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아도 너무 닮았다. ‘최근 뒷면 디자인 트렌드인가?’ 할 정도다. 모두 한 디자이너의 손에서 나온 것 같다. 국산차 중 비슷한 뒷면 디자인 언어를 드러내고 있는 모델을 꼽아봤다.  

 

 

르노삼성 SM6, QM6. 우선 살펴 볼 모델은 르노삼성의 중형세단 SM6. 좌에서 우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 디자인이 한 눈에 들어온다. 르노 외관 디자인 총괄 부사장 앤서니 로는 이 부분에 대해 “르노만의 독창적 디자인 언어가 반영되었으며, ‘ㄷ’자형 주간주행등을 담고 있는 앞면과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분명 매력적이다. 시각적으로 넓고 낮은 자세를 구현하는 데 일조한다. 쌍둥이 모델 격인 QM6도 마찬가지다. SM6에서 구현된 테일램프 디자인 언어가 그대로 녹아들어 한층 스타일리시한 SUV로 탄생되었다. 그 분위기가 다분히 도시적이다. SM6와 QM6에서 선보인 이 테일램프 조형은 내년 하반기 국내에 출시될 SM4에서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평형 테일램프 디자인이 향후 르노삼성을 대표할 디자인 정체성으로 자리 잡을지, 이 회사의 디자인 행보가 기대되는 바다.

 

 

기아차 스포티지. 테일램프 디자인는 앞서 언급한 르노삼성 SM6, QM6와 크게 다르지 않다. 좌에서 우로 길게 이어진 테일램프 디자인 그대로다. 마찬가지로 시각적인 넓고 낮은 자세 구현에 일조한다. 중앙에 크롬 라인을 더해 보는 맛을 높인 것이 차이점이라면 차이점. 기아차에 따르면, 수평적 연결감을 강조해 안정감은 물론 세련된 뒷면 이미지를 구현했다고. 지난해 9월, 스포티지 출시가 되자 언론과 대중은 이 차의 앞면 디자인에 대해 ‘포르쉐를 베꼈다’, ‘망둥이를 닮았다’ 등 혹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뒷면 디자인에 대해서는 혹평 대신 호평을 이어갔다. 심지어 ‘앞면이 뒷면의 반이라도 따라갔으면…’ 하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앞면과 비교해서 더 나은 것인지, 아니면 정말 완벽에 가까운 뒷면 디자인을 구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다수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기아차 K7. 좌우 테일램프를 크롬 라인으로 이었다. 구형에서 양 테일램프 하단부를 가로 질렀던 크롬 라인이 상단부로 위치를 이동하며 이미지가 달라졌다. 부드러움에서 강렬함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회사는 트렁크 좌우를 가로지르는 크롬 라인과 간결하게 디자인된 테일램프가 조화를 이루며 세련된 중후함을 표현했으며, 기존 모델 대비 볼륨감이 강화된 뒷범퍼와 범퍼 일체형 듀얼 머플러를 통해 널찍하고 웅장한 이미지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K7만의 차별화된 부분은 테일램프 끝단에 있는 ‘Z’자형 시그니처 라인. 앞면 헤드램프와 디자인 통일감을 이루면서 젊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안 그래도 남자다운 강인함을 품고 있는 생김새가 이 Z자형 디자인 요소를 만나며 더욱 화려한 모양새를 드러낸 것. 이 차를 디자인한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는 “누가 봐도 한눈에 K7임을 알 수 있게 뒷면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 장안의 화제 신형 그랜저는 디자인적으로 한 단계 진화했다. 전작의 고급스러움을 계승하는 동시에 현대적인 조형미를 담아 앞, 뒤, 옆, 어디에서 봐도 균형 잡힌 생김새를 과시한다. 이중 뒷면은 지난 4세대부터 이어온 디자인 정체성을 새롭게 풀어내 신형 그랜저 디자인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어디서 많이 본 디자인이다’, ‘타 브랜드 디자인을 교묘하게 섞어놨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없는 얘기는 아니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유사한 디자인이 지속적으로 나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표출되는 의견인 셈. 그래도 분명한 것은 그랜저에게는 과거의 결과물이 있다는 것이다. 이전 세대의 디자인을 계승 발전했다는 현대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이자 신형 그랜저 디자인의 강력한 무기다. 2만 대가 넘는 사전계약률을 보여준 모델인 만큼 앞으로 도로에서 이 차의 뒷면 디자인을 볼 날이 많을 듯싶다.

 

 

기아차 K9. 두툼한 크롬 라인이 좌우에 있는 테일램프와 만나 수평형 뒷면 디자인을 완성했다. 그 모양새가 동생 격인 K7과 비슷하다. 여기에 널찍하게 디자인된 라이팅으로 브랜드 플래그십 세단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당당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진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더욱 풍채가 훤해졌다. 이전 버전은 어딘가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는데, 확실히 성공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그나저나 처음 소개한 르노삼성 SM6, QM6를 제외하고 계속해서 현대기아차를 언급하다 보니 한 디자이너의 손 길이 느껴진다. 바로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으로 재직 중인 그의 미적 감각이 여러 차종 뒷면 디자인에 녹아든 듯하다. 물론 브랜드만의 정체성 혹은 특정 모델만의 고유성으로 인한 디자인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결국 그의 스타일 안에서 재정립된 형태임을 감안한다면, 한 디자이너의 영향력이 꽤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입차로 눈을 돌려보면…

 

 

수입차로 눈을 돌려보면, 또 나름대로 국산차에서 드러난 수평형 테일램프 디자인이 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링컨 컨티넨탈이 그렇고, 국내 미수입 차량 중 닷지 차저가 또 그렇다. 특히, 닷지 차저의 뒷면 디자인은 신형 그랜저 뒷면 디자인과 매우 비슷해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로움을 자아낸다. 어찌 되었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디자인은 예술이면서도 예술이 아니라는 것. 따라서 정답이 없다. 완벽한 창조도 없다. 초반 작업부터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불특정 물체로부터 영감을 얻기에 남과 유사해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또 소비와 직결되는 디자인 트렌드가 존재하기에 무턱대고 독특한 생김새를 구현할 수도 없다. 결국 세일즈를 위한 조형물이고 앞으로도 유사한 디자인은 끊임없이 만들어져 소비자를 유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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