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모토라드의 간판 모델 GS 시리즈는 분명한 색깔을 가진 모터사이클이다. 포장도로, 험로 가리지 않고 달리는 실력의 ‘못하는 것 없는’ 이미지에다 넉넉한 엔진 파워로 장거리를 거뜬히 달린다. 하지만 이런 GS시리즈의 진면목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오너는 몇이나 될까?

 

GS 트로피는 BMW 모토라드 본사에서 주최해 온 연례행사다. GS의 원래 태생 목적을 잘 이해하고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한 셈이다. GS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600cc 이상 1200cc 이하의 큰 배기량을 가져 덩치가 상당하고 무게도 무거운 모터사이클이다. 모터사이클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압도될만한 분위기다. 대체 이런 모터사이클을 어떻게 자유자재로 탈 수 있을까?

 

GS 트로피를 보면 답이 나온다. 전 세계에서 나라별로 선발된 몇 명의 실력파만 초청해 본사에서 기획한 루트를 따라 모험하는 여정이 바로 GS트로피다. 거짓말 전혀 안보태고 진정 ‘모험’에 딱 들어맞는 장면들이 매년 프레스 포토를 통해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모험을 동경하는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무대이기도 하다. GS 오너라면 더욱 그렇다.

 

내년 태국에서 열리는 GS 트로피에 참가할 한국 선발대를 뽑는 자리가 바로 몇일 전 10월 17일 열렸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GS를 잘 다루는 사람은 누구일까? 모터사이클 마니아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만한 이벤트다. 아침 일찍부터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BMW 모토라드 엔듀로 파크는 열기로 가득 찼다.

 

참가자는 첫 일정부터 기본 체력 테스트, 영어 스피킹 테스트 등 GS 트로피에 선발되는 라이더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을 통과해야만 한다. 과연 세계로 가는 무대는 결코 녹록치 않다. 예선과 본선이 나누어 치러진 이날 주행 테스트는 아주 복잡한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마치 슬라럼 경기처럼 코스를 잘 외워놓지 않으면 헤맬 수도 있다.

 

매 코스마다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며 수많은 라이더 중 단 9명으로 축약된 본선 진출 라이더는 더욱 험난한 테스트를 통과해 상위 3명안에 들어야 꿈의 티켓을 얻을 수 있다. 한 바퀴는 시동을 켠 모터사이클에 탈 수 없다. 단지 엔진 동력에 의존해 모터사이클과 나란히 달려야 한다. 모든 코스는 흙과 모래가 뒤섞인 오프로드다. 체력에 따라 완주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는 혹독한 테스트다.

 

참가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하나하나 장애물을 극복해 나간다. 이 경기에서 가장 많이 참가하는 모터사이클 R1200GS ADV의 경우 무게가 200킬로그램 중반이다. 가만히 서있어도 오래 버티기 쉽지 않은 무게다. 그런 모터사이클을 옆구리에 지고 달리는 라이더들을 보니 보는 사람마저 온몸에 힘이 들어간다. 표정을 보면 체력과 근력이 한계에 닿아 잔뜩 일그러진 선수도 있다. 도전의식에 감동받을 정도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잠시 쉴 틈도 주지 않고 바로 모터사이클에 올라 다시 한 번 모든 코스를 달려야 한다. 이번에는 모터사이클에 탄 채로다. 아스팔트 도로와 달리 모든 코스는 통나무 기둥 사이를 헤쳐 나가야 하거나 폐타이어로 구성된 밭을 넘어야 하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내려야 한다. 심지어는 스로틀 조작 없이 한손으로 클리어 해야 하는 코스도 있다. 얄궂은 땅은 항상 미끄럽고, 때로는 움푹 패여 타이어를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말도 안 되는 각도로 꺾인 미로 코스를 발을 내리지 않고 완전히 핸들을 꺾어 균형 잡아 빠져나가야 하는 코스 등, GS라는 기종을 떠나 모터사이클을 타는 극한의 컨트롤을 모두 발휘해야만 한다.

 

이미 밀어 달리는 1바퀴 코스에서 체력을 소진한 상태로 이런 장애물 험로를 주파하기란 정말 한계를 달리는 일이다. 정신력으로 무장한 라이더들이 안간힘을 쓰며 장애물을 클리어할 때마다 탄성과 박수가 절로 쏟아져 나온다. 마지막은 철로 된 드럼통을 모터사이클을 탄 채 밀어 골인해야 한다. 경기를 마친 라이더는 그야말로 녹초가 되어 모터사이클 시트에서 주르륵 흘러내린다.

 

대체 왜 이런 고생을 사서하냐고 묻는다면 ‘즐거워서’ 이다. 이기고 지는 것은 그 다음 관심사다. 열정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는 이들이 이날 엔듀로 파크에 가득했다. 상위 3명으로 뽑힌 라이더들은 완전한 보상을 받은 듯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했다. 헹가래 쳐주는 이들은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선수가 종일 열정적으로 달리는 모습을 본 기자도 함께하고 싶을 정도였다.

 

1위로 골인한 참가자는 인터뷰를 통해 “모두가 응원해 준 덕에 이렇게 됐다. 정말 힘들었지만 너무 뿌듯하다. 쟁쟁한 선수들이 나라별로 뽑혀 온다고 하는데 세계무대에서도 꿀리지 않는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고 오겠다.”고 말했다. 이 세 명은 내년 2월 태국에서 열릴 전 세계 GS 마니아들의 축제, GS 트로피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티켓을 얻은 이 세 명의 라이더가 오늘 보여준 열정 이상으로 멋지게 일정을 소화해 모두에게 영감을 더해준다면 좋겠다.

 

GS 시리즈는 모터사이클 중 가장 큰 모델 중에 속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모터사이클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단순히 GS시리즈만 놓고 보지 않더라도 자신의 모터사이클을 이정도 험로에서도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GS 뿐 아리나 두 바퀴달린 모터사이클 마니아로써 GS 트로피는 아주 유익한 이벤트라고 느낀다.

 

점차 모터사이클 레저 인구는 늘고 있는데, 즐기는 문화는 아직 멀었다. 남에게 으스대기 위해, 혹은 속도감이나 자유로움에 취해 모터사이클의 제대로 된 조작법이나 제어능력의 한계도 모르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스스로가 정말 모터사이클 마니아라면 이제 성숙해질 때가 됐다.

 

기계만 믿고 겁 없이 달리는 모터사이클 문화보다는, 적어도 자신의 모터사이클만큼은 완전히 이해하고 능숙히 다룰 줄 알아야 더욱 안전하고 즐겁게 두 바퀴 인생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모터사이클에게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라이더가 모터사이클을 지배해야한다.

 

애초에 독일 BMW 모토라드 본사에서 이런 기획을 내놓은 것은 전 세계에 GS 시리즈를 더 많이 팔기 위해서 일거다. 하지만 이런 식의 이벤트라면 환영이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모터사이클을 더 잘 다루자’를 전제로 하는 모험, GS 트로피와 같은 이벤트가 더 많아진다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문화를 성숙시키는 데 일조할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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