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7 수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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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XJ가 살아남는 법

 

재규어 플래그십 세단 XJ를 만났다. 긴 차체와 늘씬한 디자인은 가장 아름다운 세단이라고 불러도 손색없고, 과감한 소재 선택과 꼼꼼한 마무리는 영국차 특유의 감각이 돋보인다. 잘 만든 차가 확실한데 국내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XJ의 힘은 그리 크지 않다. 단순히 판매량만 놓고 봐도 그렇고 거리에 돌아다니는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차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영국차 특유의 섬세함과 우아함이 만나 독보적인 위치를 보여주고, 오히려 독일산 플래그십 세단에 가려져 진짜 보석을 놓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부분변경을 통해 최신 트렌드도 부지런히 맞췄다. 재규어 XJ가 척박한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무엇일까? 이 차의 진짜 가치와 멋을 안다면 분명 돌파구는 있다. 

Part 1

XJ의 첫인상은 아름답다. 유연하게 내려앉은 보닛과 부드러운 지붕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캐릭터 라인이 우아함을 더한다. 강하고 위압감을 주기보다는 조신하고 참하게 생긴 여성적인 감성을 지녔다. 실제 올 초 한국을 방문한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 이안 칼럼(Ian Callum)은 XJ를 소개하며 아름다운 라인과 균형을 가장 핵심으로 꼽았다. 아울러 이 차를 디자인하며 예술, 음악, 건축, 사진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었고, 1세대 XJ의 모습까지도 계승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부분변경으로 오면서 몇몇 부분의 특징이 도드라졌다. 헤드램프는 최근 재규어 패밀리-룩으로 밀고있는 ‘J블레이드’ 주간운행등을 추가해 존재감을 높였다. 지능형 크루즈 컨트롤을 담당하는 레이더 센서는 로고 안쪽에 일체형으로 넣어 고급스럽고 신선한 감각이다. 이 외에 아주 조금 바뀐 뒤 범퍼와 테일램프 속 구성을 제외하면 모든 부분이 기존 모델과 같다. 

Part 2

실내도 마찬가지로 큰 변화는 없다. 전체적인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비롯해 스티어링 휠, 버튼 하나하나까지도 모두 그대로다.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재규어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무언가를 크게 고치는 것보다는 실사용에서 만족감이 높은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를 통해 신형의 모습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곳이 계기반이다. 풀 TFT 디지털 화면으로 구성된 계기반은 화려한 볼거리는 물론 뛰어난 시인성도 자랑한다. 심지어 계기반을 통째로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바꿀 수도 있다. 센터페시아 가운데에 놓인 8인치 모니터는 재규어 랜드로버가 자체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인컨트롤 터치 프로’가 들어간다. 인텔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60GB SSD 등을 탑재했다고 하는데 작동이 신속 정확하다. 연동과정에서 좀처럼 답답하거나 불안함이 보이지 않는다. 길 찾기는 물론, 블루투스, 에어컨 및 각종 조작도 기대 이상이다.

Part 3 

영국을 대표하는 플래그십 세단의 뒷좌석은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정갈하고 딱 필요한 기능만 마련됐다. 10.2인치 최신형 모니터와 테이블은 접어서 수납할 수 있고, 마사지 시트와 햇빛 가리개, 뒷좌석 시트 조절 스위치 등 꼭 필요한 기능만 보기 쉽게 모여 있다. 롱 휠베이스 모델답게 공간도 넉넉하다. 조수석 시트를 앞으로 당기면 두 다리 쭉 뻗고 뒤척일 수도 있다. 움직이는 집무실, 완벽한 개인 공간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소재 선택과 배치는 신의 한수다. 제법 많은 부분에 블랙하이그로시와 크롬도금을 둘렀는데 전혀 과하지 않다. 적재적소 라인을 또렷이 살려주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저렴한 플라스틱 소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거의 모든 부분에 진짜 가죽과 진짜 나무로 도배를 했다. 여기에 실내를 감싸는 랩 어라운드 형상과 은은한 간접조명, 소리가 좋은 메르디안 오디오도 포인트다.

Part 4

XJ에는 새로 적용된 V형 6기통 3.0리터 터보디젤 엔진이 들어간다. 최고출력 300마력, 최대토크 71.4kg.m로 기존 모델보다 출력과 마력이 각각 25마력, 10.2kg.m 높아졌다. 가속감은 훌륭하다. 육중하고 긴 차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높은 속도로 도달한다. 그 과정이 요란하거나 부산스럽지 않다. 생긴 것처럼 차분하고 품격 있게 움직인다. 

체커기 모양의 버튼을 한 번 누르면 더욱 앙칼진 재규어의 본 모습이 나온다. 가변 댐퍼를 이용한 어댑티브 다이내믹스는 주행 상황과 속도를 면밀히 분석해 차체 흔들림을 최소화시켜 주고 단단한 차체와 넓은 타이어, 재빠른 변속도 역동적인 운전에 도움을 준다. 본격적인 드라이빙에는 한계가 드러나지만 제법 잘 세팅된 중형 스포츠 세단 정도의 느낌은 받을 수 있다.

물론 독일 경쟁차와 비교하면 그리 역동적인 감각은 아니다. 심지어 일반 모드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과 서스펜션 때문에 너무 출렁이지 않아?라고 느낄 정도다. 5미터가 훌쩍 넘는 긴 차체를 다루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규어는 플래그십 세단이 누려야 할 감각과 운전자가 느낄 재미를 명확히 나눠 차별화된 주행감을 마련했다. 배려심 가득한 영국차다운 모습이다. 마냥 단단하지도 그렇다고 한없이 무르지도 않는 균형 잡힌 모습이 사뭇 새롭게 느껴진다.

Part 5

분명 세월의 흐름을 지울 수는 없다. 요즘 나오는 차가 워낙 최신 기술과 휘황찬란한 볼거리로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올드’함이 답답하거나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기품 있게 시간을 보낸 클래식한 매력이 더 강하다. 또, 플래그십 세단이라면 이런 전통과 농익은 능숙함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XJ는 아직도 시장에서 경쟁할 여력이 충분하다. 

부분변경으로 오면서 재규어의 온로드, 랜드로버의 오프로드 기술을 모두 받아들였고, 재규어만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디자인과 감각적인 소재를 살펴보면 이 차를 선택할 이유가 명확해진다. 길거리에 너무 흔해진 독일산 차가 더는 지겹다면, 남들과 다른 우아한 플래그십 세단을 원한다면 재규어 XJ쪽에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영국 왕실이 사용하는 의전차’라는 타이틀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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