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 열기를 실감하기 어렵지만, 유럽에서는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독일과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해마다 100만대가 넘는 전기자전거가 판매되며, 친환경적인 차세대 교통수단으로서 당당히 도심을 누비고 있다. 또한 공공 대여용 자전거에서 경찰의 거리 순찰용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사용된다.







전기자전거 열풍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환경오염을 이유로 소형 모터사이클의 생산이 금지되자 스쿠터 형태의 전기자전거가 이를 대신해 자리 잡았고, 일본에서는 주부들의 일상생활을 돕는 경제적이며 편리한 장바구니가 달린 전기자전거를 거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 숍에서 전기자전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최근 들어 전기자전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전기자전거만을 취급하는 전문점도 생겼을 정도이며, 올해의 전기자전거의 판매량이 작년의 두 배에 이를 만큼 사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사람들이 전기자전거에 더 많은 관심을 받는 이유와 전기자전거의 매력이란 과연 무엇일까?



2001년, 전기자전거 국내 첫 등장




: 삼천리자전거의 역대 전기자전거 모델. 초기의 전기자전거의 거대한 모터와 배터리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점점 더 작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내에 전기자전거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0년도 초반이지만 처음부터 인기를 얻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수입된 브랜드 불명의 전기자전거들을 제외하면, 국내 자전거메이커로는 삼천리자전거가 2001년 선보인 전기자전거 솔타-E 모델이 처음이라 할 수 있는데 요즘의 전기자전거와 비교하면 그 모습이 많이 투박하다.

당시의 전기자전거 카탈로그를 보면 최고속도는 20km/h, 주행가능 거리는 40km정도로 나온다. 요즘의 전기자전거보다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실용성에서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게는 지금의 전기자전거보다 10kg 이상 더 무거워 30kg을 훌쩍 넘어갔다. 웬만한 성인 남자라도 자전거를 들고 인도의 턱이나 계단을 오르내리기 어려울 정도였으니 실용적인 탈 것이라 말하기는 어려웠다.




: 전기자전거의 디자인은 ‘일상생활’용 자전거에 가깝게 점점 다듬어졌다.



당시의 전기자전거가 이처럼 무거웠던 이유는 배터리와 모터 때문이다. 당시의 전기자전거는 주로 납 배터리를 사용했는데, 무겁지만 값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전기자전거의 배터리는 니켈수소 배터리를 거쳐 지금의 리튬이온 배터리로 진화하는데, 비슷하거나 더 많은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면서도 무게는 더 가벼워졌다. 모터는 예전과 비슷한 힘을 내면서도 크기는 더욱 콤팩트해졌다. 자전거의 프레임은 철에서 알루미늄으로 바뀌었고, 투박한 상자 모양의 배터리를 싣고 다니던 자전거의 모습은 더욱 보기 좋게 다듬어졌다.




: 삼천리자전거 6세대 전기자전거, 팬텀 CITY



그러나 이 같은 성능 향상만큼이나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전기자전거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다. 예전에는 전기자전거를 모터가 달려있어 조금 더 편안한 자전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전기자전거가 이제는 사람과 모터의 힘이 더해진 경쾌한 주행성능을 가진 스포티한 자전거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삼천리자전거의 6세대 전기자전거가 바로 팬텀 시리즈다. 팬텀이 등장하기까지 삼천리자전거의 전기자전거는 지난 10여 년 간 무려 5번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삼천리자전거의 6세대 전기자전거 ‘팬텀’ 시리즈

‘팬텀(Phantom)'은 삼천리자전거가 야심차게 내놓은 전기자전거 시리즈의 이름이다. 이전세대의 전기자전거들과 비교하면 팬텀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태어난 모델임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모습부터 많이 다르다.




: 팬텀 XC, 하드테일 MTB 스타일의 전기자전거 모델



삼천리자전거의 팬텀 시리즈는 MTB스타일의 ‘팬텀 XC’와 미니벨로 스타일의 ‘팬텀 MINI’, 실용성을 강조한 ‘팬텀 CITY’의 3가지 모델로 라인업을 갖추었다. 배터리와 모터를 비롯한 파워트레인은 완전히 같지만,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이 같은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는 것은 우리나라 라이더의 취향을 반영해 디자인한 결과다.

성능보다 먼저 자전거의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패셔너블하고 스포티한 라이더라면 단순히 힘이 덜 든다는 이유로 촌스러운 디자인의 자전거를 타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즉, 이들이 원하는 것은 편할 뿐 아니라 보기에도 멋진 전기자전거인 것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해외의 자전거 쇼에 전시된 전기자전거에서는 투박한 상자모양의 배터리가 모습을 감추어가고 있었다. 커다란 배터리를 외부에 장착한 전기자전거는 마치 커다란 짐을 싣고 있는 듯한 모습이 무겁고 둔해 보이기 때문이다. 배터리를 최대한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어 평범한 보통 자전거처럼 보이게 디자인하는 것이 전기자전거의 최신 트렌드다.







삼천리자전거의 팬텀 시리즈는 이러한 트렌드를 충실하게 따랐다. 배터리팩은 마치 프레임의 일부처럼 깔끔하게 장착된다.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자전거의 프레임은 사각형의 튜브로 만들어졌는데, 그 결과 단순한 직선으로 이루어진 프레임 디자인은 무척 모던한 느낌을 준다.

배터리의 탈착은 무척 간단하다. 손잡이를 잡고 위로 당기면 쉽게 빠지는데, 도난 방지를 위해 열쇠로 잠글 수 있다. 배터리 상단에는 스위치가 하나 있는데, 이 스위치를 통해 자전거의 전원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이 스위치를 끄면 모터가 작동하는 것을 완벽하게 멈출 수 있으니 비상 정지 스위치의 역할을 겸하는 셈이다. 배터리를 자전거에서 분리했을 때는 측면의 LED 인디케이터를 통해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 팬텀 XC의 파워트레인. PAS 모드에서는 크랭크의 센서에 의해 뒷바퀴의 모터가 작동한다.



주행 방식은 PAS(Power Assist System)와 스로틀 두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PAS 모드는 안장에 앉아 페달을 밟으면 자전거가 밟는 힘을 감지하여 여기에 모터의 힘을 더하는 방식이다. 라이더가 페달링을 멈추면 모터도 자연스레 멈춘다. 라이더가 열심히 페달을 밟을수록 배터리의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에도 알맞다.




: 스로틀 그립을 돌리면 모터가 작동한다. 살짝 돌리면 모터가 천천히 회전하고, 많이 감으면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에 스로틀 그립을 돌리는 정도로 속도를 제어할 수 있다.



반면 스로틀 모드는 핸들의 스로틀 그립을 감아쥐면 모터가 뒷바퀴를 굴리는 방식이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전기모터를 이용해 자전거를 스쿠터처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편리하지만 전력소모가 심하다는 단점도 있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스로틀 방식을 전기자전거에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스로틀 방식의 선호도가 높기에 팬텀 시리즈는 PAS와 스로틀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지원한다. 단 스로틀 모드는 페달을 밟아 일정수준 이상의 속도를 낸 다음부터 작동하도록 했다. 멈춰있던 자전거의 스로틀을 잘못 조작해 급출발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배려다.

한 가지 재미있는 기능이 더 있는데, 바로 크루즈 모드다. 스로틀 그립을 돌리는 정도에 따라 뒷바퀴의 모터가 자전거를 구동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데, 7-10초 간 주행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스로틀 그립을 놓아도 자전거가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달린다.







LCD 계기반은 자전거의 배터리 잔량과 주행 모드, 주행 속도, 주행 거리 등의 정보를 한눈에 보여준다. 왼손의 엄지손가락으로 스위치를 눌러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데, 1에서 6 사이의 숫자를 통해 모터의 작동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 숫자가 낮을수록 모터의 작동시기가 늦어진다. 모터의 작동시기가 늦을수록 사람이 페달을 밟는 힘을 더 많이 써야 하지만, 배터리의 소모를 줄일 수 있어 더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다. 또 야간주행시의 안전을 고려해 헤드라이트를 기본 장착한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헤드라이트는 자전거 본체의 배터리를 이용한다.







배터리는 삼성 SDI의 리튬이온 셀을 내장했고, 제원 상 성능은 36V 8.7Ah로 최대출력 25W의 브러시리스 DC모터를 작동하여 PAS모드 1단계에서 최대 8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스로틀 모드에서는 35km의 주행이 가능하다. 이만하면 자전거 출퇴근과 같은 일상생활용이나 레저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모터가 작동하는 최고속도는 시속 24km/h로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모두가 숨을 헐떡이는 언덕에서도 평지처럼 부담없이 편하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이 메리트다. 스프린트로는 본격적인 스포츠용 자전거를 못 당하지만, 언덕에서라면 유유히 추월할 수 있다.




: 팬텀 MINI, 20인치 휠을 장착했다.



삼천리자전거 팬텀 시리즈의 성능은 해외의 유명 전기자전거들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유지관리를 위한 AS가 전국 어디에서나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일 것이다. 팬텀 시리즈에 감히 ‘국민 전기자전거’라는 호칭을 붙인 이유다.





삼천리자전거 팬텀 XC / MINI / CITY 제원

프레임 소재 : 알루미늄 합금
포크 : SR 선투어 XCT 서스펜션 포크 / 알루미늄 리지드 / 알루미늄 리지드
모터주행방식 : 후륜구동 36V 250W
배터리 : 리튬이온 36V 8.7Ah
최고속도 : 24km/h
주행거리 : 최대 80km(PAS모드 1단), 35km(스로틀 모드)
변속기 : 시마노 인덱스 7단
브레이크 : V브레이크
무게 : 21.5kg / 21.3kg / 21.9kg
가격 : 130만원 / 120만원 / 13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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