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광이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자전거가 필요한 순간은 있다. 특히 택시나 버스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하기엔 가깝고 걷기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할 때는 자전거만한 이동수단이 없다. 심지어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이 걷기에 애매한 거리에 있는 경우조차 드물지 않다.

하지만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도, 자전거를 접어서 끌고 들어가기는 귀찮고 부담스럽다. 자전거 광이라면 늘 휴대하고 다닐 수 있는 자전거가 절실하게 그리울 것이다. 물론 자전거 숍에 가면 다양한 접이식 자전거가 나와 있지만, 결국 접으면 짐 덩어리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사실 일상에 늘 함께하는 자전거라면 접으면 접은대로, 펴면 편대로 예쁘고 간편한 것이 좋다.







스쿠트(SKOOT)는 영국에서 만든 접이식 자전거다. 대중교통과 연계할 수 있는 자전거라는 콘셉트로 개발되었는데 접어놓은 모습은 영락없는 수트케이스다. 하지만 수트케이스 안에서 옷과 노트북 대신 바퀴와 핸들, 안장이 튀어나와 자전거로 변신한다.







수트케이스라고 해도 고급스러운 쌤소나이트 트롤리 백보다는 리틀타익스 유아용 붕붕차에 더 가까워 보인다. 동글 반듯한 외모에선 유머러스함이 느껴지고 다소 허술해 보이는 ABS 플라스틱 껍데기가 마치 장난감 같다.







하지만 자전거를 구성하는 금속 파츠들은 의외로 꼼꼼하고 섬세하다. 고정나사를 풀면 착착 접히는 핸들 파츠는 알루미늄을 깎아서 만들었고, 수트케이스 양 옆에 장착되는 크랭크는 버튼을 누르면 원터치로 빠진다. ABS 껍데기 내부의 프레임이 하중을 버티기에 허술한 외관에 비해선 꽤 튼튼하다.







접은 상태에서 쉽게 끌고 다닐 수 있도록 바퀴를 단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쓸 데 없는 액세서리가 주렁주렁 달린 자전거는 보기에 별로 좋지 않지만, 포크 상단에 달린 작은 바퀴는 마치 변신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귀여움을 더한다. 포크는 스틸로 만들어졌고, 포크 상단의 경첩이 안쪽으로 접히며 바퀴를 내부로 수납하는 것이 비행기의 랜딩기어를 닮았다.







요즘 이런 독특한 자전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실용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불편해도 예쁘고 독특한 것을 선호하는 이들이 스쿠트 같은 자전거의 마니아층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스쿠트가 처음 출시된 것이 90년대 후반인데, 200만 원에 가까운 굉장히 비싼 값을 매겼으니 많이 판매하기 어려운 자전거였음은 틀림없다. 결국 스쿠트를 만들던 회사는 몇 년 전 문을 닫았고, 워낙 판매된 수량이 적으니 이제는 중고를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어떻게든 스쿠트를 타고 싶다면 영국보다는 일본의 온라인 중고장터 쪽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물론 구한다고 해도 AS는 기대할 수 없고 자잘한 고장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진짜 자전거 광이라면 오히려 이런 점에 끌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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