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1.27 금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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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보는 자전거 (1) – 초경량 자전거가격과 무게는 반비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거의 누구나 가벼운 자전거를 원한다. 아마 일상생활에서 가끔씩 자전거를 탄다면 자전거 경량화의 필요성은 별로 느끼지 못하겠지만, 일단 한 번이라도 가벼운 자전거를 타보게 되면, 무거운 자전거를 다시 타는 순간 업그레이드의 충동을 느끼기 마련이다.
 


가벼운 자전거를 타면 언덕에서 더욱 빨라질 수 있다.

 

타는 사람의 실력이 비슷하다면, 더 가벼운 자전거를 탈수록 편하고 빨리 달릴 수 있다. “돈을 들여 자전거 무게를 줄이느니 살을 뺀다”는 결심을 하는 이도 있지만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자전거를 경량화 하는 것은 새로운 부품을 사고 조립하며 자전거를 꾸미는 ‘업그레이드’ 과정이다. 자동차로 치면 튜닝이다. 주머니 사정만 넉넉하다면 부품을 찾고 조립하여 새로운 자전거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그러면 자전거 경량화는 어떻게 하는 것일까? 무척 간단하다. 가벼운 부품을 사서 갈아 끼우면 된다. 무척 무책임한 말 같지만, 자전거의 부품을 갈아낸다거나 구멍을 내는 등 부품을 개조하여 경량화를 할 경우 심각한 안전상의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 프로 선수가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권장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경량 휠은 무척 비싼 부품이다. 하지만 그만큼 경량화의 효과도 크다.
사진은 라이트웨이트 마일렌슈타인 오베르마이어 카본 휠세트. 국내 판매가격은 999만원.


그런데 경량화를 하려고 보면 자전거 부품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국내에서도 판매하는 독일 라이트웨이트 사의 ‘오베르마이어’ 카본 휠은 가격이 1000만원에 육박한다. 실제로 구매할 때는 여러 가지 할인을 받기도 하지만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가격은 아니다. 게다가 만약 현재 타고 있는 자전거가 20만 원 짜리라고 가정한다면, 1000만 원 짜리 바퀴를 끼우려는 것 자체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 자동차로 치면 경차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슈퍼카의 부품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활용 자전거는 경량화 같은 성능 업그레이드에 한계가 있다.
외관을 바꾸는 드레스업 정도의 업그레이드가 적당하다.


사실상 50만 원대 미만의 생활용 자전거는 경량화가 큰 의미가 없다. 자칫 업그레이드에 들어가는 부품 값이 자전거 값을 훌쩍 넘어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50만 원 짜리 자전거에 50만 원어치 부품을 장착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자전거를 100만 원을 주고 구입하는 편이 더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다.

50만 원 대의 저렴한 로드바이크의 무게가 10kg정도인데, 업그레이드용 부품을 50만원어치 장착했을 때 약 1kg 정도 경량화 할 수 있다. 그런데 100만 원으로 스포츠용 로드바이크를 구입하면 처음부터 8kg대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스캇 바이시클의 경량 로드바이크 에딕트 SL.
자전거의 무게가 5kg대 후반에 불과하다. 가격은 약 1200만원 정도.


하지만 본격적인 ‘하이엔드’ 자전거를 대상으로 경량화를 하려면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다. 자전거 경량화 마니아들은 흔히 “100g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100만원을 쓴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거운 자전거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경량화를 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가벼운 자전거를 더욱 가볍게 만들기 위해 고가의 초경량 부품으로 업그레이드 한다.
 


이탈리아 3T의 에르고노바 팀 카본 핸들바. 무게는 198g. 국내 판매가격은 40만원.


자전거는 온갖 사소한 부품을 다 교체할 수 있다. 바퀴와 핸들 같은 부품을 카본소재로 바꾸고, 작은 나사 하나까지 티타늄과 알루미늄을 쓰면 5kg대 무게의 자전거를 완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쯤 되면 자전거에 장착된 부품에 온통 ‘Made in Germany, USA, Swiss, France, Italy' 등의 딱지가 붙어있게 된다.
 


초경량 파츠로 유명한 독일 쉬몰케의 카본 핸들바.
135~155g의 무게로 굉장히 가볍지만, 가격은 그에 반비례해 비싸다.
국내 판매가격은 130만원.


시아밀로의 제로그래비티 초경량 브레이크.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스틸, 티타늄 소재를 CNC로 깎아서 만들었다.
고가의 소재를 정밀 가공하여 만든 만큼 가격도 비싸다.


하지만 나사 하나 가격이 몇 만원이나 하고, 핸들 하나의 가격만 해도 100만원이 넘는 것이 흔하다. 자전거 경량화 마니아들의 지갑에서는 한 번에 목돈이 빠져나가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업그레이드를 반복하며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물 새듯 빠져나가는 경우도 많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자전거에 쓴 돈이 몇 백만 원을 넘었다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BMW M 카본 레이서 바이크.
자동차 마니아라면 ‘M’이 붙어있는 카본자전거라는 사실에 놀라겠지만,
솔직히 마니아의 눈으로 보면 7.4kg짜리 BMW 자전거는 별로 놀라운 물건이 아니다.
가격은 490만원.


그러면 이러한 초경량 자전거의 성능은 얼마나 대단할까? 언덕에서는 분명 가벼운 자전거가 굉장히 잘 나간다. 이 잘 나간다는 말은 단순히 빠르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가벼워서 다루기가 무척 쉬우며 경쾌하고 기분 좋은 주행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자전거의 부품 중에는 내구성을 희생한 것들도 있다. 자주 교체하거나 정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가 까다로운 운 것들이 많다. 자전거의 소모품을 갈고 부품을 관리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엄청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팔리 Z1. 주문자의 체형에 맞게 커스텀 제작되는 로드바이크.
부품 사양에 따라 5kg대의 초경량으로 만들 수도 있다.
프레임셋 가격만 850만원이며, 완성된 자전거의 가격은 스펙에 따라 달라진다.
5kg대로 맞출 경우 2000만원 이상으로 예상.


반면 평지에서는 가벼운 자전거와 무거운 자전거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 가벼운 자전거의 가속력이 조금 더 뛰어나긴 하지만 크게 차이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공기저항이 적은 자전거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물론 고성능 자전거 부품들은 공기저항이 적으면서 동시에 가볍기까지 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전거의 성능이 꼭 들인 돈에 정비례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마니아들은 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가며 자전거를 경량화 시키고 업그레이드 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러한 초경량 자전거는 자동차로 비교하면 슈퍼카나 다름없다. 빠르고, 멋지고,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이러한 엄청난 자전거를 소유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다. 6kg짜리 자전거를 타는 것과 5.99kg짜리 자전거를 타는 것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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