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동안 푸조 3008은 라이드매거진의 막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국 어디든지 촬영에 앞장서서 움직였고, 많은 짐을 싣고 장거리 출장을 갈 때도, 반대로 일상 출근길에서도 항상 빛을 발휘했다. 강렬한 첫인상은 아니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디자인도 한 몫 했다. 그렇다고 마냥 예쁜 건 아니었다. 오랜 시간 타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속속 눈에 보였다.

그래서 마지막 롱텀 시승기는 3008의 진짜 장단점을 써보려 한다. 일반적인 시승기는 다른 매체를 통해 많이 봤기 때문에 잠시 미뤄두고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차근차근 살펴보기로 했다. 어떤 부분은 탈수록 아쉬운 점으로 지적됐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는 기대 이상의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숫자는 잊어주세요

그 중에서도 파워트레인의 만족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1.6리터 디젤엔진의 수치로 보면 차를 이끄는데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고 120마력, 최대 30.6kg.m의 힘은 숫자 그 이상의 느낌이다. 실용구간에서의 가속감은 물론 디젤 특유의 잔 진동과 소음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디젤 잘 만드는 경쟁 독일차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다.

힘을 써야 할 땐 커다란 덩치가 무색할 정도로 경쾌한 가속을 보여주고, 반대로 연비 운전이 필요할 때는 극도로 RPM을 아낀다.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시속 100km로 정속주행을 했을 때는 리터당 20km를 넘는 놀라운 연비를 보여주기도 했다. 6단 자동변속기 역시 적재적소에 맞물리며 큰 도움을 줬다. 섬세한 변속 반응은 물론 예전 푸조차들의 MCP 변속기 이질감보단 확실히 적응도 쉬웠다. 역동적인 맛이 부족하지만 차의 콘셉을 생각하면 크게 단점도 아니다. 오히려 성능과 효율 어느 한 부분 포기하지 않고 두루 만족시켰다는 점에서 탈수록 깊은 매력으로 다가왔다. 

크고 넓고 여유롭게

3008의 공간활용도 빼 놓을 수 없다. 문짝 밑 수납함은 입구가 넓어 쉽게 물건을 넣을 수 있었고, 센터콘솔은 페트병을 세로로 넣어도 여유로울 만큼 깊게 파 놓았다. 뒷좌석 발 밑에는 신발 하나 넣을 수 있는 비밀 수납함도 있다. 무엇보다도 위아래 분리형으로 열리는 트렁크는 압권이다. 두 단계로 깔끔하게 분리해 정리할 수 있고, 네모 반듯하게 깊이도 깊어 정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넓은 공간활용과 더불어 뛰어난 개방감도 한 몫 한다. A필라 끝까지 위로 올린 앞 유리창과 군더더기 없는 글라스 루프는 언제 봐도 새롭고 신선하다. 면적이 넓은 사이드미러와 앞쪽에 마련된 작은 유리창은 사각지대를 최소화 해주고, 완만하게 내려앉은 대시보드와 단정한 문짝 디자인이 시야를 방해하지도 않는다. 눈에 보이는 면적이 넓으니 자연스럽게 운전에도 여유가 생긴다. 웬만한 세단보다 뛰어난 개방감으로 큰 차에 대한 부담감도 줄일 수 있는 게 푸조 3008이다.

버튼 스티어링 휠이 필요해

그렇다고 이 차가 무결점의 장점만 있는 차는 아니다. 오랜 시간 3008을 타다 보니 슬슬 불편한 부분도 보이기 시작한다. 먼저, 스티어링 휠이 너무 무겁다. 낮은 속도에서 골목길을 지나가거나 주차를 할 때는 묵직한 감각이 손목 깊숙이 들어온다. 요즘 차들의 세팅과는 정 반대 느낌이다. 여성운전자나 세단에 익숙했던 분들이라면 무거운 스티어링 휠이 분명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될 것 같다.

스티어링 휠의 모양새도 그렇게 예쁘지는 않다. 각종 기능을 뒤쪽에 숨겨놓아 깔끔함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4개의 조작 레버를 다 알고 사용하기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운전 중에는 미리 외워두었던 위치에서 손의 감각만으로 조작해야 하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308이나 2008처럼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있는 작은 스티어링 휠이 그리워 진다. 인색한 컵홀더도 조금 아쉽다. 변속기 뒤에 마련된 작은 컵홀더 한 개가 전부인데 마땅히 음료를 놓을 공간이 없어서 해매게 된다. 

스포츠카가 아니에요

파워트레인과 푸조차 특유의 민첩한 핸들링은 장점이지만 고속안전성은 반대로 아쉬운 부분으로 남는다.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규정 속도를 지켜 달리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그 이상의 고속 영역에 들어가면 차의 구조적 한계를 바로 느낄 수 있다. 넓은 유리창 면적으로 바람이 쉴 틈 없이 부딪치고 지상고 높은 차체와 승차감 및 연비에 초점을 맞춘 타이어는 고속 주행에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 바닥에 묵직하게 붙어가는 느낌보단 한 템포 쉬고 여유롭게 달리는 쪽을 선택한 세팅이다.

그렇다고 심하게 불안하거나 가속페달을 주저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기본기가 탄탄히 갖춰져 있어서 조금 더 욕심이 날 뿐이다. 이 차는 다목적성을 지닌 중형 SUV다. 달리기에 급급한 쿠페나 스포츠카가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차의 역할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한 부분이기도 하다.

언제 어디서나 만능 엔터테이너

장기간 차를 타면서 처음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장단점들이 마구 나왔다. 하지만 이런 장단점을 따지기 전에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푸조 3008과 함께한 시간이 아닐까 한다. 추운 겨울 처음 차를 받아 자동차팀은 물론 자전거팀과 오토바이팀의 팀카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줬고, 그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도 많이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효율 좋은 연비로 장거리 출장에 웃음을 주기도 했고, 작은 사고를 당해 슬픔을 안겨주기도 했다. 촬영 중간중간 휴식시간에는 뒷좌석을 모두 접고 잠시 눈을 붙이기도 했고, 그립컨트롤을 이용해 거침없이 험로를 달리며 짜릿한 즐거움도 느꼈다. 서래마을에서는 프랑스 사람들과 3008을 이야기하며 푸조에 대한 인기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라이드매거진 편집부는 3008을 ‘다방면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전천후 패밀리카’로 결론 내렸다. 공간이면 공간, 성능이면 성능, 효율이면 효율 어디 하나 크게 빠지는 구석이 없는 차다. 몇몇 아쉬운 부분들은 장점에 비하면 크게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듬직한 체구와 반대로 섬세한 숨은 매력을 풍기며 마지막에는 깊은 여운을 남겨준 3008이 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잘 가라, 고마웠다 3008” “힘내라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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