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9.30 금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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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K1600GT 시승Super Sport Gran Turismo

또 다른 기함의 데뷔

작년 이맘때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이슈로 떠올랐던 K1600GTL이 국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의 수많은 라이더와 각종 미디어는 BMW의 1600cc급 거대기함의 등장에 열광했고, 본지 또한 그의 등장에 아낌없는 칭찬을 쏟아냈었다. 이제와 그의 데뷔를 다시금 언급하는 이유는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많은 이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그의 형제모델 K1600GT가 국내 라이더들에게 성공적인 데뷔인사를 끝마쳤기 때문이다.
K1600시리즈는 엔진과 프레임 등 모든 부분을 공유하지만 GTL과 GT로 분리돼 세상에 공개됐다. 구성이 같은 만큼 흔히 스펙이라고 하는 제원 표를 보자면 그 차이가 눈에 썩 들어오진 않는다. 구태여 수치상의 차이를 찾아보자면 가장 눈에 띄는 건 조금 높아진 시트고와 연료탱크의 저장용량 정도. 그러나 K1600GTL과 K1600GT라는 이름으로 플래그쉽 모델을 분리한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BMW의 두 왕자

수치상의 미세한 차이와는 달리 보이는 모습의 차이는 확연하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뒤쪽의 탑 케이스가 사라진 것. 이것만으로도 굉장히 스포티한 모습을 선보이지만 좀 더 세세한 변화를 살펴보자. K1600GTL에서 부분적으로 사용됐던 크롬도금 부분이 사라지고 무광 블랙색상으로 교체되며 럭셔리를 연상케 했던 외관이 매우 날렵한 모습으로 변하게 됐다. 또, 윈드스크린은 GT라는 이름과 그 본질에 걸맞게 부분적으로 깎아 냈고, 옵션 파츠 등으로 조절 가능하지만 노멀 상태로도 수치상 60~80mm 높아진 시트는 K1600GTL과는 달리 깔끔하게 다듬은 모습이다. 시트의 높이가 달라진 만큼 풋 스텝의 위치 또한 뒤쪽으로 약간의 이동을 가졌다. 핸들은 K1600GTL에 비해 라이더와 조금 더 멀어진 모습이다. 외관상으로 보이는 모습의 변화는 딱 여기까지다. 이정도의 변화를 확연하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딱 이만큼의 변화는 라이딩 포지션의 변화를 갖게 하고, 라이딩 포지션의 변화는 전혀 다른 모터사이클의 맛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K1600GTL이 움푹 들어간 시트와 라이더에 가깝게 위치한 핸들, 앞쪽으로 배치된 풋 스텝, 탑 케이스 등으로 편안한 포지션과 넉넉한 수납공간을 갖게 하는 럭셔리한 여행의 동반자라면, K1600GT는 위의 변화로써 필요충분요소를 모두 갖추고도 퍼포먼스 라이딩에 포커스를 맞춘 즐거운 여행의 동반자로 활동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K1600GT는 GTL에 비해 여러 부분을 절감한 럭셔리의 L을 뺀 라이트 버전이 아닌, 그의 존재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BMW 모터사이클 최고의 자리를 넘보는 K1600GTL의 유일한 경쟁자라 할 수 있다.


 
6개의 눈을 가진 폭풍, Silky Six

정확하게 말하자면 K1600시리즈는 최초의 직렬 6기통 엔진을 가진 모터사이클이 아니다. 게다가 이들의 심장을 부르는 애칭인 실키 식스라는 별칭 또한 꽤나 오래전부터 BMW의 네 바퀴 차량에 채용되며 그 명성을 쌓아왔기 때문에 K1600GT/GTL의 것이라 보기도 어렵다. 종합해보면 최초의 실키 식스 엔진도, 최초의 직렬 6기통 모터사이클도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1600GT/GTL에 그토록 열광하며 많은 찬사를 보내는 것일까. 단지 BMW가 만든 최초의 6기통 모터사이클이기 때문일까? 이 많은 찬사가 이런 단순한 이유 때문은 아닐 거다. 조금 더 면밀하게 따져보자.
실키 식스는 분명 BMW의 네 바퀴 차량이 먼저 사용했고, 그 명성 또한 그들이 쌓아온 것이다. 하지만 그 명성은 오로지 네 바퀴를 차량을 향한 것. 이렇듯 실키 식스엔진의 레이아웃은 오직 차량만을 위한 것이었다. 직렬 6기통 모터사이클 또한 오래전 몇몇 브랜드가 제작해 양산을 시도했다. 당시, 6개의 실린더가 길게 늘어선 구성은 매우 독특하고 굉장한 도전이었지만 좌우로 늘어난 압도적인 크기는 코너링 등 차체의 운동성능에 제약을 받는 등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를 야기했고 결국 모터사이클에 부적합한 엔진이라는 판정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묻혀갔다. 그 이후, 불가능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 이었을까? 아니면 기존의 6기통 모터사이클에 만족했던 것일까.
실키 식스라는 별칭을 K1600GT/GTL로 끌어오기까지의 내면을 바라보면 BMW의 굉장한 노력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실키 식스엔진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그들이었기에 ‘차량의 엔진을 대략적으로 변경해 모터사이클에 이식했겠지’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네 개의 발을 가진 차량과 두 개의 발을 가진 모터사이클은 엄연히 다르기에 처음부터 새로운 엔진의 개발로 접근해야만 했다. 한 가지 어드밴티지라면 위에서 언급한 실키 식스에 대한 최고의 노하우, 오직 그뿐이었다. 부피는 더욱 줄여야했고, 핸들링과 코너링, 공기저항계수 등 모든 엔지니어링은 새로워야만 했다. 이렇게 탄생된 실키 식스는 실린더와 실린더 사이의 간격을 5mm로 극단적으로 좁혔고, 그렇게 줄어든 엔진의 폭은 520mm으로 4기통 엔진의 넓이와 비슷한 정도이다. 엔진의 배치는 전방으로 기울인 형태로 배치 각도를 낮춰 무게의 저 중심화를 실현했다. 기울어진 엔진에 의해 생긴 실린더 뒤쪽의 공간에는 제네레이터와 기어 박스 등을 배치시켜 질량의 집약화마저 이뤄낸 것이다.
K1600GT/GTL의 등장 이전, 어느 누구도 모터사이클과 실키 식스엔진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도,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모터사이클이 갖는 6이라는 숫자는 그 존재만으로도 특별하다지만 새로운 엔지니어링으로 개발된 실키 식스는 단순한 숫자 6의 특별함을 넘어 모터사이클 엔진분야 최고의 기술 집약체로 태어났다.
 

 
거대기함의 경쾌한 움직임

시트에 올라 이런저런 라이딩 폼을 잡아보니 앞서 언급한대로 몇몇 부분의 변화가 K1600GTL과 확실히 차별화된 라이딩 포지션을 취하게 한다. 사실, 330kg이 넘는 무게와 시트의 넓은 폭을 감안하자니 810mm라는 시트고가 꽤나 큰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실제 시트에 착석했을 때 그 위화감은 괜한 걱정이었다는 한숨으로 날려 보낼 수 있었다. 잘 다듬어진 시트의 형상은 꽤 편한 발착지성을 갖게 했고, 저 중심화 설계를 이룬  무게중심은 정지 상태에서도 불안감이 전혀 없었다. 핸들 부에는 다양한 버튼들이 눈에 띈다. 핸들 부 아래쪽에도 버튼이 꽤나 많아 ‘혹시 터보라든지 나르는 버튼도 있지 않을까?’라는 오해를 부를 법도 하다. 주행을 위해 키를 온으로 살포시 돌리니 TFT디스플레이에는 K1600GT의 아이덴티티 숫자 6이 표시되며 다시 한 번 6기통 모터사이클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키 온 세리머니가 끝나고 디지털 인디게이터에는 차량의 상태정보가 빼곡히 표시된다. 6기통 모터사이클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TFT디스플레이에는 그 외의 다양한 정보가 표시됐다. 앞, 뒤 타이어의 공기압, 트립미터, 연료 잔량, 현재의 주행모드, 라디오 주파수 등 이외에도 꽤나 다양한 정보가 디스플레이를 가득 매우고 있다. 상당히 많은 정보를 표시함에도 불구, 그 배치와 중요도에 따른 폰트의 크기가 딱 맞아 떨어져 한눈에 보기 좋게 들어온다. 이외에도 TFT디스플레이가 표시하는 다양한 정보는 달리면서 알아보도록 하고, 이제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해보자.
 

스타트 버튼을 눌러 동력을 가하니 일전에 들어본 적 없는 매우 독특한 엔진 회전음이 정신을 넋 놓게 한다. 스로틀을 살짝 열어 주행을 시작하자 전자식 스로틀 컨트롤 시스템인 E-gas가 강하게 반응한다. K1600GT에 채택된 E-gas시스템은 기존의 스로틀그립과는 달리 와이어가 없는 설정(ride by wire)으로 스로틀그립의 개도를 그립부에 위치한 센서가 전자적으로 계산해 최적화된 출력을 유도하는 매우 똑똑한 전자식 스로틀 컨트롤 시스템이다. 그러나 기존 와이어 방식과는 그 반응이 조금 달라 약간의 이질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스로틀을 살짝살짝 비틀어주니 330kg을 상회하는 차체가 도로위에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이는 5,250rpm에서 175Nm의 최대토크를 보여주지만 대부분의 토크가 엔진의 저 회전 구간에 세팅돼 있기 때문이다. 즉, K1600GT가 움직임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최대토크의 50%이상이 쏟아져 나온다는 뜻이다. 전자식 스로틀 E-gas에 적응을 끝내고 과감하게 가속을 시작했다. 기존 모터사이클에서 느낄 수 있던 크고 작은 진동은 거의 모두 상쇄된 느낌이고, 가속은 이 차의 무게가 330kg을 웃돈다는 사실이 안 믿겨질 만큼 경쾌하다. 최대출력구간인 7,750rpm부근에 다다르자 드디어 직렬 6기통의 필링이 가감 없이 전달된다.
 

브레이킹을 시도하면 통합 ABS는 라이더의 예상보다 강하게 차체를 잡아 세운다. 강하게 제동되는 브레이킹 성능과 달리 차체는 매우 안정적으로 노면에 밀착된다. 이렇듯 감속충격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었던 방법에는 강력한 통합 ABS의 성능뿐만이 아니었다. 바로 프런트 현가장치로 듀오레버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인데, 이는 기존 텔레스코픽의 단점을 보완했던 텔레레버의 최종 진화버전이라 볼 수 있다. 공학적으로 조향과 충격흡수 시스템을 완벽히 분리해내 텔레스코픽의 단점인 뒤틀림 강성뿐만 아니라 노즈다이브라 불리는 감속충격을 완벽에 가깝게 잡아낼 수 있었던 것. 듀오레버와 통합 ABS의 조합은 코너에서도 크게 빛을 발했다. 노즈다이브가 없는 브레이킹은 선회까지 매끄럽게 한 동작으로 이어갔고 안정적으로 제어된 차체는 아스팔트를 끌어당기는 느낌으로 코너에 진입할 수 있게 도왔다. 선회를 시작하면 생각지도 못한 가벼운 느낌으로 차체가 기울어지며 라이더가 원하는 만큼의 뱅킹을 선사해준다. K1600GT의 한 치에 오차 없는 조화가 몸으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란투리스모의 여유

K1600GT는 GT라는 본질에 맞게 최상의 편의성능을 제공했다. 왼쪽 핸들에 채용된 조그다이얼 혹은 멀티 펑션 스위치라 부르는 다이얼은 옆으로 밀어 라디오의 주파수를 변경할 수 있고, 다이얼을 돌려 볼륨을 조절할 수도 있었다. 모드 선택이나 다양한 세팅에도 이 다이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정해, K1600GT의 라이더가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버튼이 아닐까 싶다. 또 다른 버튼인 크루징 온/오프 세팅 버튼은 탁 트인 도로에서 사용하면 제격이다.
K1600GT에 모든 파악이 끝났다면 이제 크루징 버튼을 가볍게 누르고, 전동 윈드스크린을 최대 높이로 맞춘 채, K1600GT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즐기면 된다. 빠르게 변하는 주변의 배경과 달리 옆으로 스치는 바람은 여유롭게만 다가온다. 게다가 120km/h로 정속 주행 시 연비는 17.5km/L로 배기량에 비하자면 과히 놀랄만한 수치이다. 이 모든 것이 K1600GT가 선사하는 라이딩의 여유이다. 그리고 이 여유가 조금은 지루하다면 언제든 스로틀을 비틀어 스포티한 라이딩에 돌입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얼마나 더 다이내믹한 라이딩을 즐길 것인지는 당신의 용기만이 필요할 뿐 어떠한 조작도 요구하지 않는다. 여유 속에 찾을 수 있는 즐거움과 언제든지 꺼내 쓸 수 있는 다이내믹한 성능,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스포츠 그란투리스모의 여유가 아닐까.

 


SPECIFICATION
엔진형식 수냉 직렬 6기통
밸브 DOHC 4밸브
배기량 1649cc
내경×행정 72×67.5mm
압축비 :1
최대출력 160hp/7,750rpm
최대토크 175Nm/5,250rpm
연료분사장치 퓨엘 인젝션
시동방식 전자식
연료탱크용량 24L
브레이크형식(전) 320mm 4피스톤 더블디스크
            (후) 320mm 2피스톤 싱글디스크
타이어사이즈(전) 120/70-17
            (후) 190/55-17
전장  2,324mm
전폭  1,000mm
전고  1,440mm
휠베이스  1,618mm
최저지상고  mm
시트고  810~830mm
차량중량  332kg
가격 3,350만원


K1600GT의 상징적인 숫자 6


GTL과는 다른 형상의 시트


뒤쪽으로 이동한 풋 스텝


K1600GT의 통합 ABS


GTL과는 다른 핸들의 위치


계기반 부분

글 월간 오토바이크 전용훈 기자
사진 월간 오토바이크 김승욱 수석기자
시승협조 BMW Hockenheim Motorrad 1577-2690 www.bmwhockenheim.com


본 시승기는 모터사이클 전문지 월간 오토바이크 2012년 6월호에 실린 콘텐츠이며 
카컴매거진은 월간 오토바이크와 정식적인 계약에 따라 콘텐츠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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