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첨단전술차량, 조금 더 보태 미래의 자동차 중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자동차를 꼽으라면 역시 배트모빌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1966년 영화에 처음 등장한 배트모빌은 지금 보면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특이하게 생긴 외형뿐 아니라 당대의 사람이 생각한 첨단기술이 가득 녹아있는 자동차였으니 한 시대를 보여주는 아이코닉 한 자동차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에도 부족함 없으리라.

그리고 올해 또 한 대의 배트모빌이 등장했으니, 오는 2월 개봉할 예정인 배트맨 시리즈 신작에 등장할 신차(?)를 쉐보레가 공개했다. 이름하여 ‘레고 배트모빌’, 레고 시리즈의 신작이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 차가 ‘실물’ 사이즈라는 것. 레고 블록으로 만들었지만 후드 위의 박쥐 엠블럼과 차체 측면의 ‘스피드웨폰’ 로고까지 멋지게 디테일을 살렸다.

제조사인 쉐보레에 의하면 레고 배트모빌의 전장은 5.1m에 이르며, 34만 개의 레고 블록을 사용해 만들었다고 한다. ‘개발’ 시간은 222시간. 분명 대단한 작업이기는 한데, 실제 자동차 한 대를 개발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엄청나게 빠른 셈이다. 참고로 조립에는 1,833시간이 걸렸다고. 재미있는 것은 작은 레고조각을 이용해 만들었음에도 레고 블록의 동그란 요철까지 재현했다. 이쯤 되면 배트모빌의 레고 버전이 아닌 ‘레고 배트모빌’의 현실 버전이라고 불러야 할 듯하다.

배트모빌의 스펙은 역대 최고급이다. 결코 제트엔진에도 뒤지지 않을 배기량 60.2리터 V100 엔진을 탑재했고, 여기에 로켓 부스터가 탑재되었으니 엄청난 가속성능을 보여줄 듯하다. 전장 5.1m의 길이는 역대 배트모빌 중에는 오히려 콤팩트한 편. 여기에 앞뒤 바퀴를 90도 꺾어 좁은 공간에서 자유자재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평행주차 기능까지 탑재했다고. 게다가 레이스 모드와 몬스터 트럭 모드로 변환해 온/오프로드를 모두 자유자재로 주파할 수 있다.

어쨌거나 악당들의 차량과 제원을 비교해보면 압도적인 성능으로 정의를 지키는 데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쉐보레가 10년/10만 마일 보증을 해준다고. 물론 보증기간이 끝나기 전에 신형 배트모빌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슈퍼파워와 인텔리전스를 모두 갖췄다는 것이 쉐보레의 설명. 애플 카플레이가 내장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빌트인 4G LTE 와이파이를 갖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 물론 이것은 브루스 웨인과 항상 연결되기 위함일 것이며, SNS 인기 관리용은 아닐 것이다. 장애물은 거침없이 밟고 넘어갈 것 같은 외형이지만, 자율주행기능뿐 아니라 의외로 사각지대 충돌경보 기능을 갖췄다. 

물론 ‘레고’라는 이름이 들어간 시점에서 이 차량제원은 그냥 영화적 재미를 위한 것임을 누구나 눈치 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쉐보레는 깨알같이 미래의 자동차 홍보를 하고 있는 것. 심지어 배트모빌에 쉐보레 엠블럼도 붙였다. 어쩌면 영화에서는 엠블럼을 가리고 나올지도 모르지만, 자동차 대국 미국의 자존심은 지킨 셈. 한술 더 떠서 쉐보레는 디트로이트 도심의 본사 빌딩에 박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며 배트맨과 브랜드를 홍보하기도 했다.

그나저나 영화는 아직 개봉하지 않았지만 이 배트모빌은 이미 판매를 시작했다. 물론 배트모빌을 구입하러 쉐보레 대리점을 찾는다면 실수가 아니라 병이다. 배트모빌 구입은 레고 공식 온라인 숍, 혹은 토이저러스에 문의하기 바란다. 어쩌면 실제 운행 가능한 차량을 실제로 제작하려는 마니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V100 엔진을 제작하기는 결코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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