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라이드매거진 편집부가 한 해 동안 경험한 여러 모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스타 플레이어 다섯 대를 꼽아봤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 2만 대 이상의 사전계약 건수는 국내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이다. 그랜저라는 브랜드가 지닌 가치와 발전된 디자인, 상품성이 이룬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시승해본 결과, 주행감각도 수준급이다. 현대차 특유의 안전편의품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여기에 고급 세단에서 만끽할 수 있는 유연한 승차감과 고속에서도 탁월한 안정성을 뽐내는 주행성능은 만족감을 더한다.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현대차의 집념이 빛을 발했다.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실상 경쟁 모델이 없다. 그나마 라이벌로 꼽히는 기아차 K7은 너무나도 벅찬 상대를 만났다. 당분간, 아니 어쩌면 오랫동안 국내 준대형 시장의 패권은 그랜저에 돌아갈 듯싶다. 신형 그랜저는 2016년 데뷔한 가장 막강한 스타 플레이어다.

르노삼성 SM6. 르노삼성을 살린 모델. 올해 초 판매가 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을 뒤흔들었다. 더 나아가 새로운 판까지 짰다. 소비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갈망했고, 르노삼성이 이런 요구를 부족함 없이 충족시켰다. 덕분에 국민차 쏘나타의 명성은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칠쳤으며, 단순히 크기를 키우고 좋은 옵션 몇 개 더 넣는다고 판매량이 상승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을 방증했다. 시장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디자인과 주행감성 등을 갖춰야 하는데, SM6는 새로운 틀에 딱 알맞은 상품성을 자랑한 셈. 따라서 한동안 SM6를 뛰어넘을 획기적인 중형 세단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 차의 성장세는 내년에도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다.

시트로엥 칵투스. 기대했던 것만큼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독창적인 정체성을 뽐내며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여기에는 에어범프로 대변되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이를 꾸미는 다채로운 색상이 큰 힘이 되었다. 따라서 무채색 차만 넘쳐나는 국내 도로 환경 속 칵투스의 존재감은 스포츠카만큼이나 매력적이다. 독특한 겉모습은 실내로도 이어지는데, 버튼식 변속기, 소파 시트, 가방끈 형상의 도어 핸들, 글로브 박스 등 하나같이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투성이다. 그 발랄함에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물론 뚜렷한 개성을 지닌 만큼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 빠지면 자꾸만 끌리는 묘한 매력이 있다. '크리에이티브'란 브랜드 슬로건에 맞춰 도전적인 차를 선보인 시트로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볼보 XC90. 14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XC90. 진정한 스웨디시 프리미엄을 향한 볼보 브랜드의 밑거름이 된 모델이자 터닝포인트다. 고급스러움을 한껏 끌어올린 디자인을 비롯해 첨단 안전편의품목이 대거 적용된 것이 특징. 출시 이후 가격 때문에 여러 차례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는 했지만, 흠잡을 때 없는 완성도로 부족함 없는 값어치를 증명했다. 부드러운 움직임은 생각보다 놀라웠고, 때때로 재치있는 주행감각을 보여주며 특유의 운동성능을 드러냈다. 여기에 다운사이징 엔진이 주는 효율은 덤. 평범한 SUV가 주를 이루던 시장에 볼보가 제대로 된 카운터 펀치를 날린 셈이다. 2016년을 빛낸 스타 플레이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브랜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차. 그 행보가 궁금하다.

캐딜락 CT6. 프리미엄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CT6의 입지는 모호하다. 가격은 한 단계 낮은 차급과 비슷하지만, 체격은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차의 가격은 7,880~9,580만 원. 상품성은 독일산 대형 세단을 정조준하고 있으면서 값은 독일산 중형 세단으로 내렸다. 즉,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더욱 풍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얘기. 넉넉한 힘을 내는 파워트레인은 평온함과 스포티함을 오가며 운전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다양한 안전편의폼목은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 환경 속에서 운전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아울러 우아하고도 당당한 디자인은 오너의 자부심으로 돌아온다. 2016년 성과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러나 정교함을 품은 아메리칸 럭셔리 CT6의 가능성은 절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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