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1.21 화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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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스포츠 프로덕트, CBR1000RR 파이어블레이드 SP

2017년은 파이어블레이드(Fireblade)가 탄생한지 25주년이 되는 해다. 1992년 당시 혼다는 코너링, 가속력, 제동력에 초점을 맞춘 컨트롤성을 실현하기 위해 최적의 파워와 중량의 비율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당시로써 혁신적인 마력 대 중량 비(파워-웨이트 레이쇼)를 목표로 양산 슈퍼스포츠 바이크를 만들었다. 

지난 25년간 많은 변천사를 겪은 파이어블레이드는 25년이 지난 지금, 처음의 목표에 다시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양산차임에도 연료까지 채우고도 무게는 200킬로그램이 채 되지 않으면서도 파워는 200마력을 넘기는 현재의 리터 슈퍼바이크의 세계. 2000년대 초반에 일제 브랜드끼리 각축전을 벌였던 1마력, 1킬로그램을 건 숫자 싸움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

이런 시장에 다시 출사표를 던진 파이어블레이드는 예상을 깨뜨렸다. 200마력은커녕 190마력도 되지 않는 엔진으로 SP(스포츠 프로덕션) 명찰을 달고 당당히 인터모트(INTERMOT) 모터쇼에 나선 것이다. 혼다는 파이어블레이드의 방향성은 토탈 컨트롤(Total Control)이라 부르짖어 왔다. 그들이 2017년형 새로운 파이어블레이드에게 붙인 캐치프레이즈는 ‘차세대 토탈 컨트롤(Next Stage Total Control)’이다.

이전 버전의 파이어블레이드가 토탈 컨트롤을 추구하는 수단이 오로지 골격(프레임)과 관절(서스펜션)을 다듬는 아날로그 방식에 몰두했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적용 가능한 전자 제어 시스템을 상당 부분 도입했다. 그 중심에는 측정 기구 5축 관성 측정 장치(IMU)가 있다. 이미 다른 슈퍼바이크가 앞 다투어 채용하고 있는 장비다. 이로써 슈퍼바이크가 내비칠 수 있는 다양한 격동적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계측할 수 있게 됐다. 즉 바이크 위에서 라이더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가능한 한 밸런스를 잃지 않게끔 대응한다.

SP는 스포츠 프로덕션답게 서스펜션 또한 레이스에 당장 뛰어들어도 될법한 고급 장비를 썼다. 올린즈 NIX30 앞 포크와 TTX36 쇽 옵저버를 사용했으며 여기에는 ECU를 통해 조절되는 올린즈의 최신 댐핑 제어 기술이 담겨있다. 

모든 일은 순식간에 처리된다. 서스펜션 제어 유닛(SCU)은 보쉬의 MM5.10 IMU 자이로 센서와 맞물려 있다. 롤(좌우 기울기) 속도, 요잉(앞/뒤 뒤틀림)레이트 및 뱅킹 각 정보 등 5축(3축 가속도와 2축 뱅킹 속도) 감지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신받아 ECU가 계산하고 SCU에 적용한다. 또한, ECU로부터 휠 회전 속도, 엔진 회전수, 제동 입력, 스로틀 개도각 정보를 수집해 운전자가 스위치를 눌러 선택된 모드에 따라서 각 스텝 모터를 통해 최적의 압축 및 감쇠력을 늘리고 줄인다.

서스펜션 제어 유닛에는 세 가지의 액티브 모드와 까다로운 라이더를 위한 세 가지 매뉴얼(수동) 모드가 있다. 액티브 모드로 설정하면 감쇠력 제어와 라이딩 조건에 맞도록 알아서 최적화된다. 물론 이 모드에서도 미세한 범위까지 필요한 부분만 조절할 수도 있다.

코너링 ABS도 장비된다. 기울인 각도에 따라 제동력을 제어하는데, 특히 코너에 진입하면서 강하게 제동할 때 리어 휠이 들리지 않도록 제동력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리어 리프트 컨트롤(RLC)과 궁합이 좋다. 새로운 장비는 과거의 독자적인 C-ABS에 비해 10킬로그램 가량 절약한 것으로 보인다. 구형의 경우 ABS 옵션을 선택하면 중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버전의 GP머신인 RC213V-S와 마찬가지로 파이어블레이드 SP 또한 자동으로 밝기가 감응 조절되는 4색 TFT 크리스탈 대시 보드가 설치된다. 사용자는 세 가지 디스플레이 모드 중 고를 수 있다. 스트리트, 서킷, 메카닉 모드는 각각 가장 중요한 부분을 확대해 보기 좋도록 정보를 배치한다.

스트리트 모드는 엔진 파워, HSTC(트랙션 컨트롤), 엔진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의 설정, 비상 연료 거리, 순간 및 평균 연비, 평균 속도와 시간 등 투어링 바이크로써도 좋을 만한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서킷 모드는 랩 타이머, 베스트 랩 등 기록에 대한 정보가 더해지며 메카닉 모드는 엔진회전수가 디지털 수치로 표시되고 기어 위치, 스로틀 그립 각도, 냉각수 온도와 배터리 전압 등 세팅 및 관리에 필요한 정보가 표시된다. 

신형 SP의 무게는 구형 버전보다 14킬로그램 가벼운 197킬로그램이다. 레이크와 트레일은 그대로이지만 프레임의 강성 밸런스를 개선해 스티어링 반응을 안정성 위주로 다듬었다.  프레임 외벽 두께를 얇게 만들어 500그램을 절약했으며, 라이더에게 보다 빠른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 비틀림 면에서 이전 대비 10퍼센트 더 유연하게 설계했다고 한다.

바뀐 세팅의 프레임 강성을 보완하는 방편으로 알루미늄 유닛 프로 링크 스윙 암의 하이브리드 구조를 바꿨다. 여기에서는 100그램을 절약했다. 다이 캐스트 알루미늄 서브 프레임도 같은 방법으로 800그램을 줄일 수 있었다. 휠베이스는 1,404mm이며 시트 높이는 최신 슈퍼스포츠 바이크 평균 수준인 831mm에 그친다. 

다이어트는 휠에서도 가능했다. 100그램을 줄여 발놀림을 한층 가볍게 했으며, 장착되는 순정타이어는 앞 120mm, 뒤 190mm의 17인치 하이그립 컴파운드의 브릿지스톤 RS10s다. 카울 사이즈도 다소 작아졌는데 프론트 페어링 폭이 24밀리미터 줄었다. 이전에 비해 미들 카울이 작아지고 언더 카울은 커지면서 자연스레 메인 프레임이 더 노출됐다. 

다소 진취적인 부분도 있다. 파이어블레이드 SP는 혼다의 병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한 바이크로서 스로틀 바이 와이어(전자식 스로틀)를 사용한 첫 모델이다. 스로틀 포지션 센서는 오른쪽 핸들 바의 스위치 기어에 통합해 간소화했다. 

라이딩 모드는 세 가지가 있다. 모드 1은 풀 파워다. 가장 즉각적인 스로틀 반응을 가지고 있고 HSTC(트랙션 컨트롤)과 EB(엔진 브레이크)는 낮게 설정된다. 그러면서도 댐핑 포스는 높게 조여 고속에서 주행 안정성을 추구했다. 모드 2는 1단부터 3단 기어까지 제약이 걸린다. 좀 더 부드럽게 출력이 나오도록 조절하고 중간 정도의 HSTC와 EB가 개입된다. 모드 3은 1단부터 4단까지 개입해 출력 특성을 부드럽게 완화한다. HSTC와 EB 개입 또한 높게 설정되어 있으며 댐핑 포스는 가장 낮다. 유저 모드에서는 모든 파라미터를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클러치 조작 없이 기어를 넣을 수 있는 퀵 시프터는 업/다운 쉬프트 모두 지원한다. 동시에 다운쉬프트 시에는 회전수 보정도 알아서 해준다. 

가능한 모든 부분에서 몸무게를 덜고 파워를 높인 SP는 결과적으로 엔진 파워는 11마력을 올리고, 중량은 2킬로그램을 줄였다. 최대 엔진 회전수는 13,000rpm까지 올렸다. 따라서 최고출력은 189마력(12,500rpm)에 달하며 보어와 스트로크는 그대로이지만 압축비가 기존 12.3:1에서 대폭 올라간 13:1이다.

SP2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레이싱 장비를 그대로 실었다. 혼다는 일반 도로에서도 주행 가능한 SP2를 500대만 생산하기로 했다. 카본 패턴과 골드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트리컬러 페인트는 SP2만의 차별점이다. 또 앞 18퍼센트, 뒤 9퍼센트의 휠 관성을 줄인 경량 마르케시니 휠을 기본 장비했다. 수치상 표현하기는 한계가 있지만 역학적으로 휠 관성을 줄이면 운동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첩성이 생명인 스포츠 바이크로서 휠 무게는 차체 전체 무게를 줄이는 것 이상으로 높은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계를 높이는 진짜 차이는 두 가지 HRC 레이스 키트에 있다. 레이스와 스포츠 패키지로 나뉘는 두 옵션은 혼다 레이싱 기술의 상징적인 HRC 마크를 빛나게 한다.  

실린더의 76mm 내경은 SP와 동일하지만, 흡/배기 밸브를 소폭 키우고 각도를 조절했다. 압축비는 동일한 13:1이지만 워터 재킷, 연소실과 밸브 형태를 조절해 최적화했다. 피스톤에서도 변화가 있었는데 피스톤 핀을 짧은 것으로 교체해 실린더 하나당 8그램을 감소시켰다. 심지어 레이스 키트는 특별한 ECU와 티타늄 배기 시스템을 제공하고, 실린더 부품과 와이어 하네스까지 축소 적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 공식적인 사양 발표는 없었다. 

혼다는 새로운 파이어블레이드 SP 시리즈의 개량을 두고, 모든 기술적 모태는 현역 GP머신 RC213V로부터 나왔다고 밝혔다. 파이어블레이드는 이미 SP버전이 있었고 과거 호멀러게이션 모델 VTR1000 SP 또한 마찬가지로, 혼다의 SP 버전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스포츠 프로덕트(SP) 이상으로 양산형 바이크에 적용할 수 있는 최대의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를 담기 때문이다. 

레이스 기술을 응집한 HRC(혼다 레이싱 컴퍼니)는 레이스 머신에 쓰기 위해 개발했던 기술을 양산차에 적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타협할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아무튼 우리는 집 몇 채 값인(정확히 추정할 수 없지만) RC213V의 현역기술을 더 현실 가깝게 경험할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혼다가 주장하는 ‘다음 세대의 토탈 컨트롤’이란 전자제어 기술과 아날로그 라이딩 테크닉의 교합점인가? 하나 더, 전자제어 시스템은 테크니션 메카닉의 일을 줄이고 있는 것인가, 아마추어 라이더의 공부를 줄이고 있는 것인가. 다행히도, 평범한 길거리 스포츠 라이더를 위한 스탠다드 버전의 파이어블레이드 CBR1000RR이 단종된다는 소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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