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는 다양한 장르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호불호가 갈리는 분야는 전기자전거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떤 이들은 전기자전거를 사람의 힘만으로 달리던 자전거에 모터를 장착해 순수성을 잃은 이단아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에는 전기자전거가 미래의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발전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전기자전거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한 번도 전기자전거를 타보지 않았다는 분들이 많다. ‘아마도 이럴 것이다’라는 식으로 전기자전거를 추켜세우거나 폄하하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만 만들어낼 뿐이다. 아마 전문가와 일반인의 평가에서 차이는 날 수 있겠지만, 전기자전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실제로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자전거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전기자전거에 대한 평가를 위해, 라이드매거진 자동차 팀의 기자들이 한 달간 출퇴근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 전기자전거를 이용해보았다. 과연 전기자전거는 얼마나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까?



라이드매거진 김경수 기자 (삼천리자전거 팬텀 XC)





자택에서 가까운 사당역을 출발해 라이드매거진 사무실에서 가까운 합정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할 때 예상 소요시간은 약 30분, 그러나 역으로 이동하는 시간과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실제 출퇴근에는 1시간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동작구 사당동에서 마포구 합정동까지의 15km를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때도 1시간 남짓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나서부터 자전거 출퇴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전기자전거를 타면서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일반 자전거보다 위험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기우라고 말하고 싶다. 전기자전거에 탑재된 모터가 내는 출력은 사람의 힘을 보조하기위한 것으로, 제법 빠른 속도를 꾸준히 내며 달릴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25km/h의 속도제한이 걸려있기 때문에 도로를 달리는 다른 자전거 이용자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출퇴근길에 가볍고 빠른 스포츠용 자전거를 탄 라이더들이 전기자전거를 탄 기자를 추월해가곤 한다.

전기자전거를 자동차에 비유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엔진과 전기모터의 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결합해 효율적으로 쓰는지에 따라 메이커의 기술력이 드러나는데, 전기자전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사람의 힘과 전기모터의 힘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모터가 작동하는 순간부터 잠깐이지만 급가속이 이루어지는 듯한 느낌에는 다소 위화감이 느껴진다. 일반 자전거를 타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뒤에서 등을 떠밀어주는 느낌을 떠올리면 비슷하다. 급가속의 독특한 느낌을 즐기는 이도 있겠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처럼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기대했던 기자에게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기본 장착된 헤드라이트는 앞에서 오는 다른 라이더에게 위치를 알리기 위한 역할을 하지만, 야간라이딩 시 앞을 비추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빛이 다소 약한 느낌이다. 그리고 MTB스타일의 자전거 디자인을 생각하면 차라리 핸들바에서 거추장스러운 헤드라이트를 떼고, 외부 액세서리로 더 밝은 라이트를 장착할 수 있게 하는 편이 좋았을 것 같다.

출퇴근과 같은 실용적인 목적으로 전기자전거를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가방이나 옷 등을 간단히 담을 수 있는 같은 수납공간이 없는 점이 아쉬울 것 같다. 바구니를 하나 사서 달려고 했지만, 헤드라이트 때문에 달지 못했다.

하지만 프레임과 파워트레인, 특히 배터리팩의 완성도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저가형 리튬이온 배터리는 간혹 과방전시 자전거에서 탈착이 어려울 정도로 배터리팩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삼천리자전거 팬텀은 일단 삼성SDI의 리튬이온 셀을 썼다는 점과 단단하게 포장된 패키지가 믿음을 준다. 배터리팩의 탈착이 쉽고 무겁지 않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오른쪽 핸들의 스로틀 스위치를 켜면 페달링을 하지 않고 스로틀 그립을 감아쥐는 것만으로 스쿠터처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자전거의 안장에 앉아 페달을 밟아 출발한 다음부터 스로틀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전기자전거를 실제로 타보기 전에는 이런 기능이 있는 줄 몰랐는데, 실제 사용자의 안전을 고려한 제품디자인이라는 점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일상의 출퇴근에서 전기자전거의 주행성능에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다. 다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는데 브레이크 패드가 빨리 마모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전거의 무게 때문이라기보다는 모터가 힘을 보태주기 때문에 일반 자전거를 탈 때보다 부담 없이 급가속과 감속을 자주 하게 된다. 자전거에는 림브레이크가 장착되었는데 디스크브레이크로의 업그레이드 욕심이 생긴다.







배터리의 용량은 집과 회사를 왕복하기에 충분하지만, 가끔 회사를 나와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자전거도로를 따라 라이딩을 즐기곤 한다. 주행거리가 길어지는 것에 대비해 충전기를 휴대하고 출근해 회사 사무실에서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충전기를 하나 더 구입하면 행동반경을 두 배로 넓힐 수 있으니 전기자전거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라이드매거진 김종우 기자 (삼천리자전거 팬텀 미니)







바람을 느끼고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는 여유로운 출퇴근을 위해 전기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했다. 체력관리를 위해서라면 일반 자전거가 낫겠지만, 거리가 멀면 제법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시승촬영을 마친 삼천리자전거의 전기자전거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기에 20인치 휠의 미니벨로 모델인 팬텀 미니를 선택했다. 아무래도 작은 바퀴의 자전거가 조금 더 가볍고 관리하기 쉬울 것 같아서다. 완전히 접히는 자전거는 아니지만, 핸들포스트를 접고 안장을 낮추면 자동차의 뒷좌석에 들어간다는 점도 팬텀 미니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장거리 라이딩을 나갔다가 배터리가 소진되거나, 장거리 이동 시 차에 실어 점프(?)할 것을 고려했다.

예전에 출장으로 일본 지방 도시를 방문한 적이 있다. 마침 숙소 근처가 유치원이었는데 아이들 하교 시간이 되자 대다수의 엄마들이 전기자전거를 타고 아이를 데리러 오는 모습을 봤다. 자전거 앞뒤에 장착된 어린이용 시트에 두 명의 아이를 태우고 이동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일본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전기자전거의 이용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노령자의 증가와도 관계가 있다고 한다.








자택이 있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마포구 합정동의 라이드매거진 사무실까지 거리는 13.18km. 차도로 주행하면 조금 더 단축할 수 있겠지만, 안전을 위해 자전거도로를 우선으로 이용하고 자전거도로가 없는 구간은 일반도로를 이용해 이동한다. 다행스럽게도 집에서 5분정도만 가면 도림천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출퇴근 시에는 아침부터 무리한 운동으로 하루의 컨디션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모터의 힘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6가지로 조절할 수 있는 파워어시스트를 3에 놓고 주행하거나, 스로틀 모드를 이용해 달리는 편이다. 웬만한 언덕도 평지처럼 가벼운 느낌으로 달릴 수 있어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전거도로를 진입할 때는 대부분 엘리베이터나 경사로를 이용할 수 있지만, 간혹 자전거를 들고 이동해야 할 때가 있다. 이 때 만큼은 전기자전거의 무게가 부담이 된다. 20kg이 조금 넘는 자전거를 끌거나 들고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아마 여성이나 청소년이라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버스-지하철-마을버스를 연계 환승하는 방법으로 출퇴근 하면 약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에도 출퇴근 시간대의 정체구간이 있어 비슷한 5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전기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 할 때도 똑같은 50분 정도가 걸렸다. 주행속도가 빠르지는 않지만 정체구간이 없다는 점이 전기자전거 출퇴근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더, 사람들 사이의 혼잡함이나 정체된 도로의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골목길만 나가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동안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일상생활에 활력을 준다.








전기자전거 출퇴근을 시작하기 전, 가장 궁금했던 것은 출퇴근 시 배터리 소모량이 어느 정도냐는 점이다. 몇 주간 전기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페달링을 전혀 하지 않고 스쿠터처럼 스로틀 방식만 이용했던 적도 있고, 페달링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PAS 모드로 달린적도 있다.

약 13km의 출근길을 스쿠터를 타듯 스로틀 방식으로만 달리면 디지털 계기반에 표시된 6칸의 배터리 중 2칸 정도가 소모된다. 퇴근길에는 배터리 소모가 조금 더 큰 편인데 집에 도착하면 배터리는 1, 2칸 정도 남는다. 페달링 없이 전기모터의 힘으로만 30km 이상을 충분히 달릴 수 있다는 뜻이다. PAS 모드에서는 배터리 소모가 약 절반정도로 줄어드는 느낌이다. 평지에 언덕이 약간 포함된 코스라면 60km 이상을 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오는 날이나 찬바람이 쌩쌩 부는 한겨울에는 전기자전거를 이용하기 어렵겠지만, 화창하게 갠 날이라면 전기자전거는 교통수단으로 충분히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건강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더불어 환경을 지키는데도 도움이 되는 전기자전거 출퇴근은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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