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도 덴마크는 자전거의 천국이라 불리는 나라고, 특히 코펜하겐과 같은 도시는 차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가 더 많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자전거문화가 발달한 도시의 특징은 ‘독특한 자전거’가 많다는 것. 우리가 보통은 그냥 ‘자전거’라 부르는 탈것이지만, 알고 보면 용도에 따라 취향에 따라 자동차만큼이나 종류가 다양한 탈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듯 가벼운 라이딩을 즐기고, 출퇴근하고, 쇼핑할 때도 자전거를 이용한다. 심지어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거나 손으로 들고 운반하기 어려운 짐을 나를 때도 종종 자전거를 이용한다고. “대체 어떻게?”라는 궁금증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자전거의 모습을 보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보기 어렵지만, 이곳에서는 아이를 태우거나 짐을 나르는 수레에 자전거를 붙인 것 같은 ‘카고바이크’도 특별히 신기한 자전거는 아니다. 두 개의 바퀴를 가진 자전거를 이용해 만든 카고바이크도 있지만, 아이들을 태우거나 많은 짐을 나르기 위해 세 개의 바퀴를 가진 ‘트라이크’ 형태의 자전거도 많이 사용한다. 자전거 보관이 어렵다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되지는 않지만, 무척이나 편리하면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끄는 자전거임에는 분명하다. 

유럽에서는 가정뿐 아니라 물건의 배달이나 이동식 가판대, 심지어 이동식 커피숍이나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장난 같지만, 개수대와 버너를 장착한 이동식 주방 자전거(!)까지 등장했을 정도. 

어쨌거나 굉장히 편리한 자전거임은 분명한데, 이런 트라이크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짐수레에 자전거를 붙인 형태다 보니 움직임이 둔하다는 것. 무거워서 둔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타보면 평지에서는 생각보다 가볍게 달리는데다가, 이제는 전기모터를 장착한 모델도 등장하면서 여성이라도 경쾌하게 달릴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사실 진짜 문제는 ‘바퀴는 돌아가는데 자전거는 기울일 수 없어서’ 코너만 만나면 뒤뚱거리며 속도를 줄여야 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좌우 어느 한 쪽 바퀴가 요철을 밟기만 해도 덜컹거려서 승차감도 별로였다.

 

Build to Tilt! 기울어지게 만들다

트라이크가 둔하게 달리는 것이 그동안의 상식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코펜하겐의 부처스 & 바이시클스(Butchers&Bicycles)이라는 회사는 이 카고 트라이크가 코너를 돌 때 좌우로 기울어지기만 해도 훨씬 경쾌하고 민첩한 라이딩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사람도 덩치가 크다고 해서 움직임이 둔한 것은 아니니까.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작은 자동차, 아니 스쿠터만 해도 거리를 경쾌하게 누빈다. 그런데 이보다 무게도 훨씬 가벼운 자전거가 둔하다니, 이것은 불합리하다. 사람의 힘으로 달리는 탈 것인 만큼, 생각한대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달리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부처스 & 바이시클스는 이런 경쾌한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탄생한 회사다.  

그저 유럽 어딘가의 신기한 자전거 이야기 아니냐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반갑게도 부처스 & 바이시클스의 트라이크를 우리나라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프리미엄 바이크 전문 스토어 ‘어반 벨로 프로젝트(URBAN VELO PROJECT)’를 통해 부처스 & 바이시클스의 옆으로 기울어지는 틸팅 트라이크를 직접 경험해보고 구입할 수도 있다. 

이런 카고 트라이크라는 자전거 자체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듯 보기에 그저 평범한, 짐을 나르거나 어린이를 태울 수 있는 자전거로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듯 이 자전거의 가장 특별한 점은 좌우로 기울어지며 좁은 골목길이라도 달릴 수 있을 만큼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부처스 & 바이시클스의 ‘MK1’은 ‘Build to Tilt’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말 그대로 ‘기울어지게 만들어진’ 자전거라는 뜻. 자전거에 장착된 부품과 박스의 형태에 따라 몇 가지 모델이 나뉜다. 전기모터가 장착되지 않은 일반 모델이 MK1, 독일 보쉬(BOSCH)사의 전기자전거용 모터유닛이 장착된 모델은 MK1-E라는 이름으로 구분된다. 

자전거의 프레임에서 박스를 분리하면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자전거의 프레임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었고, 앞쪽에 박스가 장착된다. 박스를 포함한 자전거의 중량은 42kg인데, 무려 100kg 혹은 부피 215리터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다. 어린이 두 명 정도는 충분히 태울 수 있다. 전기모터를 장착한 MK1-E 모델이라면 이런 막강한 적재능력과 함께 쾌적한 주행능력까지 보여주니,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자전거를 찾고 있다면 고려해볼 만하다.

덩치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기동성의 비밀은 앞바퀴 안쪽의 링크 구조에 있다. 언듯 보기에 자동차의 서스펜션과도 닮았다. 경주용 자동차의 더블위시본 방식 서스펜션과 비슷한 구조다. 다만, 자동차의 서스펜션과 차이가 있다면 저 링크구조 가운데의 스프링은 노면의 충격을 흡수하는 쇽 옵서버가 아니라, 자전거가 좌우로 기울어질 때 출렁거리는 것을 방지하고 원상태로 자세가 복원되는 것을 돕는다.  

자전거가 코너에서 턴을 할 때는 좌우 바퀴가 연동되어 시소처럼 움직인다. 실제로는 바퀴가 지면에 붙어있는 상태에서 자전거가 좌우로 기울어지는 구조다. 자전거가 똑바로 서있을 때나 기울었을 때나 바퀴는 좌우로 각도를 바꿔 조향할 수 있는데, 어떤 자세일 때도 핸들링에 저항이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무척 부드럽다. 그만큼 앞바퀴의 링크 설계가 뛰어나다는 뜻이다.

좌우로 기울어지는 구조와 방향전환을 위한 구조, 그리고 바퀴의 디스크브레이크 시스템까지 결합되니 한눈에 보기에도 보통 자전거가 아니다. 자동차만큼 복잡하다고 하면 분명 과장이겠지만, 구조가 닮았고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높은 신뢰도를 필요로 한다. 튼튼하고 오래 사용해도 고장이 나지 않아야 한다. 

일부러 부하를 건 상태에서 핸들을 돌리고 좌우로 기울여도 어떤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견고하다. 정말이지, 일반 가정에서 아이들을 태우는 용도로 사용하기엔 과하다 싶을 만큼 멋지고 훌륭하다! MK1은 그야말로 기계 광이라면 홀딱 반할 만한 녀석이리라.

자전거에 부착되는 박스도 용도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다. 아이를 태우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려면 시트와 안전벨트가 부착된 박스를 선택할 수 있고, 본격적으로 짐을 실어 나르고자 한다면 튼튼한 커버가 달린 박스를 선택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자전거는 딱 한 가지 용도로 사용하기보다는, 사용자에 따라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하다.  

솔직히 이 자전거를 본 사람의 생각은 두 가지로 나뉘지 않을까? ‘멋지다!’ 혹은 ‘우리나라 실정엔 안 맞아’라고. 필자도 공감한다. 자동차를 세워놓을 주차장조차 충분하지 않다면, 이런 자전거를 들여놓기가 쉽지 않다. 주차장에 세울 차를 포기하고 부처스 & 바이시클스의 MK1을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자전거가 탄생한 코펜하겐이 아니라도 좋다. 언젠가 나의 작업실, 차고, 별장 같은 여유로운 공간에서 꿈꿨던 삶을 살고 있을 때, 곁에 이런 자전거 한 대가 놓여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이 자전거를 타고 물건을 배달하고, 아이를 태우고, 아이스크림 통을 싣고 거리를 나가더라도 페달을 밟는 만큼 땀을 흘리며 남다른 멋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부처스 앤 바이시클의 MK1-E는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드는 자전거다.

어쨌거나 이 자전거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보는 것이다. 궁금하다면 자전거가 전시된 서울 어반 벨로 프로젝트 플래그십 스토어(http://www.uvpkorea.com)를 방문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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