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7.16 화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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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선택, 정답은 없다
시마노 XT 4피스톤 유압 디스크브레이크 시스템이 등장한지 20년이 지났다. 1999년 등장 당시 MTB 라이더들은 디스크브레이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면서 림브레이크 장착이 가능한 프레임이 조금씩 사라져 갔다. 본격적인 MTB 시장에서 림브레이크가 장착된 자전거를 찾기가 어려워진 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당시 상황이 지금 로드바이크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미 MTB에서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지켜본 입장에서는 그다지 의미 없는 논쟁이지만 의견이 갈리고,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상황도 종종 보인다. 개인의 자전거는 법적인 문제만 아니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림브레이크든 디스크브레이크든 선택은 자유다. 다만 그 선택에 있어서, 양쪽의 특징은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브레이크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첫 MTB에는 캔틸레버 브레이크가 달려 있었고, 라이딩을 하면서 제동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V-브레이크로 바꾼 다음에는 매우 만족했다. 20대, 크로스컨트리 라이딩에서는 그 이상의 필요성을 알 수 없었다. 림브레이크에서 디스크브레이크로의 교체는 브레이크만이 아니라 휠까지 바꿔야 되는 큰 작업이기도 했고, 경량화에 신경 쓰던 시기인 것도 림브레이크를 고집하는 원인 중 하나였다. 그러나 MTB에서 림브레이크가 사라지면서 디스크브레이크를 쓸 수밖에 없었고, 경험한 후에는 디스크브레이크를 쓰는 이유를 깨달았다. 디스크브레이크 로드바이크 사용도 꽤나 빨리 시작했다. 양쪽을 다 써 보고 하는 얘기인 만큼 믿어도 좋다.
 
 
경량화가 중요하다면 림브레이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브레이크 레버와 캘리퍼, 경량 휠로 조립이 가능한 림브레이크와 달리 디스크브레이크는 로터도 있어야 하고 휠은 브레이크를 잡을 때의 회전력을 견뎌야 해서 스포크 수도 많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로드바이크 실력은 업힐로 판단하는 분위기여서 가벼운 자전거를 선호한다. 제동력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무거운 디스크브레이크로 바꿀 필요는 없다. 다만 같은 림브레이크일 경우에 소재 차이로 인해 카본 림과 카본 전용 브레이크패드의 제동력이 알루미늄 림과 그에 맞는 브레이크패드의 제동력에 비해 조금은 약하다.
 
 
제동력 부족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판단에 따른다. 평지에서 느리게 달리는 사람은 로드바이크 캘리퍼 브레이크 제동력도 과하다고 느낄 수 있고, 험한 길을 빠르게 달리는 사람은 커다란 로터와 4개 이상의 피스톤으로 구성된 디스크브레이크 제동력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디스크브레이크와 림브레이크 중 어느 것의 제동력이 더 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림브레이크는 디스크브레이크보다 바깥쪽에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같은 압력으로 조작할 경우 더 강한 제동력을 얻을 수도 있다. 손잡이가 빠진 수도꼭지를 생각하면 쉽다. 손잡이 없이는 돌리기 어렵지만, 손잡이를 끼우고 바깥쪽에서 돌리면 잘 돌아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러나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는 케이블 방식인 림브레이크에 비해 적은 힘으로도 강한 압력을 줄 수 있다. 단순히 수도꼭지 손잡이만 생각할 수 없는 이유다. 20대엔 굳이 유압 브레이크를 쓸 이유를 못 느꼈다. 그러나 얼마 전 MTB 라이딩 중에는 유압 브레이크를 쓰면서도 손과 팔의 피로를 느끼고 멈춰서 쉴 수밖에 없었다. 케이블 방식이라면 멈추지 못하고 넘어졌을지도 모른다.
 
 
브레이크 성능을 논하면서 반드시 함께 등장하는 것이 타이어다. 림브레이크도 강하게 잡으면 타이어가 미끄러지는데 그 이상의 제동력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림브레이크를 사용하면 된다. 다만, 의도하지 않았는데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브레이크를 잡을 때 몸을 뒤로 빼면서 앞브레이크 위주로 사용하면 미끄러지지 않으면서 제동거리를 줄일 수 있다. 빠르게 달려왔다면 몸을 뒤로 빼도 속도 때문에 전복될 확률이 있으니 브레이킹 컨트롤은 신경 써서 해야 한다.
 
 
전복될 가능성에 대한 얘기는 MTB 디스크브레이크가 생각의 바탕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로드바이크 디스크브레이크는 MTB처럼 순간적으로 강하게 잡히지 않는다. 때문에 쉽게 넘어지거나 미끄러지지 않는다. 전복될 정도로 강하게 잡았다면 브레이크 종류가 아닌 습관이나 기술의 문제다. 물론 강하게 잡았을 때 전복될 확률이 디스크브레이크에 비해 림브레이크가 낮은 것은 사실이다.
 
 
무게와 제동력은 라이딩에서 중요한 요소다. 라이딩에 대한 것만으로 브레이크를 선택할 수는 없다. 전담 미캐닉이 없는 아마추어 라이더는 정비 편의성도 고려해야 한다. 정비 편의성은 다소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지만 날씨나 노면 상태가 좋지 않으면 디스크브레이크가 낫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노면의 물이나 빗물이 림에 묻으면 림브레이크 제동력을 떨어뜨린다. 흙이나 모래라도 섞여 림이 긁히면 림 수명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이와 달리 디스크브레이크는 상대적으로 높은 곳에 있어 노면 이물질의 영향을 덜 받는다.
 
 
브레이크 패드와 로터 혹은 림이 닿는 상황은 종종 발생한다. 이러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일단 닿았다면 그 후에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정비 편의성에 대한 기준이 된다. 림브레이크는 좌우 브레이크 암 간격이 틀어지거나 림이 휘었을 때 이런 현상이 생긴다. 브레이크 좌우가 틀어졌을 때는 비교적 쉽게 맞출 수 있다. 문제는 림이 틀어졌을 경우다. 단순히 틀어진 부분의 스포크만 조절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틀어질 확률이 높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전체적인 스포크 텐션을 맞추면서 림을 정렬하는 휠 트루잉 작업을 하는 게 좋은데, 요즘에는 완성 휠 사용이 많아 제대로 트루잉 작업을 할 줄 아는 곳이 많지 않다. 물론 이것을 브레이크 문제가 아니라 휠 문제로 분류하면 림브레이크 정비가 편하다고 할 수 있다.
 
 
디스크브레이크 패드와 로터가 닿는 상황은 로터가 휘거나 캘리퍼 위치가 잘못된 경우 또는 휠이 제대로 끼워지지 않은 경우다. 최근 등장하는 디스크브레이크 로드바이크는 대부분 스루액슬 방식이어서 휠이 제대로 끼워지지 않을 확률은 낮으니 액슬을 잘 조인 상태에서도 닿는다면 로터나 캘리퍼의 문제라고 인식하면 된다.
 
 
디스크브레이크 캘리퍼 위치를 잡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MTB를 타면서 디스크브레이크를 사용했고, 로드바이크 디스크브레이크도 상당히 빨리 사용했다. 2008년에 로드바이크를 시작해 2014년 말에 디스크브레이크가 달린 로드바이크를 구입했으니, 디스크브레이크에 익숙하기도 하지만, 익숙하지 않더라도 요령만 알면 캘리퍼를 적절한 위치에 고정할 수 있다.
 
 
휠을 빼고 브레이크 캘리퍼 피스톤을 밀어 넣는다. 전에는 스패너 등을 활용했으나 이제는 브레이크 피스톤 레버를 활용해 더 쉽게 작업할 수 있다. 다시 휠을 장착한 다음 캘리퍼가 좌우로 움직일 만큼 캘리퍼 고정 볼트를 풀어 준다. 휠을 돌리다가 브레이크를 잡는 작업을 몇 차례 반복하면 피스톤이 튀어나와 적당한 간격을 찾는다. 그 다음 브레이크레버를 잡은 상태에서 캘리퍼 고정 볼트를 조인다. 이 방법으로 적절한 위치를 못 찾았다면 브레이크호스가 영향을 줬을 확률이 높다. 브레이크호스가 캘리퍼를 밀거나 당기고 있지 않도록 조절한 다음 다시 시도해 보자.
 
 
캘리퍼가 제대로 위치를 잡은 상태에서 로터는 패드에 닿지 않아야 정상이다. 바퀴가 돌 때 칼 가는 소리가 난다면서 신경 쓰여서 못 쓰겠다는 사람도 있고, 그러려니 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세팅이 되면 소리가 안 나는 게 정상이다. 로터가 살짝 휘면 이런 소리가 나는데, 프로나 유니어 등에서 나오는 로터 교정용 공구를 활용해 로터를 교정해 주는 게 좋다.
 
 
로터 교정은 결코 쉽지 않고, 과도한 힘을 줄 경우 오히려 반대편으로 휠 수도 있다. 로터가 많이 휘지 않았다면 패드 간격을 넓히는 방법으로 소음을 없앨 수 있다. 시마노 듀라에이스 ST-R9120, 울테그라 ST-R8020에 있는 프리 스트로크 조절 나사를 풀면 패드 간격이 벌어진다. 다른 레버에도 프리 스트로크 조절 기능이 있으나 방법은 조금씩 다르므로 매뉴얼을 참조하되 프리 스트로크를 조절하면 레버 간격이 달라질 수 있으니 조절 후에는 다시 한 번 브레이크를 잡아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자.
 
 
기능 외에도 고려할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겉모습이다. 다른 장점은 좋지만 디스크브레이크 레버가 크고 못생겼다는 이유로 교체를 미루는 사람이 꽤 많다. 레버에 케이블만 걸리면 되는 기계식 브레이크와 달리 유압 디스크브레이크는 레버에 실린더를 넣어야 해서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다. 초기의 로드용 유압 디스크브레이크 레버는 부피가 매우 컸다. 예쁘다는 기준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가급적 좋게 보려고 하지만 초기 제품은 아무리 봐도 예쁘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이런 이유로 유압 대신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를 사용하기도 했다. 기존의 레버를 그대로 쓸 수 있어 프레임만 교체할 경우에도 꽤 많이 쓰였다. 다만 기계식 디스크브레이크는 유압식처럼 적은 힘으로 높은 압력을 주기 어렵다. 일부 제조사에서는 캘리퍼에 실린더를 달아 레버에서 케이블을 당기면 유압식으로 동작하는 브레이크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유압식 레버 크기는 점점 줄어들었다. 실린더 형태와 위치를 수정하며 케이블 브레이크와 유압 브레이크 레버의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듀라에이스 ST-R9100과 ST-R9120은 위로 올라오는 부분의 길이가 약간 다를 뿐 평소 손이 닿는 후드와 레버 부분은 거의 같다.
 
 
심지어 전동 변속과 유압 브레이크 시스템인 ST-R9170, 8070은 전동 변속과 케이블 브레이크 시스템인 ST-R9150, 8050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콤팩트한 모습을 보여준다. 시마노라면 더 이상 레버 크기를 핑계 삼을 수 없을 듯하다. 경쟁업체 제품들도 초기에 비해서는 상당히 사이즈가 줄어들었다. 여전히 크고 못생겼다고 평가되는 레버도 있지만, 이전보다 나아졌음은 분명하며, 앞으로 더 작고 예뻐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몇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림브레이크와 디스크브레이크의 특징을 살펴봤다. 꾸준히 논란이 되고 상처를 줄 심한 말까지 오가는 모습을 보면 이게 정답이라고 외치면서 논쟁을 끝내 주고 싶지만, 정답이 없으니 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 정답이 없다. 각각이 갖는 장단점이 다르고, 라이더가 원하는 것도 다 다르다. 물론 가볍고 예쁘고 제동력도 좋고 힘도 덜 들고 악천후에 안정적이고 정비도 편하면 좋겠지만 누구나 알다시피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자의 생각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잘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이 림브레이크를 쓰든 디스크브레이크를 쓰든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뜨겁게 논쟁하는 모습을 보면 타인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느낀다. 좋은 의도로 하는 조언이라지만,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조언은 잔소리일 뿐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각자가 원하는 부품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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