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로드 바이크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메이커들이 다양한 신기술과 제품 그리고 마케팅을 통해 자신들의 자전거를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 고성능, 고품질의 자전거를 만드는데 집중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포커스(FOCUS)다.

1993년에 설립된 독일의 자전거 메이커 포커스는 유럽의 자전거메이커 중에서는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졌지만 빠르게 성장해왔다. 오늘날 포커스의 레이스바이크들이 투르 드 프랑스와 월드챔피언십, 그리고 올림픽으로 대표되는 사이클링 스포츠의 정점에서 당당히 포디엄에 오르고 있다.

포커스는 그 이름과 같이 성능과 품질에 ‘포커스’를 맞춘 메이커다. 많은 대형 자전거 메이커들이 하이엔드 바이크로 브랜드를 홍보하고 저렴한 자전거들을 주력으로 판매할 때 포커스는 고성능, 고품질의 제품에 집중해 왔다. 프로들의 피드백을 통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만들어진 최신 기술의 자전거가 레저를 위해 자전거를 타는 일반고객들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포커스의 믿음에서였다.



포커스의 창립자인 마이크 클루(Mike Kluge)는 13번의 독일 내셔널 챔피언 타이틀과 산악자전거 크로스컨트리 월드컵 챔피언 그리고 1992년 사이클로크로스 월드챔피언을 지낸 화려한 이력의 엘리트 선수였고, 선수생활에서 은퇴 후 지도자의 위치에서도 3번의 월드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그리고 지금은 포커스에서 브랜드 컨설턴트 겸 홍보대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의 오랜 레이스 경험을 바탕으로 설립한 포커스는 산악자전거와 사이클로크로스(cyclo-cross) 분야에서 승승장구했고, 2000년대에 들어 로드 사이클링에 발 딛은 후 현재 프랑스 명문 사이클 팀인 AG2R-La Mondiale를 후원하며 레이스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14년 AG2R은 투르 드 프랑스 팀 종합우승과 레이스 리더인 장 크리스토프 퍼라드(Jean-Christophe Péraud)가 개인종합2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며 한동안 침체 되어 있던 사이클링 종주국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부상했다. 이 승리를 만들어낸 자전거가 바로 포커스의 이자르코 맥스(IZALCO MAX)다.



2014 투르 드 프랑스에서의 승리라는 화려한 타이틀에 비하면 이자르코 맥스의 첫인상은 요란하지 않고 단정하다. 다양한 튜빙 형태와 지오메트리의 변화로 라이더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즘 트렌드와 대조를 이루는데, 수수함이 느껴질 정도로 외형적 특징에서 크게 도드라지는 부분이 없다. 하지만 이자르코 맥스를 섬세히 들여다보면 레이스 바이크가 필요로 하는 기본에 집중하면서 정비의 용이성과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특징을 갖추고 있다.

가볍고 단단한, 자전거의 기본에 집중하다.



레이스 바이크가 가져야할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항목으로 단단함과 가벼움을 들 수 있다.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는 이 두 가지 요소를 하나의 자전거에 모두 담아내는 것은 모든 개발자들의 영원한 숙제와 같이 여기어 지고 있다. 이자르코 맥스 P2T 10 프레임은 무게 750g이라는 현존하는 레이스 바이크들 중 손에 꼽히는 가벼운 무게를 달성한 동시에 127 Nm의 높은 강성수치를 동시에 갖추고 있다.



프레임 무게를 절감함과 동시에 강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설계는 프레임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넓은 구경의 PF-30 풀 카본 보톰 브라켓(full carbon PF-30 bottom bracket)은 무게를 절감하는 동시에 프레임 강성을 확보하여 힘 전달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설계다. 보톰 브래킷에 연장되어 있는 체인 스테이 튜브는 좌우 비틀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굵직하게 제작 된 점도 섬세한 설계가 돋보이는 특징이다.



하단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원뿔 형태의 테이퍼드 헤드튜브(Tapered headtube) 역시 프레임 강성을 높이는 동시에 핸들링, 특히 고속 주행 중 코너링을 수월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측면에서 보아 무척 얇은 모양이 인상적인 P2T 10 풀 카본 모노코크 포크는 295g이라는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뒷바퀴가 장착되는 드롭아웃은 금속을 사용하지 않고 전체를 카본으로 만들었다. 프레임에 접착한 것이 아닌 일체형, 즉 모노코크(Monocoque) 방식으로 제작되어 있어 무게를 절감하는 동시에 노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진동 흡수 능력이 탁월하다. 프론트 디레일러 마운트 역시 프레임과 일체형으로 제작되었고, 케이블 스토퍼 역시 별도의 부품을 장착한 것이 아니라 프레임의 일부로 제작되어 무게를 절감함과 동시에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사용자 편의와 정비 용이성

이자르코를 포함한 포커스 자전거들에는 SSPS (Stable Stiffness Per Size)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모든 사이즈의 프레임이 동일한 무게대비 강성을 가질 수 있게 고려된 설계로, 가장 작은 48cm부터 가장 큰 61cm의 프레임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이즈에서 동일한 주행성능을 낼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SSPS 콘셉트에 따라 각 사이즈 별로 튜빙의 직경과 지오메트리가 모두 다른 것이 특징이다. 대량생산시의 편의성보다 성능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포커스의 철학이 담겨있는 디자인이다.



포커스 이자르코 맥스의 ‘익스터널 케이블 앤 라인 라우팅(External cable and line routing)’은 모든 케이블을 프레임 안쪽으로 집어넣는 최근 자전거 프레임 트렌드에 역행하는 듯한 설계다. 그러나 번거로운 케이블 교체 작업을 원활하게 하고, 최소한의 마찰로 케이블이 움직이기 때문에 변속이 부드럽고 브레이크의 제동 성능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익스터널 라우팅 방식은 케이블이 노출되어 오염에 취약하지만, 자전거를 매번 점검하고 청소하는 프로 레이서나 자전거 마니아라면 이것이 꼭 단점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정비의 편의성을 생각하면 포커스 이자르코 맥스의 케이블 라우팅 방식을 장점이라고 여기는 이도 있을 것이다. 전자 변속기 버전 이자르코 맥스의 경우 변속 케이블이 프레임에 내장되는 반면, 브레이크 케이블은 외부로 노출된다.



특이하게도 포커스의 2015 레이싱 바이크 크랭크에는 52T/36T 체인링이 장착된다. 스탠더드 크랭크(53T와 39T 체인링을 사용하는 크랭크)와 콤팩트 크랭크(50T와 34T 체인링 사용하는 크랭크)의 장점을 모두 수용하기 위한 것으로 다양한 지형을 극복하고 달리기에 유용하다. 라이더들이 사이에서 흔히 ‘미드-콤팩트(mid-compact)’라 불리며 최근 유행하고 있는 체인링 활용법으로, 평지 장거리부터 가파른 오르막 그리고 짧고 격렬한 스프린트 까지 다양한 주행을 소화할 수 있게 한다.



라이드매거진에서 시승한 이자르코 맥스 4.0 22G MCP는 기계식 구동계인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시리즈 구동계를 장착한 버전으로 DT Swiss R20 클린처 휠세트와 슈발베 원(Schwalbe One) 타이어, 안장과 핸들바 스템은 피직(Fi'zi:k) 제품이 사용되어 당장 레이스에 나가도 큰 부족함이 없는 사양이다. 이자르코 맥스는 부품 구성에 따라 다양한 가격대의 모델이 나오지만, 부품의 등급과 상관없이 프레임은 모두 동일하다.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위해 업그레이드할 부분을 찾는다면 경량 카본 휠세트를 장착하는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이자르코 맥스 4.0 22G MCP  시승



자전거에 올라타기 전 프레임의 튜빙 직경이 상당히 가늘다는 첫인상을 받은 터라, 흔히 ‘낭창거린다’고 말하는 흔들림이 심하고 물렁한 주행감이 들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자전거에 올라 페달을 밟으니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앞 변속기를 바깥쪽 큰 체인링에 놓고 체중을 실어 페달을 밟아보아도 바텀브래킷을 중심으로 아주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라이더의 체중이 가벼운 편이라 상대적으로 프레임이 단단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싶어, 짧고 가파른 언덕을 반복하여 오르내리며 달려보았다. 변속기를 무거운 고속기어에 놓고 안장에서 일어나 가볍게 댄싱을 해보니 이자르코 맥스가 어떤 로드바이크인지 슬슬 감이 오기 시작한다.



이자르코 맥스는 슬로핑이 크지 않고 수평에 가까운 톱 튜브를 가진 지오메트리로 직진성이 강조된 레이스 바이크를 모습을 갖추었다. 하지만 예상되는 성능과 실제로 탈 때 느끼는 성능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인데 이자르코 맥스는 조금 다르다. 꾸준한 파워로 부드럽게 주행할 때는 상대적으로 두꺼운 앞 삼각이 받쳐주어 힘 손실 없이 단단한 느낌을 준다.



댄싱이나 스프린트처럼 갑자기 힘을 주어 가속하기 시작할 때는 묵직한 느낌이 오다가, 가속이 이루어지고 나면 페달링이 가벼워지는 듯한 특유의 탄력이 느껴진다. 프레임의 중심에서 바깥으로 갈수록 포크와 드롭아웃 근처가 얇아지는 프레임 형상은 단단하면서도 기분 좋은 탄성을 준다. 이자르코 맥스는 밸런스가 뛰어난 경쾌한 느낌의 로드바이크다.



'이자르코' 는 엘살바도르 서부에 위치한 화산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자르코는 멀리서도 타오르는 불길이 보일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화산이라고 한다. 군더더기 없이 성능에 집중하여 만들어진 동명이물(同名異物) 이자르코는 뜨거운 용암을 쏟아 내는 화산, 이자르코와 같이 폭발적인 주행을 쏟아내고 싶은 라이더에게 잘 어울리는 자전거가 될 것이다.

포커스 이자르코 맥스 4.0 22G MCP 제원




프레임 : 이자르코 맥스 P2T 10 Carbon
포크 : 이자르코 맥스 P2T 10 Carbon T4
크랭크 : FSA SLK Carbon, 52/36T, PF-30
시프터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1
앞 디레일러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브레이즈 온
뒤 디레일러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카세트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11-28T, 11단
체인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브레이크 :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타이어 : 슈발베 원 700X23C
휠세트 : DT Swiss R20 Dicut
스템 : 피직 시라노 R3
핸들바 : 피직 시라노 R3
헤드셋 : 상단 1-1/8인치, 하단 1-1/4인치
안장 : 피직 아리오네 R7
무게 : 6.72kg (size: 52cm)
사이즈 : 48, 50, 52, 54, 56, 58, 61cm
색상 : 매트 블랙
가격 : 699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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