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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막보다 가볍고 벤지보다 빠른, SPECIALIZED NEW VENGE
  • 라이드매거진 편집부
  • 승인 2018.07.0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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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 더 이상 타협하지 마라’, 스페셜라이즈드의 쇼케이스 이벤트를 알리는 초대장의 첫 번째 문구에서 무엇이 나올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지난 몇 년간 스페셜라이즈드는 로드바이크 시장에서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자전거 메이커였다. 스페셜라이즈드의 모든 시도가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었지만, 분명한 건 (주로 레이스를 중심으로) 로드바이크의 디자인을 바꿔놓는데 큰 영향력을 미쳤다는 점이다.

스페셜라이즈드가 자전거 디자인에 최초로 윈드터널을 사용한 메이커는 아니지만, 고성능 레이싱 바이크에 관심 있는 많은 사람들이 윈드터널이라는 단어에서 스페셜라이즈드를 떠올린다. 수년간 F1 레이스카 개발을 통해 카본소재와 공기역학적 디자인에 대한 많은 노하우를 가진 맥라렌(McLaren Applied Technologies)와 적극적인 협력으로 효율적인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개발해 자전거에 적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그 노력의 결정체를 에어로 로드바이크 ‘벤지(VENGE)’ 시리즈를 통해 세상에 드러냈다.

스페셜라이즈드는 에어로 로드바이크라는 콘셉트를 최초로 제시한 메이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에어로 로드바이크를 보유한 메이커로 손꼽힌다. 다른 메이커의 로드바이크가 더 뛰어나다는 반론을 꺼내더라도, 스페셜라이즈드는 결과물로 답한다. 스페셜라이즈드 벤지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UCI가 관할하는 로드 투어 레이스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에어로 로드바이크의 이름이다. 2017년 48회, 올해만 24회의 포디엄 정상에 올랐다. 숫자는 과장도 거짓도 말하지 않는다.

 

벤지, 에어로 로드바이크 시대의 선구자

만약 스페셜라이즈드가 경쟁자들을 도발하려 한다면 이 한마디로 충분하다. “미안하지만 벤지 ViAS는 실패작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만, 그렇게 말한 것이나 다름없다. 벤지 ViAS의 성능이 충분하지 않아서 신형 벤지를 개발했다는 것이 실제 스페셜라이즈드 마케팅 담당자의 설명이었다.

벤지는 원래 스페셜라이즈드의 자전거 개발 담당자 중 하나가 타임트라이얼 및 트라이애슬론 바이크로 개발된 모델인 ‘트랜지션’에 드롭바를 장착해 라이딩을 해본 것에서 시작되었다. 올라운더에 비해 무거웠지만 직진성이 우수했고, 스프린트에도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평지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로드바이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스페셜라이즈드가 벤지를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거의 타임트라이얼 바이크 수준의 공기역학적 성능을 가진 로드바이크의 등장. 시기도 적절했다. 2011년 시즌부터 스페셜라이즈드는 ‘HTC-하이로드’라는 스프린터 중심의 팀을 후원하기 시작했고, 이 팀에는 당시 슈퍼루키로 떠오르던 스프린터 ‘마크 카벤디쉬’가 있었다. 때마침 등장한 ‘맥라렌 벤지’는 카벤디쉬의 애마로 명성을 드높였다. 스페셜라이즈드 벤지는 더욱 뛰어난 공기역학적 디자인에 초점을 맞춰 후속모델의 개발을 서둘렀고, 파격적인 설계의 2세대 모델인 ‘벤지 ViAS’가 등장한다.

그러나 벤지 ViAS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당시 스페셜라이즈드는 벤지 ViAS가 가장 뛰어난 공기역학적 성능을 지닌 로드바이크라고 강조했지만, 공기역학적 성능을 위해 브레이크의 위치를 옮기고 케이블을 무리해서 내부로 수납한 결과 제동성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스페셜라이즈드는 벤지 ViAS의 림브레이크 버전을 서둘러 단종 했고, 그 이전부터 스페셜라이즈드가 주장했던 ‘디스크브레이크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스페셜라이즈드는 벤지 ViAS 디스크 모델에 집중하는 한편, 그 후속 모델을 빠르게 개발하고 있었다.

 

하드코어 에어로 바이크의 등장, New Venge

벤지 ViAS의 교훈은 명확했다. 극단적인 에어로다이내믹스 디자인을 위해 다른 무언가의 성능을 희생해야만 했다. 벤지 ViAS보다 더 뛰어난 공기역학적 성능을 가지면서도, 이번에는 어떤 부족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 결코 쉽지 않은 목표임이 분명하지만, 스페셜라이즈드는 이 목표를 이뤄냈다고 말한다. 3세대, 뉴 벤지의 등장이다.

다른 자전거와 비교해 기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던 벤지 ViAS와 비교하면 뉴 벤지의 인상은 언 듯 평범해 보인다. 벤지 ViAS가 공기역학적 성능을 더하기 위해 온갖 요소를 더했다면, 뉴 벤지는 다시 불필요한 것을 지워내고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리라.

실제로 스페셜라이즈드가 발표한 뉴 벤지의 성능은 탄성이 나올 만큼 놀랍다. 맞바람에서 측풍에 이르기까지 벤지 ViAS보다 더 낮은 공기저항 값을 갖는다. 벤지 ViAS보다 평범해 보이는 디자인이다. 그러나 스페셜라이즈드는 ‘실제로 필요한 곳에’ 최고효율의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말한다.

스페셜라이즈드가 말하는 디자인의 비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프리포일(FreeFoil Shape Library)이라 부르는 공기역학적 튜빙 형상이다. 슈퍼컴퓨터를 통해 수많은 공기역학적 형상을 비교했고, 그 중 가장 효율적이라 여겨지는 형상을 모아 검토했다. 두 번째는 앞서 말한 ‘필요한 곳에’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하는 과정이다.

스페셜라이즈드의 주장은 자전거를 구성하는 개별 요소 하나하나에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모두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다운튜브의 형상을 공기역학적인 형태로 바꾸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 그렇다면 무리해서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보다, 차라리 프레임 강성을 높이는 편이 낫다. 반면 시트튜브와 시트스테이는 공기저항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렇다면 이 부분은 철저한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한다. 이런 최적화의 과정으로 효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고 또 깎았다. 

그 결과는 놀랍다. 56사이즈 프레임세트를 기준으로, 벤지 ViAS보다 무려 460g을 감량했다. 공기저항은 더욱 줄어 40km를 달리는 기록은 8초를 단축했다. 엄청나게 감량했지만, 프레임의 ‘무게대비 강성’은 더욱 높아졌다. 단단해야 할 부분은 단단하게, 불필요하게 단단한 부분에선 무게를 줄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과는 더욱 효율적인 레이스바이크의 탄생이다.

복잡한 설명을 요약한다면? “타막 SL5 디스크보다 가볍고, 벤지 ViAS보다 빠릅니다.” 뉴 벤지의 등장 덕분에 작년에 스페셜라이즈드가 발표한 뉴 타막의 판매를 걱정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이 결코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프레임과 함께 콕피트, 핸들바와 스템도 확 바뀌었다. 벤지 ViAS의 스템과 핸들바가 프로 레이서들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예 새로 개발했다. 경쟁자는 ‘ZIPP SL 스프린트’ 스템이었다고 한다. 근소한 차이지만, 스페셜라이즈드 신형 벤지의 스템은 경쟁자보다 더 가벼우면서도 더 강하다. 그리고 에어로플라이 II 핸들바는 이전모델보다 더 강하면서 더 낮은 수준의 공기저항을 받는다.

신형 벤지의 콕피트는 브레이크호스와 Di2 구동계의 케이블을 완전히 내부로 수납할 수 있다. 스템 앞에 장착되는 사이클링컴퓨터 마운트는 바플라이와 함께 개발했고, 부품 교체를 통해 가민 뿐 아니라 다른 메이커의 사이클링컴퓨터를 장착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스템과 핸들바가 뉴 벤지 전용이 아니라, 다른 자전거에도 장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독특한 디자인이지만, 스템 뒷부분의 커버를 벗기면 기존의 표준화된 자전거 스템과 같은 방식으로 장착됨을 확인할 수 있다. 뉴 벤지에 적용된 스템과 핸들바를 기존의 타막과 같은 모델에 장착한다면 강력한 업그레이드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시트포스트도 바뀌었다. 뒤쪽이 납작한 캄테일 타입 시트포스트로 바뀐 것이 눈에 띄지만, 그 이상으로 주목할 부분은 ‘Di2 정션’을 내장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스페셜라이즈드가 후원하는 레이싱 팀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라고 한다. 레이스 중 정션을 통해 설정을 바꾸거나 급히 충전을 해야 할 때,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세팅의 변화 없이 자전거를 손 볼 수 있다는 것은 프로 팀 뿐 아니라 홈 미캐닉에게도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뉴 벤지를 타면 얼마나 빨라질 수 있을까? 물론 개인차가 있다. 과거 스페셜라이즈드는 에어로 로드바이크의 효과를 아마추어 라이더 또한 크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뉴 벤지는 엄청나게 가벼워졌다. ‘벤지는 평지용 자전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스페셜라이즈드가 뉴 벤지를 발표하기 하루 전, 스페셜라이즈드의 엔지니어인 카메론 파이퍼가 뉴 벤지를 타고 남산을 올랐다고. 그리고 힐클라임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4분 2초, 국내 실업팀 선수의 기존 최고기록이 4분 3초다. 카메론 파이퍼는 “다른 라이더가 뉴 벤지를 타면 당연히 이 기록도 쉽게 깨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과연 겸손일까, 자신감일까?

어쨌거나 분명한 것은, 스페셜라이즈드가 새로운 몬스터를 레이스에 풀어놓았다는 것이다. 물론 스페셜라이즈드의 경쟁자들도 속속 에어로 로드바이크를 내놓고 있으며, 이번 주말에는 투르 드 프랑스가 시작된다. 이 ‘에어로 로드바이크 대첩’에서 스페셜라이즈드는 승자로 군림할 수 있을까? 올해 여름, 투르 드 프랑스를 관전하는 라이더들 사이에서 ‘또 사고 싶은 자전거가 생겼다’는 탄식도 늘 것 같다. 이 열병은 예방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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