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뮬러 원이 자동차 기술의 발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다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다. 공기역학적 자동차 디자인에서 엔진과 서스펜션, 타이어,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 현대 자동차에 적용되는 기술 대부분을 극한으로 갈고닦아 테스트하기 위한 필드가 포뮬러 원 레이스였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미래의 자동차는 아마 전기에너지로 달리게 될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론 앞날이 다가오기 전에는 알 수 없지만, 전기자동차 기술을 테스트하고 이에 대한 사람의 관심을 촉구하기에 레이스만 한 것이 없는 것 또한 사실. 이에 FIA는 지난 2014년부터 순수하게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달리는 레이스카의 무대인 ‘포뮬러 E’를 개최하기 시작했고, 올해로 5번째 무대를 맞는다. 

포뮬러 E는 오픈 휠 레이스카의 경쟁이라는 점에서는 시각적으로 포뮬러 원과 닮았지만, 레이스카의 본질은 완전히 다르다. 포뮬러 E는 엔진이 아닌 전기모터를 사용하며, 사실 성능 면에서는 200kW 정도의 출력을 내는 포뮬러 E의 전기모터가 700마력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는 포뮬러 원의 V6 터보엔진을 능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포뮬러 E를 단순히 ‘전기모터를 탑재한 포뮬러 원의 축소판’이라 생각한다면 이 또한 섣부른 판단이다. 포뮬러 E는 친환경적인 파워트레인뿐 아니라 휠과 타이어와 같은 요소에서 일반 자동차와 비슷한 요소가 많다. 또 ‘배터리 효율’이 레이스의 행방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공기역학적으로 낭비가 없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포뮬러 원이 수많은 규정과 제한사항 안에서 공기역학적인 완벽함을 추구한다면, 포뮬러 E는 보다 자유로운 룰 안에서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미래적인 디자인의 레이스카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 결과 ‘애니메이션에 등장할법한’ 레이스카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전 르노 F1 팀 프린서펄인 프레데릭 바쇠르가 설립한 스파크 레이싱 테크놀로지는 작년 여름 FIA의 포뮬려 E 레이스카 섀시 공급을 위한 입찰에서 승리했고, 2018년부터 포뮬러 E에서 사용할 섀시를 공급할 예정이다. 

차세대 포뮬러 E 레이스카는 배터리의 용량을 기존 28kW에서 54kW로 키워 주행거리를 늘릴 계획이며, 공기역학적으로 더 뛰어난 디자인을 채택할 계획이다. 이에 맥라렌 어플라이드 테크놀로지가 공급 예정인 배터리의 무게는 더 무거워질 것이고, 더 우수한 주행성능을 위해 섀시의 경량화가 요구된다. 

이번에 스파크가 공개한 차세대 포뮬러 E 레이스카의 이미지는 실물이 아닌 렌더링으로 완성된 것. 기존의 포뮬러 E 레이스카와 비교하면 급진적이다. 날개가 차체의 일부로 녹아들었고, 바퀴는 완전히 페어링으로 감싸 와류를 줄이고, 운전석은 캐노피로 감쌌다. 그야말로 애니메이션 사이버 포뮬러의 레이스카가 현신한 듯한 디자인이지만, 놀랍게도 이는 멋이 아닌 기능을 추구한 디자인의 결과물이다. 

특히 기존의 자동차메이커 외에도 신기술로 무장한 벤처들이 뛰어들면서 포뮬러 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양상의 레이스가 펼쳐질 것으로 여겨진다. 인공지능과 변신기능은 탑재되지 않았지만, 2018년부터 어쩌면 정말로 이런 미래에서 온 레이스카와 신기술을 투입한 메이커의 새로운 전쟁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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