리적인 출퇴근을 위해 구입하는 자전거가 아니라, ‘산에서 날뛰기’위한 자전거, 자동차로 치면 트윈터보를 얹은 고성능 스포츠카다. 국내에서도 실물을 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지만 굉장히 재미있어 보이니 유럽의 MTB 라이더가 조금 부럽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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