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기함, 신형 7시리즈 중에서도 730Ld xDrive를 타고 서킷 세 바퀴 반을 돌았다. 트랙 위를 열심히 달렸음에도 차에서 내릴 땐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그만큼 부드러워서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가속할 때나, 코너를 돌 때, 멈춰 설 때도 한결같이 부드러웠다. 실내도 조용했다.


슬라럼과 급제동 체험



새로운 7시리즈는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지난 14일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린 7시리즈 출시 행사에서 간단한 슬라럼과 서킷 체험을 할 수 있었다.

BMW는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730d 2개 트림과 V8 가솔린 엔진이 들어간 750Li의 2개 트림만을 국내 출시했다. 이 중 가장 긴 롱바디 버전의 730Ld xDrive 모델을 탈 수 있었다. 이 차의 길이는 5,328mm. 새로운 730d의 일반형보다 230mm나 길다. 휠베이스는 무려 3,210mm이나 된다. 일반형보다 140mm 더 길다.

이런 차를 타고 슬라럼을 해야 한다니 걱정이 앞섰다. 허리가 길쭉한 만큼 놓여진 콘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갈 때 뒤가 따로 놀지 않을까 걱정했다. 기우였다. 워낙 길어서 앞과 뒤 움직임에 시간차가 있을 뿐 밖으로 밀려나가 코스를 벗어나진 않았다. 똑똑한 사륜구동 xDrive시스템과 50:50의 앞뒤 무게배분, 그리고 자동 셀프 레벨링 기능을 갖춘 앞뒤 에어 서스펜션과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이 적용된 덕분이란다. 하체가 단단하기보단 부드럽다. 서스펜션도 여유롭다.



슬라럼과 함께 급제동 체험도 곁들였다. 카본 코어 차체 구조를 통해 구형보다 130kg이나 몸무게를 줄였지만, 2톤이 넘는 무게는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평소 몰던 차보다 많이 무거운 탓에 원하는 위치를 지나서야 멈췄다. 멈춰 설 땐 흔들림 없이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세바퀴 반의 서킷 체험



대형 럭셔리 세단으로 서킷을 달려야 한다. 어떤 움직임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일단 성능은 충분히 강력하다. 730d는 트윈파워 터보를 장착한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65마력(PS), 최대토크 63.3kg·m의 힘을 낸다. 2,050kg의 무게로 시속 100km에 달하는 덴 5.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부드럽다고 하기엔 꽤나 강력한 성능이다.



서킷에 진입할 때는 10대의 시승차가 전문 드라이버의 페이스카를 뒤따랐다. 무전을 통해 가속과 제동 시점이 흘러나오며 안전한 진행을 유도했다. 처음 한 바퀴는 가볍게 돌았다. 코스를 익히는 시간이다. 두 번째부터는 속도를 올려 차의 성능을 체험했다.



직선 구간에서는 가속 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을 땐 격하게 달려 나가기보다는 부드러우면서도 꾸준히 가속됐다. 더 달리고 싶을 무렵 이미 직선주로가 끝나고 1번 코너에 다다랐다. 각이 급해 속도를 많이 낮춰야 하는 곳이다. 급브레이킹은 이미 트레이닝 시간에 훈련했다. 높은 속도에서 멈춰 설 때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았다.



연속되는 코너에서는 유연하고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좌우로 움직일 때 물렁함은 어쩔 수 없다. 제아무리 역동적인 BMW라 해도 7시리즈는 이 회사의 최고급 세단이다. 게다가 허리가 길쭉한 롱바디 버전이다. 뒷좌석에 탄 사람들의 몸이 휘청거리지 않아야 하니 일정한 롤링을 유지하며 부드럽게 여러 충격을 상쇄하는 거다.


핵심은 ‘부드러움’



BMW의 최고급형 다운 인테리어는 고급스럽지만 부드러움을 잘 담아냈다. 특히 다이아몬드 퀼팅 자수가 놓인 시트는 화려하면서도 촉감이 부드러웠다. 몸에 밀착돼 운전하는데 편안했다. 마치 포근한 스웨터 같다. 밖의 소음이 잘 들리지 않는 점도 부드러운 승차감에 한 몫 했다. 디젤 엔진 소리나 노면 소음, 달릴 때 풍절음이 잘 들리지 않았다. 아늑하다.



많은 걸 느끼기 어려운 짧은 시승이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모든 면에서 ‘부드럽다’는 것. 부드럽게 달리고, 부드럽게 돌고, 부드럽게 멈춰 선다. 구형보다 더 부드러워지고 더 조용해졌다. 기본기를 ‘부드러움’으로 승화시킨 차다.


글 : 김진아 기자
사진 : 김진아 기자, BMW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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