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승기는 ‘네 종류의 각기 다른 차로 서울의 네 가지 매력 찾기 시리즈’ 중 두 번째로, 복잡하고 다양한 삶이 어우러진 도시 서울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서울의 매력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지난 기사에 등장했던 닛산 370Z에 이어 주인공이 된 차는 ‘아우디 A3 e-트론’, 공교롭게도 시승차를 받은 날 A3 페이스리프트에 대한 기사가 나갔다. 국내 수입까지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엄연히 구형이 돼버린 이 차를 어찌해야할지 난감했다. 또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몰아본적 없는 신입기자로써 배터리와 모터로 도로 위를 달리는 이질적인 감각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시승차를 받을 시간은 됐고 차키는 손에 쥐어졌다.

벚꽃의 계절

A3 e-트론을 받은 기간은 전국에 벚꽃 축제가 절정을 이루는 시기. 때가 때이니만큼 벚꽃놀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따라서 자연스레 머릿속에는 여의도 윤중로가 그려지고 있었다. 하지만 촬영당일 새벽부터 나섰던 노력이 무색하게 주차가 가능한 줄 알았던 장소는 차량통제로 진입이 불가능했다. 하는 수 없이 차선책으로 염두에 두었던 서울의 캠퍼스를 탐방하기로 했다.

고민을 거듭해 선정한 캠퍼스 4곳은 경희대, 중앙대, 서울대, 서울과학기술대로 나열한 순서대로 방문했다. 이외에도 벚꽃이 아름다운 학교는 많겠지만 서울 내 벚꽃으로 가장 유명한 학교부터 최근 이슈가 됐던 학교, 일행의 도움으로 찾아간 장소이다 보니 네 학교를 선정한 점에 의문이 없길 바란다.

봄맞이 개장한 ‘경희랜드’

자 이제 장소를 정했으니 A3 e-트론을 차분히 몰아본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로 배터리가 충전돼 있을 때는 전기차로 사용할 수 있으며 전력을 모두 사용했다면 가솔린을 태워 1.4 TFSI 엔진을 돌린다. 현재 배터리는 3/4정도 충전된 상태로 전기차 모드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30km로 표시됐다. 완충 시 50km를 간다니 얼추 맞는듯하다. 직업의 특성 상 여러 하이브리드 차를 몰아볼 기회는 많았지만 시승기를 써보는 것은 처음인지라 하이브리드가 주는 느낌을 어떻게 글로 옮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차를 몰아보기 시작했다. 평소보다 집중을 하면서 차를 타니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에 적잖이 놀라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했다.

먼저 전기차 모드에서 놀라웠던 점이라면 엔진소음과 진동 없이 매끄럽게 나아가는 감각이다. 마치 자석 두개의 같은 극을 억지로 붙일 때 서로를 밀어내는 것처럼 부드럽게 밀어주는 느낌이다. 연소실 내에서 폭발행정이 없으니 당연한 일인걸 알면서도 놀랍긴 마찬가지다. 아무리 기통 수가 늘어나 진동을 줄일 수 있다고 해도 정숙함에 있어서만큼은 배터리와 모터 조합을 이기긴 어렵겠다.

반면 당혹스럽게 만든 점은 회생제동 시스템으로 인한 이질적인 브레이크 감각이다. 정지에 이르는 에너지를 전기로 만들어 저장하는 멋진 장치지만 브레이크 페달 사이에 단단한 고무라도 끼운 듯 반발력도 강하고 제대로 멈추고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적응한 이후에는 일반적인 차들과 제동력에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지만 정지 상태에 이르는 과정이 다른 건 확실하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는 얼리어답터들에게 흥미로울 것 같다고 생각할 때쯤 경희대에 도착했다.

회기에 자리 잡은 경희대학교. 벚꽃과 더불어 아름다운 캠퍼스로 유명해 ‘경희랜드’라고도 부른단다. 소문대로다. 미세먼지로 인해 맑은 날씨가 아님에도 벚꽃과 어우러진 캠퍼스는 정말 아름다웠다. 차를 이끌고 가는 곳마다 꽃들은 화사하고 건물들은 멋졌다. 특히 평화의 전당은 스케일과 멋스러움에 있어서 최고 수준이었다.

캠퍼스 근처에 조용한 벚꽃 명당 ‘중앙대’

본격적인 벚꽃놀이를 위해 일행과 합류한 중앙대. 도서관에 오르는 벚꽃길이 멋진 중앙대이지만 이미 파란 이파리들이 많이 올라와 벚꽃 잎이 풍성하진 않았다. 그래서 일행의 안내를 따라 발걸음을 캠퍼스 밖으로 향했다. 붉은 벽돌로 높게 지은 아트센터 맞은편 골목이다. 작은 주택가로 통하는 길목이라 조용한 길인데 화사한 분위기는 절정이었다. 길 하나 건넜을 뿐인데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다만 차 두 대가 마주보고 지나갈 수 없는 좁은 길이기에 학교에 주차를 하고 걸어가길 추천한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이라면 네 곳의 캠퍼스 중 유일하게 주차비 카드결제가 되지 않았으니 차후 방문 계획이 있다면 미리 준비하는 게 좋겠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분위기가 달라진 중앙대와는 달리 ‘A3 e-트론’은 ‘A3 스포트백’의 분위기 그대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면서 티를 내지 않는다. 관심이 많은 마니아들이나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트론만의 그릴과 휠이 장착됐고 실내에서도 바뀐 점이라고는 rpm게이지 대신 파워게이지가 사용된 정도다. 하이브리드 차라고 내색하지 않고 아우디만의 세련된 감각 그대로 어필한다.

넓고 넓은 부지에 가득한 벚꽃들 ‘서울대’

높은 언덕을 오밀조밀하게 가득 채웠던 중앙대에서 발길을 돌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찾았다. 학생시절엔 인연이 없어 올 수 없던 관계로 이번 방문이 처음이다. 씁쓸한 기분은 아름다운 꽃들이 위로해준다.

서울대 정문으로 들어간 뒤 쭉 직진 중인데 끝날 줄 모르고 계속 들어간다. 들어가다 지쳐서 돌아선 곳은 자동화시스템 공동연구소. 도로 양 옆으로 벚꽃들이 가득 늘어서서 벚꽃 터널을 지나는 듯하다. 감탄을 거듭하며 눈이 시리도록 꽃들을 바라봤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여의도에 못 들어가 낙담한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그 일 덕분에 더 좋은 곳을 찾았다는 사실이 이전의 스트레스를 녹여준다. 북적이는 인파에 치이는 일이 없어 여유롭게 나들이를 즐길 수 있었다.

다시 길을 따라 보건대학원 앞까지 차를 몰았다. 이동 간에 전기차 모드는 끝이 났고 가솔린 엔진이 돌아간다. 전기를 다 썼는데 충전기가 없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일반 내연기관 자동차처럼 사용가능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모델 3로 대중 전기차를 꿈꾸지만 그에 걸맞은 인프라가 구축될 때까지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패러다임 변화의 중심이 될 것이다.

이번에는 배터리를 다 사용했으니 충전을 시도해볼 차례. 충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기위해 대형마트를 찾았다. 주차장 구석에 자리 잡은 충전기는 2개. 주말에는 일반차량도 주차가 가능하기에 한쪽자리에는 일반차량이 주차 중이었다. 다행히 남은 한 자리를 통해 충전을 시도했다. 급속충전을 위한 카드가 없어서 완속충전이라도 해보기로 했다. 중간에 다른 볼 일을 보고 1시간 52분 만에 돌아오니 충전된 전력량은 6.22kWh. 전기차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31km가 됐다. 가까운 출퇴근 거리에 충전시설만 갖춘다면 기름 한 방울 없이 운행 가능하다는 게 허튼소리는 아닌 것 같다.

인기 드라마의 배경으로 관심 받은 ‘서울과기대’

충전한 차를 끌고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공릉2동에 둥지를 틀고 있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비록 십년 전이지만 필자가 살던 지역이었던 터라 오랜만에 찾는 동네가 괜히 더 반가웠다. 서울산업대에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로 바뀐 이름만큼이나 캠퍼스는 화사해져 있었다. 새로운 건물들도 많이 들어서고 캠퍼스 구석구석 정비가 잘 돼 있어 재학생들이 아름다운 캠퍼스에 자부심을 보일만했다. 과거에는 넓은 터에 스산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제 그런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인기 웹툰을 소재로 한 드라마의 배경이 됐단다.

과기대의 연못인 붕어방 주변으로 벚꽃들이 운치 있게 피어있다. 또한 붕어방 가운데에는 분수가 솟아올라 아름다운 전경을 완성시킨다. 근처 주민들과 학생들도 가까운 산책을 나온 듯 연못 주변을 느긋한 걸음으로 즐기고 있었다. 모든 일정이 만족스러웠다. 올 해 벚꽃은 원 없이 봤으니 이제는 복귀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주행성능을 파악하기 위해 외곽순환도로에 차를 올리고 모터와 엔진이 힘을 합쳐 달릴 수 있도록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봤다. 제원 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시간이 7.6초라더니 그보다 더 빠른 느낌이다. 전기모터가 토해내는 균일하면서도 강력한 토크가 이런 느낌에 일조 하는 것 같다. 연비가 좋은데 강력한 성능도 뽐내고 전기차용 배터리 탑재로 안정감 있는 무게배분을 달성했으며 세련된 내 외관까지 갖췄다. 뭐하나 빠지는 거 없이 멋진 차다. 벚꽃놀이에 함께해 더더욱 즐거웠다. 하지만 좋은 추억은 잠시 접어두고 A3 e-트론을 냉정히 재단해 봤다.

A3 e-트론은 멋진 차임이 분명하지만 소비자의 손에 이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다. 컴팩트한 차체로 가족용 차를 염두에 두는 사람들은 이 차를 선택지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또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얼리어답터여야 하고 만만치 않은 가격도 납득할 수 있게 경제사정도 좋은 사람이여야 한다. 자연스럽게 결론에 도달한다. 이 차는 많은 판매량을 위해 만들어진 차가 아니라 아우디가 그리는 미래를 내다보기 위한 첨병이다. 그 결과로 아우디의 다양한 라인업에 e-트론들이 추가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바야흐로 전기차시대’ 라는 광고 카피가 등장할 날이 멀지 않았단 소리다. 그리고 그 선두에 A3 e-트론이 있다.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단지 널리 퍼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윌리엄 깁슨의 말처럼 미래는 이미 와있다. 다만 여기에 하나만 덧붙이고 싶다. ‘원인은 가벼운 주머니’라고. 모든 이에게 미래가 널리 퍼져 누구나 미래를 경험할 수 있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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