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로크로스(cyclo-cross, CX) 바이크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오프로드 자전거다. 오프로드 자전거라고 하면 흔히 MTB를 떠올리지만 사이클로크로스는 MTB보다 훨씬 긴 역사를 가졌는데, 첫 공식 사이클로크로스 대회로 기록된 프랑스 내셔널 챔피언십이 1902년에 열렸다고 하니 적어도 112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셈이다.

사이클로크로스는 포장되지 않은 숲과 들길을 달리던 라이더들이 마을이나 농장의 울타리를 자전거를 어깨에 들쳐 메고 넘나들며 크로스컨트리 라이딩을 즐긴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많은 MTB/로드레이서들이 겨울시즌 훈련을 위해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를 탄다. 매년 9월에 시즌이 시작되어 다음해 2월까지 대회가 열리는데 잔디와 흙으로 구성된 벌판과 도로, 가파르고 짧은 언덕과 인조 장애물 등으로 구성된 3km 내외의 코스를 여러 번 도는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라이더들은 변화무쌍한 코스를 달리며 경기 내내 혹독하게 페달을 밟아야 한다. 자전거를 타고 정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 나타나면 재빨리 안장에서 내려 자전거를 어깨에 메고 달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약 비나 눈이라도 내리면 경기장이 온통 진흙탕으로 변해 선수들은 온몸에 흙을 뒤집어쓰고 힘겨운 경기를 펼치는데, 이런 모습에 관중들은 열광한다.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의 모습은 로드바이크와 비슷하다. 다이아몬드 형 프레임에 드롭바를 장착했고, 바퀴의 크기도 거의 같다. 하지만 포장도로에서 진흙길까지 다양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도록 폭이 넓은 타이어를 장착하고, 오프로드용 캔틸레버 브레이크나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한다. 프레임과 포크를 잘 살펴보면 타이어와의 간격이 일반적인 로드바이크보다 훨씬 넓은데, 진흙이 잘 끼지 않고 쉽게 떨어져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는 무게가 가볍고 마치 로드바이크와 같은 날렵한 주행성능을 가지면서도 오프로드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 최근 자동차에서 유행하는 CUV(Crossover Utility Vehicle)가 연상되기도 한다. 하나의 자전거로 다양한 스타일의 라이딩을 즐기고자하는 동호인들에게 아주 적합하지만, 아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진흙 제왕의 절대반지, 트렉 Boone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도 로드바이크 못지않게 다양한 브랜드에서 여러 모델을 내놓는다. 그 중 최근 가장 Hot한 모델을 고른다면? 사이클로크로스에 관심 있는 이라면 단연 트렉 Boone(분)을 지목할 것이다. 지난 2014년 1월, 트렉은 ‘The lord of mud(진흙의 제왕)‘라는 별명을 가진 벨기에의 사이클로크로스 선수인 스벤 니스를 후원하면서 그의 별명인 제왕에 걸맞은 치명적인 무기를 공개했다. 그 무기가 바로 Boone(분)이었다.




: 화려하게 데뷔한 스벤 니스의 Boone(분) 9



새로운 스폰서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스벤 니스는 분과 함께한 첫 경기인 Soudal Classics Cycross 2014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위와 압도적인 차이를 벌리며 골인지점에 도달한 스벤 니스는 자전거에서 내려 분을 머리위로 번쩍 치켜들고 피니쉬라인을 걸어서 통과하는 세레모니를 보여주었다. 팬들의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트렉 분의 첫 등장이었다.



유연함과 단단함이 분리되어 공존하다






자전거 프레임의 특성을 말할 때 유연함과 단단함은 서로 상반되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유연한 프레임은 노면의 충격에서 라이더가 받는 데미지를 줄여 체력을 보존할 수 있지만 반응성이 떨어진다. 반면 단단한 프레임은 라이더의 힘 전달에 유리해 민첩한 대응을 할 수 있지만 다루기가 어렵고 라이더가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단단함과 유연함의 절충안을 찾는 것은 프레임을 설계하는 엔지니어가 가장 고뇌하는 부분일 것이다.

더군다나 오프로드와 각종 장애물을 넘나들어야 하는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는 충격을 흡수하는 유연함은 물론 험로를 재빨리 탈출하고 경쟁자를 추월하기 위한 민첩한, 즉 단단함도 필요하다. 분은 이러한 공존하기 어려운 두 가지 요소를 하나의 프레임에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분의 프레임에는 무게대비 강성이 뛰어나 매우 단단한 것으로 알려진 트렉의 OCLV 600 시리즈 카본이 적용되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어떻게 유연함을 포함시켰을까? 바로 ‘IsoSpeed‘ 디자인 콘셉트다.






IsoSpeed 디자인 콘셉트는 트렉의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 도마니에 먼저 적용되어 레이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이후 분의 프레임에 적용되었다. 프레임의 시트스테이와 탑튜브가 Y자형으로 이어져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데, 시트튜브는 이와 분리되어 IsoSpeed 디커플러라는 구조물을 통해 이어져 있다.

IsoSpeed 디커플러의 플라스틱 껍질을 열어보면 탑튜브와 시트튜브를 연결하는 샤프트가 있고, 베어링이 샤프트를 감싸고 있어 샤프트는 자유롭게 회전할 수 있다. 시트 튜브가 디커플러의 샤프트를 중심으로 활처럼 유연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하단과 전후방에서 오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라이더의 근육과 호흡을 맞춰 탄력 있게 반응한다.






시트포스트는 시트튜브 상단이 길게 연장된 마스트의 외부를 ‘시트마스트 캡’이 감싸는 방식이다. Ride Tune 시트마스트 캡의 고정 위치를 상하 조절하여 안장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데, 이는 시트튜브 내부에 이물질을 삽입하지 않기 때문에 유연성을 유지하여 IsoSpeed 디커플러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디자인이다.






IsoSpeed 디자인 콘셉트는 포크에도 적용되었다. 포크를 옆에서 보면 앞쪽으로 살짝 구부러진 전통적인 형태이나, 바퀴를 고정하는 드롭아웃만 살짝 후방 후방을 향하고 있다. 앞으로 살짝 휘어진(벤트) 포크는 일직선인(스트레이트) 포크와 비교했을 때 활처럼 탄력 있게 움직이며 노면의 충격을 잘 흡수하는 장점이 있다. 드롭아웃이 후방을 향한 것은 불과 몇 mm라도 휠베이스를 짧게 만들어 핸들링의 민첩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부품 구성과 완성도를 높이는 설계






프레임에 이어 부품 구성에서도 눈여겨볼 점이 있다. 먼저 유압식 디스크 RS785와 전자식 변속기가 적용된 구동계인 울테그라 Di2를 동시에 조작하기위한 시마노 RS785 컨트롤레버가 장착되어있다. 아직 정식 제품명이 붙여지지 않고 ‘SHIMANO'라는 로고만 새겨져 있는데, 아마 차세대 울테그라 그룹셋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품이다. 분 9 디스크에 장착된 시마노 RS785 디스크브레이크는 MTB용을 베이스로 개발되었는데, 무게를 줄이고 냉각성능을 강화한 최신 기술들이 적용되었다.






프레임의 크랭크 안쪽에는 체인키퍼가 기본사양으로 장착되어 있다. 프레임 내부를 통과하는 케이블 라우팅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자전거의 외관을 갖추며, 방진 밀폐되어있어 진흙이나 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트러블을 어느 정도 예방해준다. 폭 33mm 이상의 사이클로크로스용 타이어를 장착하고, 포크와 프레임에 진흙이 달라붙어 휠의 회전에 영향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한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있다. 순정 사양으로 헤드 아르덴 디스크 휠세트에 본트래거 CX3 팀이슈 700X32C 타이어가 장착된다.






핸들바에는 바테이프 아래 본트래거 Race Lite IsoZone 핸들바 패드가 내장되어 있어 다소 두툼한 느낌이다. IsoZone 핸들바 패드는 노면에서 핸들바로 올라와 손에 전달되는 진동과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레이스용 바이크임에도 불구하고 프레임 안쪽 잘 보이지 않는 곳에 펜더를 장착할 수 있는 마운트가 있는데, 일상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라이더를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트렉 분 9 디스크 시승




: “분은 작은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달릴 수 있습니다.“ - 트렉 콘셉트 스토어, 루트 바이크 대표 장준원



시승이 이루어진 경기도 하남에 위치한 미사리 경정 공원 일대 도로는 예전에 사이클로크로스 관련 이벤트가 몇 차례 열리기도 한 곳이다. 유럽의 사이클로크로스 코스처럼 지형이 다채롭지는 않지만, 가벼운 오프로드와 도로를 모두 달려볼 수 있는 장소다.

산악자전거 국가대표선수와 감독을 여러 차례 역임한 루트 바이크 장준원 대표는 그 누구보다 오프로드 주행에 일가견이 있는 라이더다. 그가 들려주는 분 9 디스크의 부드러운 승차감은 어떤 것일지 궁금했다.






미사리 경정공원 외곽에는 블록으로 이루어진 울퉁불퉁한 도로와 돌이 많은 숲길도 있고 가파른 경사를 가진 둔덕이 산재해 있다. 로드바이크에 가까운 모습을 한, 드롭 핸들바를 장착한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로도 마치 MTB처럼 자유자재로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새롭게 다가온다. 핸들바 하단을 잡고 빠른 댄싱으로 나무 사이 흙길을 질주하기도 하고, 둔덕을 이용해 갑자기 뛰어오르는가 하면, 배수로를 바니홉으로 뛰어넘기도 한다. 묘기에 가까운 주행으로 라이드매거진 기자들의 넋을 놓게 만들었다.

최저 기온 영하 13도에 이르렀던 추운 날씨였음에도 분 9 디스크의 성능이 마음에 들었는지 쉼 없이 역동적인 주행을 보여주었다. 잠시 쉬기 위해 멈춰서 분에 대해 평가한 첫마디는 ‘정말 부드럽다’였다.






“‘부드러운’ 주행을 자랑하는 자전거들을 여럿 타 보았지만 분을 따라오진 못할 것 같다. 블록으로 이루어진 울퉁불퉁한 도로, 작은 돌이 많은 흙길에서도 작은 진동도 거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달릴 수 있다“라고 시승 소감을 전했다. 장준원 대표는 최근 트렉의 인듀어런스 바이크인 도마니를 즐겨 탄다고 한다. 도마니와 분은 IsoSpeed 설계를 공유하고 있어 쌍둥이 형제에 가깝다. IsoSpeed의 부드러운 주행감은 도마니를 타는 라이더 사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있지만, 분에 장착된 사이클로크로스 타이어가 오프로드 뿐 아니라 온로드 주행에서도 편안함을 더한다.




: 메고, 달리고, 뛰고... 사이클로크로스 라이딩(?)의 정석은 이것!



많은 로드바이크 라이더들이 ‘디스크브레이크의 제동력이 지나치게 강해서 위험하지 않은지’를 걱정한다. 하지만 MTB를 타본 라이더라면 이것이 기우라는 것을 알 것이다. 브레이크레버를 쥔 손의 힘을 가감하면서 제동력을 조절할 수 있는데,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는 기존의 케이블 방식 브레이크보다 훨씬 편하고 다루기 쉽다. 게다가 비를 맞아 휠이 젖은 상태에서도 제동력 저하가 적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MTB 라이더들이 최근 로드바이크를 새롭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디스크브레이크가 장착된 로드바이크라면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고, 제동력 부족에 대한 불안감도 없다.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트렉 분 시리즈는 MTB라이더의 기종 전환용으로도 추천할만하다.

그러나 아직 로드바이크용으로 나온 디스크브레이크 호환 휠세트가 많지 않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원하는 스펙의 휠셋을 자전거에 장착하려면 MTB용 허브와 로드바이크용 림을 구입해 숍에서 빌딩 해야 한다. 차후 UCI가 로드레이스에서 디스크브레이크 사용을 허가하면 여러 메이커에서 다양한 디스크 브레이크 휠셋을 경쟁적으로 출시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트렉 분 9 디스크는 당장 레이스에 뛰어들어도 모자랄 데 없는 최정상급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다. 하지만 이 고성능에 따른 가격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이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실속파 라이더를 위해 트렉에서는 보다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분 5 디스크 모델을 출시했다. 시마노 105급 컴포넌트를 장착했지만, 프레임은 분 9와 같은 OCLV 600 카본과 IsoSpeed를 적용했으니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 자전거를 즐기는 방법이 정말 다양해 졌다. 가까운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하기도 하고 레이스에 참가하기도 한다. 그란폰도와 같은 장거리 라이딩 행사도 많아졌으며 며칠에 걸쳐 자전거로 여행을 다니는 라이더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하나의 자전거로 이 모든 것을 즐기고자 한다면 사이클로크로스만큼 적합한 자전거는 없다. 심지어 고속주행에 적합한 로드바이크용 타이어로 교체하면 남부럽지 않은 스피드를 즐길 수 있고, 인듀어런스 바이크 못지않은 편안함까지 갖추었다. 게다가 디스크 브레이크의 제동 성능이라면 어떤 노면에서도 안심하고 멈출 수 있다. 트렉 분은 365일 언제 어디서나 자전거를 즐기고자하는 열정적인 라이더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너가 될 것이다.



트렉 분 9 디스크 제원

프레임 : 600시리즈 OCLV 카본, IsoSpeed,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
포크 : IsoSpeed 풀카본 디스크, E2 비대칭 스티어러
크랭크 : 시마노 울테그라, 46/36T, BB90
시프터 : 시마노 RS785 유압식 Di2
앞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Di2, 브레이즈 온
뒤 디레일러 : 시마노 울테그라 Di2
카세트 : 시마노 울테그라, 11-28T, 11단
체인 : 시마노 울테그라
브레이크 : 시마노 RS785 유압 디스크브레이크, 160mm 로터
타이어 : 본트래거 CX3 팀 이슈, 700x32c
휠세트 : HED 아르덴 플러스 센터록 디스크
스템 : 본트래거 레이스 X 라이트 31.8mm, ±7º
핸들바 : 본트래거 레이스 X 라이트 IsoZone(아이소존), VR-CF, 31.8mm
헤드셋 : 카트리지베어링, 상단 1-1/8인치, 하단 1.5인치
안장 : 본트래거 이보크 3, 할로우 티타늄 레일
무게 : 8.08 kg (size: 52cm)
사이즈 : 50, 52, 54, 56, 58, 61 cm
색상 : 매트 블랙
가격 : 73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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