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장난감 탈 것은 아빠가 고른다! 여기에는 분명 아이를 핑계로 아내의 눈을 피해 무언가 재미난 물건을 쇼핑하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아빠의 속내가 있으리라. 멋진 레트로스포츠카를 살 수는 없지만, 책상 위를 장식할 정밀한 자동차 모형 하나를 사기에도 아내의 눈치가 보이지만, 어쩌면 이 녀석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를 위한 탈 것이니까.

영국의 코치빌더 모건 모터 컴퍼니는 규모는 작아도 독특한 자동차를 만드는 메이커다. ‘에어로 8’과 같은 클래식카의 감성을 담은 4륜 스포츠카를 만들기도 하지만, 역시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 가장 잘 알려진 모델이라면 ‘3-휠러’라는 클래식한 스타일의 3륜 스포츠카 아닐까?

이 멋진 스포츠카는 1932년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3-휠러 F시리즈’라는 모델의 뒤를 잇는다. 오리지널 F시리즈와는 다르지만 그 형태를 거의 그대로 재현해 2011년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되어 전 세계 클래식 스포츠카 마니아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리지널 3-휠러 F타입은 모터사이클용 엔진을 탑재한 경량 스포츠카였고, 근래의 3-휠러 역시 마찬가지로 할리-데이비슨 스크리밍 이글 V트윈 엔진을 탑재해 여기에 마쯔다의 5단 트랜스미션을 결합했다. 차체는 나무로 만든 골조에 알루미늄 패널을 씌웠다. 클래식카의 제작방법 그 자체를 지금까지 고집한다. 

짐작할 수 있듯 모건 3-휠러의 출력은 자동차치고는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운전의 즐거움이다. 운전석이 완전히 노출된 3-휠러의 차체는 마치 클래식 항공기의 조종석을 떠올리게 만든다. 지면을 낮게 날아가듯 질주하는 3-휠러와 운전자의 모습에서 ‘파일럿’의 모습을 떠올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모건은 2015년 3-휠러에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EV3’를 공개했다. 20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EV3의 제원은 별로 대단한 것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차체 무게 500kg의 가벼운 무게 덕분에 한 번 충전으로 150마일(약 24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144km/h, 0-100km/h 도달시간은 약 8초이다. 클래식한 감성과 현대기술이 조화를 이룬 이 멋진 전기자동차는 아직 양산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아마 이 모델이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전 세계의 클래식카, 경량 스포츠카 마니아들 또한 적지 않으리라. 

그런데 모건이 아주 재미있는 탈 것을 내놓았다. 전기의 힘으로 움직이는 이 콤팩트한 트라이크의 이름은 ‘주니어 EV’다. 마치 보트나 클래식 항공기를 떠올리게 하는 늘씬하고 심플한 차체와 좌우로 돌출된 스포크 휠이 멋지다. 그런데 얼마나 작기에 ‘주니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모건 3-휠러는 경량 소형 스포츠카지만, 이와 비교해보아도 주니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를 알 만하다. 아마도 여러분의 짐작이 맞을 것이다. 주니어 EV는 어린이를 위한 전기 트라이크다. 전진과 후진이 가능한 트랜스미션을 탑재했고, 배터리는 약 4시간동안 충전해 운전 스타일에 따라 약 10마일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어린이용 자동차라 해서 우습게 볼 것은 아니다. 적어도 외관만큼은 실제 자동차 이상으로 멋지고 고급스럽게 꾸밀 수 있으니까. 모건의 실제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색상은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주문할 수 있으며, 40,000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차량을 마음껏 꾸밀 수 있는 스티커 팩이 제공된다! 시트는 검정색 혹은 황갈색의 가죽을 선택할 수 있고, 마무리는 에나멜과 크롬을 입힌 모건의 날개모양 엠블럼이 장식한다.

모건 3-휠러의 상징과도 같은 프론트 더블위시본 서스펜션 역시 충실히 재현되었고, 실제와 똑같이 작동한다. 구체적인 제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코일스프링과 함께 유압식 댐퍼를 적용했고, 노면 충격 흡수와 접지력을 유지하는 실차의 서스펜션과 똑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휠과 서스펜션은 자전거용 부품을 일부 사용했으니, 설령 모건이 보장하는 12개월 워런티가 끝난 이후 고장이 난다해도 수리에 애먹을 일은 별로 없겠다. 

정말이지 이런 어린이용 전기자동차를 선물 받는다면 10년 치 세뱃돈과 어린이날 선물을 가불하더라도 불만이 없을 듯하다. 물론 이건 아빠들의 생각이고, 어쩌면 변신 로봇이 더 좋은 어린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어린이들도 나중에 커선 아빠의 꿈과 낭만을 이해하고 고마워 하지 않을까. 

모건 주니어 EV는 모건 모터 컴퍼니의 공식 온라인 숍(www.morgan-motor.co.uk/mmc/shop/index.php/morgan-junior-ev.html)에서 지금 당장 주문할 수 있다. 그런데 어디보자 가격이 세금 포함 7,995파운드(약 1,140만원)으로 조금 비싼 건 아내에게 비밀로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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