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7일 광나루 한강시민공원에서 트렉 바이시클 코리아 주최로 진행된 팀 MTN-큐베카 환영 자선행사에서는 팀 선수이 사용하는 레이스바이크와 장비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프로 사이클리스트들의 자전거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자전거와 달리 각 선수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세팅이 적용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스폰서 계약을 맺은 업체의 제품을 장착할 수 있도록 특별히 튜닝 되어 선수들에게 공급된다.
이번에 살펴본 팀 MTN-큐베카의 선수용 자전거로, 바로 작년 투르 드 코리아 스테이지 1 우승자이자 스프린트 종합 포인트 2위를 달성한 크리스티안 스바라글리(Kristian Sbaragli) 선수의 트렉 마돈 7 팀 이슈 로드바이크다. 크리스티안 선수는 전형적인 스프린터로, 그의 마돈7 팀 이슈는 가파른 언덕보다는 평지위주의 도로에서 최대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세팅되었다.
크리스티안 선수의 마돈 7에서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핸들과 포크를 연결하는 부품인 스템이다. FSA의 경량 알루미늄 스템 SL-K를 장착했는데, 120mm의 길이는 평범하지만 -17도라는 극단적인 각도를 채택했다. 앞으로 최대한 숙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핸들의 위치를 낮추기 위함이다. 스템의 각도를 낮추는 것으로도 모자랐는지, 헤드셋의 커버 윗부분을 절단해서 스템의 높이를 낮추었다.
측면에서 스템을 바라보면 그 특징이 더욱 두드러지게 보인다.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줄여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한 전형적인 스프린터 포지션 선수의 세팅이다.
마돈 7시리즈 시판 모델(좌)과 MTN-큐베카 팀의 마돈 7 팀 이슈. 2개의 피봇에 직결 방식의 브레이크 암이 장착된 시판모델과 달리, 크리스티안 선수의 마돈에는 스램 레드22 에어로링크 브레이크 캘리퍼가 장착되었다. 이는 팀 MTN-큐베카를 후원하는 미국의 부품 메이커 스램이 레드22 그룹셋에 포크 직결 방식의 브레이크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반 소비자용으로 공급되는 마돈 7시리즈 기성 제품과 여러 가지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있다. 기성품 마돈 7시리즈가 두 개의 볼트로 포크에 고정되는 본트래거의 포크 브레이크피봇 직결 방식의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반면, 크리스티안 선수의 마돈 7 팀 이슈는 팀 MTN-큐베카의 스폰서 스램의 단일 볼트 장착 식 레드22 에어로 링크 브레이크 캘리퍼가 장착되어 있다.
얼핏 보기에 트렉에서 팀 MTN-큐베카를 위해 완전히 새로운 포크를 만들어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마돈 4시리즈의 포크를 마돈 7 프레임에 장착한 것이다. 일반 소비자용 마돈 7시리즈의 포크는 전체가 카본 재질이며 물 배출구가 없는 반면, 크리스티안 선수의 마돈 7 포크는 휠을 장착하는 드롭아웃 부분이 카본이 아닌 알루미늄 재질이며, 마돈 4 시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는 펜더(물받이) 장착용 구멍까지 그대로 보여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마돈 7시리즈 일반 사양(좌)과 MTN-큐베카 마돈 7 팀 이슈(우) 포크뿐 아니라 프레임도 미묘한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일반 판매사양과 달리, 팀 사양 모델에는 시트튜브 뒷면에 나사를 끼울 수 있는 홀이 나있다. 프로 선수들은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번호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위치에 부착해야한다. 일반적으로 시트스테이 상단에 위치한 브레이크 캘리퍼 고정나사를 이용해 번호표를 달지만, 마돈 7시리즈는 체인 스테이 하단에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프로 선수용 마돈 7 프레임에는 이렇게 별도의 번호표 고정구가 존재한다.
선수용 프레임(우)에는 UCI 공인 표식이 더 크고 알아보기 쉬운 위치에 붙어있다. UCI 공인 프레임 표식 위치도 기성품과 선수용 제품에는 차이가 있다. 기성품은 싯 튜브 물통 케이지 고정구 바로 아래에 UCI 공인 표식이 있지만, 선수용 프레임에는 이렇게 고정구 좌측에 표식이 부착되어 있다. 이 경기에 출전할 때 검사관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배려한 부분이다.
이런 소소한 차이나 특별한 세팅 외에도, 선수용 자전거에는 일반적인 크랭크가 아닌 파워미터 크랭크가 장착된다. 선수들의 페달링 파워를 측정하고 모니터링 하는 장치로 팀 MTN-큐베카는 많은 프로선수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제품인 SRM의 파워미터를 사용하고 있다. 아직 스램 레드22가 아닌, 구형 10단 크랭크와 체인링을 사용하지만 호환성에는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뒤 디레일러는 작년 발표되었던 스램 레드22를 장착했는데, 특이하게도 디레일러 선이 매우 길다. 팀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기어의 단수가 증가하면서 보다 세밀하고 안정적인 변속을 위해서 이렇게 선을 길게 세팅해준다고 한다. 스프라켓은 11T-26T 톱니 구성으로 스프린터 포지션인 크리스티안 선수에게 잘 어울리는 세팅이다.
사용하는 브레이크/변속 레버는 11단에 대응하는 스램 레드22 더블탭 레버. 전작인 10단 레드에 비해 레버 전방 부분이 크게 커지고, 브레이크 레버의 길이도 길어져, 선수들은 보다 뛰어난 그립감과 제동력을 보인다고 평했다.
한편 뒤 브레이크에도 숨은 비밀이 있으니, 바로 스램 레드22가 아닌 시마노 듀라에이스 9000 프레임 직결 식 브레이크가 장착된 것이다. 스램이 프레임 직결 방식 브레이크를 제공하지 않으며, 기존 센터 볼트 방식 브레이크 캘리퍼가 장착되는 마돈 7 프레임 셋이 없기 때문에 임시로 장착했다고 한다. 원래 트렉의 자회사이자, 팀 MTN-큐베카의 스폰서인 본트래거의 브레이크를 장착했으나, 스램 레드22 앞 브레이크와의 제동력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마노 듀라에이스를 선택했다고.
휠세트와 타이어는 각각 Zipp 404와 슈발베 원을 장착한다. 크리스티안 선수의 자전거에 장착된 슈발베 원 타이어는 튜블러 방식에 폭은 24c다. 유럽에서 열리는 레이스는 주로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해 26c를 기본으로 사용하지만, 한국의 도로 환경은 매우 양호한 편이라 24c로 바꿔 끼워준 것이라고 한다.
안장은 작년의 경우 본트래거의 제품을 사용했으나, 올해부터는 셀레이탈리아가 장비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셀레이탈리아 SLR 안장을 장착한다. 다른 선수들 역시 모두 이 안장과 함께 이번 투르 드 코리아에 출전한다고.
이번에 취재하게 된 크리스티안의 자전거가 톡톡 튀는 요소는 특유의 세팅뿐만 아니라, 이렇게 선수 본인을 알리는 표식에도 있었다. 다른 선수들이 프레임의 탑튜브 상단 뒷부분에 이름표를 부착해두었지만, 크리스티안 선수는 포크에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스티커로 만들어 부착해두었다. 사실 이런 표식은 별다른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며, 자신의 자전거를 쉽게 찾기 위해서 편의상 부착하는 것이라고 한다.
크리스티안 선수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자신이 쓰는 MET 헬멧의 뒷부분에 이렇게 큐베카 재단을 상징하는 트리-핸드(Tree-hand) 문양을 스티커로 붙여놓았다. 크리스티안 선수가 팀에 가진 애정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동안 선수와 함께 전 세계를 누비며 고생한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체인스테이의 모습. 이렇게 아프리카 최초의 프로-콘티넨탈 팀으로 등장해 제 3세계 사이클링 팀의 이름을 알리는 것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어린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나누기 위해 달리는 팀 MTN-큐베카, 그리고 크리스티안 스바라글리 선수의 특별한 마돈 7 팀 이슈를 만나보았다.
이렇게 선수들은 일반 동호인들의 자전거와 다른 독특한 부품을 장착하고 특이한 세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혹시 자전거에 관심이 많다면, 이번 투르 드 코리아에 참가한 독자여러분들이 좋아하는 팀 선수들의 자전거도 눈여겨보면 어떨까? 프로 선수이기에, 레이스에 최적화된 그들의 자전거에서 특별한 부분들을 찾아보는 것 또한 프로 사이클링 경기를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요소이니 말이다.
글
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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