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이 차 희한하네 ” 차를 보고 선배와 나눈 첫 마디다 . 말 그대로다 . 겉모습 , 차의 움직임 모두 희한하다 . 이 차가 세단이란다 . 차에 타면 또 한번 웃음이 난다 . 분명히 세단을 탔는데 느낌은 세단이 아니다 . 시야가 높다 . 마치 말끔하게 수트를 차려 입고 운동화를 신은 느낌이랄까 . 어색하면서도 꽤 잘 어울린다 . ‘와일드 세단 ’이라 부르는 볼보 S60 크로스 컨트리를 시승했다 .
운동화를 신은 신사 !
오래 봐온 S60이지만 , 이 녀석의 겉모습은 참 흥미롭다 . 세단인데 세단이 아니다 . 높이가 1,540mm로 S60보다 55mm높다 . 시트에 앉았을 땐 한참 더 높게 느껴진다 . 볼보는 기존 세단과 달리 높아진 시야 때문에 오프로드 주행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
일단 생김새는 단단해 보인다 . 특징이 있다 . 앞에 허니컴 패턴 그릴 , 무광 검정 휠 아치가 멋을 더했다 . 리어 디퓨져도 은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 심심할 수 있는 디자인에 ‘터프함 ’을 더한 것 같았다 . 18인치 ‘테크 매트 블랙 (Tech Matt Black)’ 다이아몬드 컷 크로스 컨트리 전용 휠도 듬직해 보였다 .
실내는 단정한 모습이다 . S60과 다를 게 없다 . 볼보 실내 디자인을 그대로 적용하고 시트에 갈색 박음질을 더해 특징을 살렸다 . 계기반 기본 테마인 ‘엘레강스 모드 ’도 갈색으로 꾸몄다 . ‘브라운 ’은 크로스 컨트리를 상징하는 색이다 .
뒷자리에 앉아보니 답답한 느낌은 없었다 . 다리공간 머리공간 모두 넉넉했다 . 트렁크공간은 세단형보다 좁다 . 일반적인 짐을 싣기엔 딱히 불편하진 않았다 . 짐이 많다면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되지만 , 사람을 태우는 건 포기해야 한다 .
시승 중 나타난 두 얼굴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 . 디젤엔진 특유의 소리가 났다 .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의 소음과 진동은 아니었다 . 2.0리터 직렬 4기통 트윈스크롤 터보 디젤엔진을 품고 있다 . D4 엔진이다 . 최고출력 190마력 (@4,250), 최대토크 40.8kg.m(@1,750~2,500)의 힘을 낸다 . 8단 자동 기어트로닉 변속기가 빠르게 앞 바퀴로 힘을 전달한다 . 어지간해서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어렵다 . 최고시속은 210km.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7.7초면 충분하다 .
‘퍼포먼스 ’ 모드도 체험했다 . 계기반이 붉은 빛으로 변했다 .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날렵하게 튀어 나갔다 . 입가엔 미소가 지어진다 . 속도를 줄이면서 코너를 돌았다 . 앞 바퀴 굴림 방식이지만 마치 네 바퀴 굴림 방식 차 같은 움직임을 보였다 .
제동력은 나무랄 데 없었다 .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초반부터 꾸준한 제동력으로 차를 안정적으로 세웠다 . 일상 생활에서는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성능인 것 같다 . 코너에 들어가기 전 급히 속력을 줄일 때에도 흔들림이 없고 , 코너를 돌아나가는 움직임도 간결한 편이었다 . 높은 차체로 불안할 것 같았지만 기우였다 . 물론 , 세단형 보다는 출렁인다 .
노면이 고르지 못한 자갈밭에서 차를 몰아봤다 . 본격적인 오프로드는 아니었지만 꽤나 울퉁불퉁한 길이었다 . S60 크로스 컨트리의 이중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 다른 차 같았다 . 세단에서 느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 노면에서 오는 충격을 걸러줘 운전을 하면서 몸이 흔들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 젖은 모래 위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
연비도 좋았다 . 볼보에 따르면 복합연비가 리터당 15.3km(도심 14.0km/ ℓ , 고속 17.2km/ ℓ )다 . 직접 차를 타니 실제로 느껴지는 연비는 더 좋았다 . 정체 구간도 많았고 , 속도를 내기도 했다 . 여러 조건을 다 경험했지만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연비는 ℓ당 18.3km였다 . 연비에 신경을 써서 주행한다면 조금 더 좋은 기록이 나올 것 같다 .
안전하고 편안한 차
차가 스스로 움직였다 .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ACC) 덕분이다 . 정체 구간에서 속도를 설정하고 크루즈 컨트롤을 작동시켰다 . 이 기능은 운전자가 차간 거리를 설정하면 스스로 앞차와 거리를 유지한다 . 이 기능을 켜면 정체 구간에서 바쁘게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다 . 또 차선을 유지시켜준다 . 차선을 이탈하려고 하자 ‘부르르 ’ 스티어링 휠이 떨리면서 차를 차선 안쪽으로 넣어줬다 . “진짜 똑똑하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
이 기능이 전부가 아니다 . 눈부심 방지 룸 미러를 비롯해 전자식 차일드 도어락 , 스타트 &스톱 시스템 , 에코플러스 모드 , 힐 스타트 어시스트 등 많은 기능을 차에 담았다 .
대시보드 가운데 있는 모니터는 차의 여러 정보를 보여준다 . 후진 기어를 넣으면 후방카메라 기능이 실행되는데 약간 좁게 느껴져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변화도 있다 . 계기반 테마다 . 에코플러스 모드 , 엘레강스 모드 , 퍼포먼스 모드 총 3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 각 모드별 색과 구성이 다르다 . 운전자에게 작은 재미를 주주 기능인 것 같다 . 단 , 모드에 따라 주행 성능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S60 크로스 컨트리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차 . 오프로드 주행이 가능한 세단 . 볼보가 말한 ‘와일드 세단 ’이란 말이 어느 정도 이해됐다 . 언제 어디서든 운전자에게 만족감을 주는 차였다 .
이 차를 떠올리면 다시 웃음이 난다 .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와일드 세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는 볼보차 관계자의 말이 괜히 나온 건 아니었다 . 점점 세그먼트 구분이 모호해지는 지금 S60 크로스 컨트리는 새로운 방향을 지시해 주는 듯한 느낌이다 . 세단의 편안함 , SUV의 활용성 놓고 고민하는 소비자에게 조심스럽게 대안으로 제시해도 될 만한 차다 .
글
박찬규, 허인학 star@ridemag.co.kr, heo@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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