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9.27 수 11:35
상단여백
HOME 자전거 리뷰&프리뷰 자전거
TREK DOMANE 6.9 DISK 'All Terrain Road bike'




트렉 도마니 6.9 디스크(Domane 6.9 Disk) 시승기를 쓰면서 제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고민했다. 제목 후보 중 ‘로드바이크의 미래’라는 다소 낯이 간지러운 문장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도마니 6.9 디스크를 세계 최고의 자전거인양 추켜세울 의도는 없지만, 로드바이크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나갈지에 대한 많은 힌트가 담겨있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트렉은 산하의 트렉 팩토리 레이싱 팀을 필두로 프로페셔널 사이클리스트를 위한 레이싱바이크를 만드는 메이커다. 트렉의 로드바이크 라인업은 프레임 강성이 높고 공기저항이 적은 스프린터용 마돈(MADONE), 힐 클라이머를 위한 경량 모델 에몬다(EMONDA), 거친 노면을 극복하고 200km가 넘는 장거리를 주파하기 위한 인듀어런스(Endurance) 바이크 도마니(DOMANE)의 세 가지 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도마니의 개발 배경에는 ‘스파르타쿠스’라는 별명을 가진 스위스 출신 레이서 파비앙 칸첼라라가 있다. 일명 ‘북쪽의 지옥’이라 불리는 파리-루베(Paris-Roubaix) 구간 레이스는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대회 중 하나로 여겨지는데, 도마니는 칸첼라라에게 파리-루베 우승의 영광을 안겨주기 위해 개발된 자전거라 말해도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칸첼라라가 우승했던 2013 파리-루베 레이스 코스의 총 길이는 254.5km, 이 중 52.6km의 구간이 파베(pave) 혹은 코블스톤(cobble stone)이라 불리는 돌로 포장된 옛길이었다. 이 딱딱하고 울퉁불퉁한 돌길은 로드바이크가 달리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환경이다. 라이더는 불규칙한 노면의 변화에 긴장해야 할 뿐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노면의 충격과 진동에 견디며 달려야 한다. 게다가 메마른 날에는 온통 먼지가 피어오르던 길이, 비라도 오면 반질반질하게 닳은 미끄러운 돌과 진흙이 섞여 굉장히 미끄럽고 위험하게 변한다.






이런 길을 달려 우승하기 위한 자전거의 조건은 무척 까다롭다. 우선 편해야 한다. 노면의 충격과 진동을 잘 흡수하는 유연한 프레임과 포크가 필요하다. 하지만 라이더의 추진력을 100% 활용하고, 예측이 어려운 노면에 민첩하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높은 강성의 프레임과 포크가 유리하다. 부드러움과 높은 강성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모두 내재한 자전거를 디자인한다는 것, 아마 트렉의 자전거 설계자들이 머리를 쥐어뜯게 만드는 난해한 과제가 아니었을까?



부드럽고 유연하게



트렉이 내세우는 도마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IsoSpeed 콘셉트 디자인이다. 사실 IsoSpeed는 뛰어난 승차감과 퍼포먼스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모아서 부르는 말이다. 포크와 프레임의 탑튜브와 시트튜브 연결부의 디커플러가 IsoSpeed 콘셉트의 핵심이며, 장착된 다른 컴포넌트 역시 이와 호흡을 잘 이루도록 디자인되었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면 도마니가 어떤 자전거인지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디자인 콘셉트가 뚜렷한 자전거, 특히 군더더기 하나 없는 본격적인 레이싱바이크는 외관에서 드러나는 특징이 성능에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포크를 옆에서 보았을 때 전체적으로 폭이 좁다는 느낌이다. 포크의 뿌리에 해당되는 윗부분은 제법 두껍지만, 발목에 해당하는 부분인 포크블레이드의 중간지점에서 드롭아웃까지가 무척 가늘게 생겼는데 한눈에 보아도 아주 유연해 보인다. 가느다란 아랫부분이 진동과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포크가 지나치게 낭창거려 컨트롤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윗부분을 두껍게 만들었음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앞쪽으로 쭉 뻗은 포크지만 드롭아웃은 살짝 뒤쪽으로 휘어진 것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이는 앞바퀴를 조금이라도 뒤쪽으로 끌어당겨 휠베이스 길이를 짧게 만들기 위한 디자인이다. 도마니 6.9 디스크의 앞바퀴는 15mm 스루액슬을 이용해 장착되는데 일반적인 로드바이크의 QR보다 강하게 휠을 고정하고, 포크의 비틀림을 강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조향성을 향상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본트래거 레이스X라이트 IsoZone 카본 핸들바도 포크의 IsoSpeed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콘셉트다. 평범한 핸들바처럼 보이지만 상단과 하단부 드롭의 손으로 쥐는 부분에 젤 패드가 들어있고, 그 위에 다시 젤 코르크 테이프를 감았다. 몸과 직접 접촉하는 부분인 만큼 가장 단순하면서 효과적으로 노면 충격과 진동이 몸으로 전해지는 것을 막는다.






프레임을 살펴보면 시트튜브와 탑튜브가 이어지는 부분에 ‘IsoSpeed 디커플러’ 디자인이 적용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탑튜브에서 시트스테이가 ‘Y’형태로 이어졌는데, 양쪽으로 가지처럼 뻗은 시트스테이 중간에 시트튜브가 놓여있다. 특이하게도 시트튜브가 탑튜브-시트스테이와 일체형이 아니라 피봇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내부에는 베어링이 들어있고 그 이음매 틈을 엘라스토머 소재로 보이는 부드러운 완충재가 메우고 있다. 내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분해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다.

자전거를 트레이너에 고정하고 안장에 올라앉아 위에서 아래로 체중을 실어 눌러보니 앞뒤로 살짝살짝 움직인다. 하지만 자전거의 프레임이 부드럽다는 느낌은 별로 없다. 페달에 체중을 실어 스탠딩상태에서 눌러보면 뜻밖에도 프레임이 전체적으로 상당히 단단하다는 느낌에 놀라게 된다. 인듀어런스 바이크니 다소 부드러울 것이라는 편견에 일침을 놓는다.






이전에 시승했던 에몬다와 마찬가지로 트렉 도마니 6.9도 ‘시트마스트 캡’ 방식으로 포스트와 안장이 장착된다. 시트포스트가 프레임 내부에 삽입되는 것이 아니라, 프레임의 시트마스트에 덧씌워지는 방식이다. 도마니의 프레임 구조를 보니 왜 트렉이 시트마스트 캡을 적용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된다. 시트포스트라는 딱딱한 물질이 시트튜브에 삽입되면 아무래도 유연성을 잃게 된다. 무게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부차적인 문제일 것이다.

여기까지 살펴보니 대략 트렉이 말하는 IsoSpeed 콘셉트가 무엇인지 대략 짐작이 된다. 탑튜브와 시트튜브를 연결하는 IsoSpeed 디커플러의 역할은 시트튜브가 단단한 프레임과 분리되어 앞뒤로 유연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노면충격 흡수는 그 결과물의 일부에 불과하다.



단단하고 강하게






예상보다 단단했던 도마니 6.9 디스크의 프레임, 인듀어런스 바이크라 해도 기본적으로 라이더의 근육이 내는 ‘추진력’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 높은 강성의 BB셸과 체인스테이 다운튜브, 헤드튜브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다른 레이싱바이크와 별로 다르지 않다. 프레임 강성은 전체적으로 높이면서 시트튜브 부분을 ‘분리’하여, 전체적인 단단함 가운데 완전히 독립된 부드러운 부분이 공존하도록 한 것이 IsoSpeed 콘셉트의 키포인트다.

헤드튜브, BB셸의 두께는 상당히 두껍다. 트렉 마돈과 같은 스프린터를 위한 자전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체인스테이도 무척 두껍고, 뒷바퀴는 직경 12mm 액슬로 고정된다. 포크와 마찬가지로 뒷삼각의 강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허브는 폭 142mm의 MTB용 규격을 적용했다.






디스크브레이크 캘리퍼는 포스트마운트 방식으로 시트스테이가 아닌 체인스테이에 장착된다. 단단한 체인스테이가 브레이크가 작동할 때 발생하는 진동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주고, 시트스테이에 브레이크를 장착할 때와 같은 보강이 필요 없어 무게를 줄이는데도 유리하다.



하이엔드 컴포넌트






구동과 컨트롤에 필요한 부품들은 시마노 듀라에이스 Di2가 장착되었다. 레버의 스위치만 누르면 변속기가 전동으로 움직이고, 변속 시 체인이 비틀림으로 인해 발생하는 마찰저항을 없애기 위해 앞변속기 위치를 미세 조절하는 트리밍도 자동으로 해준다. 한마디로 세팅이 끝난 다음부터 라이더가 변속기에 신경을 쓸 필요 없이 스위치만 누르면 된다.






하지만 변속과 브레이크를 조작하는 컨트롤레버는 듀라에이스가 아닌 RS785라는 ‘등급 외 부품’이 사용되었다. 얼핏 듀라에이스의 다운그레이드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현재 듀라에이스 그룹셋에 디스크브레이크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시마노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부품을 내놓을 때, 일단 등급 외 부품을 먼저 내놓았다가 나중에 그룹셋에 포함시키는 것은 예전부터 자주 있었던 일이다. 아마 RS785 컨트롤레버의 등급을 매긴다면 울테그라 이상 듀라에이스 미만 정도로 볼 수 있겠지만 별 의미 없다. 시마노의 로드바이크용 유압디스크브레이크 레버 중에서 최상급인 것은 분명하니까.






UCI는 아직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로드바이크가 레이스에 출전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렉을 비롯하여 시장을 선도하는 여러 자전거 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로드바이크를 내놓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자전거 컴포넌트 메이커인 시마노 역시 로드바이크용 디스크브레이크의 새로운 방식을 연구 중이다. 비록 지금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디스크브레이크가 장착된 로드바이크가 레이스 표준 장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일 것이다.



시승



트렉 도마니 6.9 디스크를 수령하고 2명의 기자가 약 1달에 걸쳐 번갈아가며 시승했다. 인듀어런스바이크, 그리고 디스크브레이크가 장착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상당히 거칠게 다루었지만 몰아볼수록 점점 마음에 드는 녀석이다. 포크와 프레임의 공간만 충분하다면 이대로 오프로드 타이어를 장착하고 사이클로크로스 레이스에 투입해도 될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파리-루베의 파베구간과 같은 길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드물지만, 일단 도마니 6.9 디스크는 거친 노면을 달릴수록 진가를 발휘한다. 대부분의 로드바이크 라이더라면 아스팔트라 해도 포장상태가 제각각이고 노면의 거칠기가 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도마니 6.9 디스크는 놀라울 정도로 노면에 잘 적응하는 자전거다.






자글자글한 돌이 살짝살짝 드러난 거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달리면서도 보통의 자전거도로와 큰 차이 없는 주행감을 느꼈다. 국도의 내리막길에서 종종 만나는 노면저항을 높이기 위해 촘촘한 홈을 내놓은 곳을 달리는 동안에도 자전거의 떨림이 적고 안정적이다. 도로공사중인 구간을 만나 아스팔트 임시포장도로 위를 질주해보면 다른 로드바이크와의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는데, ‘타다다당’하고 충격이 가해진 직후 자전거가 ‘부르르르’ 떨리는 느낌이 거의 없다고 하면 적절한 표현일까? 거친 길을 오래 달려도 피로감이 덜하다.






순발력은 상상이상으로 뛰어나다.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고 페달을 누르는 순간 자전거가 즉각적으로 튀어나간다. 흔히 자전거의 승차감을 딱딱하거나 무르다고 표현하지만 이는 외부에서 가한 힘에 대한 자전거의 반응을 묘사한 것에 불과하다. 도마니의 승차감을 표현한다면 꾸준히 페달링을 하며 순항중일 때 느껴지는 ‘탄력’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반복되는 페달 스트로크에 맞춰 자전거가 ‘리듬을 탄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다.






교외의 한적한 도로에서 꾸준히 속도를 내며 달리는 동안 점점 그 느낌이 강해진다. 해외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페달링 스트로크의 리듬에 따라 도마니의 시트튜브가 앞뒤로 흔들리는 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안장에 앉아있는 동안에 앞뒤로 흔들린다는 느낌은 없었다. 다만 마치 자전거가 살짝 휘어졌다 복원되는 탄성이 반복적으로 더해지며 힘차게 페달링 하는 것을 도와주는 듯한 독특한 느낌이 무척 즐거웠다. 도마니의 ‘승차감이 뛰어나다’는 평가에는 분명 이런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설명이 어려우니 이를 느끼고 싶다면 일단 시승해보기를 권할 수밖에.






디스크브레이크의 제동력은 명불허전이다. 지나치게 강한 제동력이 위험할 것이라는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다. 브레이크의 느낌은 기존의 케이블방식 캘리퍼브레이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위화감이 적지만, 훨씬 부드럽고 손의 피로가 적다. 빗길에서도 안정적인 브레이크성능을 보여주며, 긴 다운힐에서 림에 열이 가해지며 타이어가 터질 우려가 없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인다. 디스크브레이크의 로터에도 스틸+알루미늄 샌드위치 구조로 방열성능을 높인 시마노 아이스텍 기술이 적용되었다.






반면 기본 장착된 휠세트에는 아쉬움이 있다. 튼튼하지만 무겁다. 휠이 더 가벼웠으면 프레임에서 느껴지는 리듬이 보다 경쾌하고 즐거웠을 것이다. 파리-루베와 같은 거친 길에서 부서지지 않을 튼튼한 휠을 장착해야 했기 때문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마니 6.9 디스크를 타는 많은 라이더가 일반적인 도로환경에서 달릴 것이라고 생각되니 보다 가벼운 휠세트를 장착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도마니 6.9 디스크에는 로드바이크용 휠세트를 쓸 수 없으니, 업그레이드 하려면 MTB용 허브와 로드바이크용 림을 구입해 숍에서 휠을 조립해야 한다.






트렉 도마니 6.9 디스크에 적용된 다양한 기술들은 현 시점에서 로드바이크에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고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트렉은 우리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보여준다. 비록 도마니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인 6.9 디스크가 아니더라도, IsoSpeed 콘셉트와 디스크브레이크의 장점은 보다 부담이 적은 가격의 하위모델인 4.3 디스크나 4.5 디스크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물론 더 가볍고 심플한 기존의 로드바이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도마니 6.9 디스크와 같은 모델이 쓸데없이 복잡하고 비싼 자전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늘 모험이었고, 자전거는 항상 기존의 틀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를 받아들이면서 진화해왔다. 언젠가 도마니 6.9 디스크도 구형 모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미래의 로드바이크로 진화하는 과정의 일부라는 점은 분명하다.



트렉 도마니 6.9 디스크 제원

프레임 : 600시리즈 OCLV 카본, IsoSpeed, 디스크브레이크 마운트, 142×12mm 액슬 드롭아웃
포크 : 도마니 IsoSpeed 풀카본 디스크, 15mm 스루액슬, E2 비대칭 스티어러
크랭크 : 시마노 듀라에이스, 50/34T 콤팩트, BB90
시프터 : 시마노 RS785 유압식 Di2
앞 디레일러 : 시마노 듀라에이스 Di2, 브레이즈 온
뒤 디레일러 : 시마노 듀라에이스 Di2
카세트 : 시마노 듀라에이스, 11-28T, 11단
체인 : 시마노 듀라에이스
브레이크 : 시마노 RS785 유압 디스크브레이크, 160mm 로터타이어 : 본트래거 R3 하드 케이스 라이트, 700x25C
스템 : 본트래거 레이스 X 라이트 31.8mm, ±7º
핸들바 : 본트래거 레이스 X 라이트 IsoZone(아이소존), OCLV 카본, VR-CF, 31.8mm
헤드셋 : 카트리지베어링, 상단 1-1/8인치, 하단 1-1/2인치
안장 : 본트래거 패러다임RXL, 카본 레일
무게 : 7.5㎏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상단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