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 볼트는 이미 오랜 인기를 끌어온 미국제 크루저와 비교대상이 되곤 하지만 야마하는 이를 거부하듯 전통적인 가치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스포츠 헤리티지 이미지에 집중해왔다. 개성과 전통에 무게를 두는 스포츠 헤리티지 카테고리에 속한 만큼 커스텀, 다양성을 중시해왔으며 이를 통해 세 가지의 볼트가 새롭게 파생됐다. 이로써 볼트의 라인업은 총 세 가지로 분리, 정립됐으며 각양각색의 매력으로 스트리트 크루저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끝마친 것이다.

 

BOLT R-Spec

R스펙은 볼트 시리즈의 기본 사양이라 할 수 있는 모델로 기존의 볼트와 동일한 사양을 가지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모델인 만큼 볼트가 지향하고 있는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모델로 바버 스타일을 연출했다. 이를 위해 낮은 시트고와 대비되는 높은 핸들, 바버스타일의 짤막한 리어 펜더를 갖추고 있다. 고전적인 매력을 지향하는 만큼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크롬 파츠는 물론이고 눈에 띄는 유광 색상까지도 최대한 억제해 차분한 느낌을 연출했다. 

좌측에서 보면 어느덧 크루저의 상징이 된 공랭 브이트윈 엔진이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다. 기다란 V형 실린더와 냉각핀이 주는 심미적 요소만으로도 시대를 초월한 매력이 있지만, 엔진의 진정한 매력은 주행에서 나오는 법이다.

볼트에 사용된 엔진은 드랙스타950에서 사용됐던 942cc 엔진이다. 중, 저 RPM에 토크와 출력이 집중된 세팅으로 도심에서의 주행이 편리하고 고단, 저속의 항속주행에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무엇보다 공랭 빅트윈 엔진이 주는 고동감은 감성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크루저로 불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일반적인 클래식 바이크와 닮은 점이 제법 많다. 바버 크루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피넛스타일 연료 탱크보다 클래식한 연료 탱크를 사용하였고 가볍고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 역시 스트리트 클래식 바이크의 것처럼 느껴진다. 흔히 비교되는 아이언883과 완벽한 라이벌 위치에 서 있는 바이크가 아닌 스포츠 헤리티지에 속한 독자적인 장르의 바이크로 봐야 한다. 

 

BOLT C-Spec

클래식 바이크 중 빼놓을 수 없는 약방의 감초는 역시 카페레이서일 것이다. 물론 스포츠 헤리티지를 표방하는 볼트에게도 카페레이서는 놓칠 수 없는 요소였으니 볼트에게 카페레이서의 요소를 듬뿍 넣은 것이 바로 볼트 C스펙이다. C스펙은 본래 국내에서 XVS950CR이라는 명칭으로 판매되었으나 좀 더 간단하고 임팩트있는 이름으로 재편됐다.

첫눈에 들어오는 R스펙과의 차이점은 카페레이서의 양념이 듬뿍 들어간 건파이터 스타일 시트다. R스펙보다 더 푹신해지고 75mm나 높아진 시트는 전혀 다른 주행환경을 제공해준다. 변경된 핸들, 스텝과의 조합으로 좀 더 공격적인 자세를 연출하면서 프론트에 강한 하중을 줌으로써 날카로운 핸들링 특성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라이딩 자세만으로도 공격적인 스타일의 카페레이서만의 매력을 더해주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스텝의 위치는 동일 기종이라곤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큰 변화가 있다. R스펙 대비 뒤로 150mm 멀어졌고 높이는 29mm가 높아졌다. 이로써 하반신의 포지션에 큰 변화가 생기는데, 여유 있는 크루저의 자세보다는 스포츠 네이키드의 전투적인 자세가 연출된다. 

카페레이서답게 핸들바 역시 알루미늄 세퍼레이트 타입으로 변경되어 스포티한 느낌을 주고 운전자의 수그린 어깨 자세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크루저 타입의 두꺼운 그립 대신 일반적인 핸들 그립으로 변경된 것도 C스펙의 스포츠 성향을 짐작해볼 만한 점이다. 

라이딩 포지션의 변경에 따라서 계기반의 위치도 변경됐다. R스펙은 핸들 바 하단부에 위치하고 있으나 C스펙은 탑브릿지의 상단으로 이동함에 따라 카페레이서의 숙인 자세에서도 계기반의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라이딩 포지션이 변경되고 핸들링이 달라지는 만큼 서스펜션 세팅도 달라져야 한다. C스펙은 서스펜션의 길이가 좀 더 늘어나 강력한 토크와 코너링을 즐기기 편해졌다. 클래식한 맛을 더하는 포크부츠의 추가도 소소한 변경점 중 한 가지다.

C스펙은 단순히 보이는 것만이 변화한 것이 아니다. 핸들과 시트, 스텝의 변경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라이딩 포지션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모터사이클의 인체공학적 특징이 변경되어 전혀 다른 주행질감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C스펙의 경우 더 날카로운 핸들링을 가지게 됐으며 이를 통해 카페레이서다운 스포티한 주행성능을 즐길 수 있다.

 

BOLT XR (SCR950)

최근 클래식 바이크 최고의 트렌드는 단연 스크램블러라 할 수 있다. 볼트 XR은 스크램블러 스타일을 입은 볼트 시리즈의 막내로 올해 첫 데뷔를 하게 됐다. 볼트 패밀리의 신참답게 첫인상부터 선배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볼트의 혈통이지만 변경점도 많고 스타일 또한 전혀 다르므로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바이크라고 착각이 들기도 한다. 

포장도로만이 아닌 가벼운 흙길에서의 즐거움도 추구하는 스크램블러인 만큼 오프로드의 느낌을 주는 파츠가 다수 장착됐다. 그중 백미는 스포크 휠. 높은 충격 흡수 성능으로 오프로드 주행에 용이한 알루미늄 와이어 스포크 휠과 블록패턴의 온/오프로드 겸용 타이어를 채용함으로 성능과 오프로더 분위기를 동시에 확보했다. 

또 리어 휠의 크기가 1인치 증가하여 앞 19인치, 뒤 17인치의 휠 크기가 되었고 불안정한 노면에서의 주파력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오프로드 주행에서 중요한 최저 지상고도 추가로 확보해 기존대비 15mm 높아졌다. 

일체형 시트는 좁고 평평한 형태로 스크램블러의 정석을 잘 따르고 있다. 시트 형상이 변경된 만큼 시트고도 자연스럽게 높아졌으며 R스펙보다 140mm 높아진 830mm가 되었다. 높아진 시트와 변경된 형상은 오프로드 주행 시 자유로운 포지션을 제공해주고 충격 흡수에도 용이하다. 

손쉬운 조향을 돕는 파이프 형태의 핸들은 상당히 넓으며 높게 위치해 있다. 이는 스크램블러의 주행 환경에 기인한 것으로 저속에서도 정확한 핸들링을 할 수 있으며, 스탠딩 자세에도 유리한 세팅이다. 또한 핸들 가운데의 크로스바는 핸들의 강도를 위한 것으로 볼트 XR이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뒀다는 것을 보여준다. 달라진 포지션과 핸들의 변경으로 노면 접지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정확하고 가벼운 핸들링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예스러운 멋이 있는 사이드 패널은 클래식 번호판 스타일로 꾸며졌으며 재미있는 요소가 숨어있다. 바로 작은 수납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 비록 큰 수납공간은 아니지만, 배낭 하나 메고 흙길 라이딩을 즐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앞, 뒤 펜더의 작은 변화는 전체적인 인상을 크게 바꿔줬다. 리어 펜더는 짧아졌으며 단단한 금속 재질로 변경되었다. 또한 높게 배치되어 시원하고 스포티한 인상을 준다. 

반면에 프론트 펜더는 오히려 길어졌으며 마찬가지로 금속재질로 변경되어 실용성을 강조했다.

볼트 XR은 젊은 감각이 물씬 묻어나오는 거친 막냇 동생이다. 완성도 높은 스크램블러 스타일과 실제 오프로드 주행을 고려한 세팅은 볼트 XR이 스크램블러 열풍에 휩쓸려 급조된 모델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 스크램블러의 본 무대였던 60년대의 컨트리 스타일과 뒤처지지 않는 기본 엔진 성능을 잘 녹여낸 스포츠 헤리티지의 ‘즐거움’을 담당할 새로운 라인이다.

바버 스타일의 원형을 탈피해 카페레이서와 스크램블러를 창조해낸 볼트의 변신은 흥미진진하다. 겉모습의 일신만으로도 충분히 다채롭다. 하지만 다이어그램이 보여주듯 외형만 바꾼 것이 아니라 다른 주행질감을 보여주는 새로운 바이크를 만들어냈다. 볼트를 패션 크루저들의 아류작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볼트는 옛것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야마하 스포츠 헤리티지의 원형이자, 야마하만의 실용주의와 모터사이클의 즐거움에 관한 철학이 담겨있는 새로운 장르의 바이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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