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은 9% 향상, 토크는 23% 증가, 100km/h까지 가속시간은 0.6초 단축 그리고 최고속도는 10km/h 높아졌다. 하지만 막상 시승해보니 숫자는 그저 숫자라는 생각이 든다. 몰았을 때 느낌이 훨씬 좋다는 얘기다. 미니의 JCW는 BMW의 M 모델처럼 차를 좋아하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고성능 브랜드로 위상을 제대로 잡은 듯하다.


세련된 고성능이란 무엇인가?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모델은 단순히 성능만 높이는 것에 머물면 곤란하다. 완성도를 더 세련되게 다듬어야 한다. 3세대 미니 JCW는 다부진 스포츠 이미지를 넘어 세련된 고성능에 방점이 찍혀있다. 올바른 방향이다.



세련된 고성능은 외관 디자인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릴과 범퍼의 디자인은 엔진성능과 공력성능 향상을 위함이다. 즉, JCW는 기능 중심의 스타일링을 추구했다. 형태가 기능을 따라가는 형국이다. 미니스러움은 여전히 유지한 채 말이다. 안개등이 사라진 것은 아쉽지만, 브레이크 냉각 덕트 덕분에 브레이크 성능이 올라간 것은 좋은 일이다. 전용 스포츠 시트, 스티어링 휠, 스테인레스 재질의 페달 등 전용 디자인은 다 세련된 고성능을 위함이다. 리어 루프 스포일러도 다운포스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전용 스포츠 시트의 완성도에 감탄했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시트는 크게 튀어 나온 측면 서포트와 두께감 있는 쿠션 덕분에 상체에서 하체까지 확실하고 부드럽게 잡아준다 미끄럼 방지 기능의 다이나미카 소재도 아주 편하다. 상하 좌우 모든 방향으로 둘러싸인 느낌이 강하고, 편안함과 함께 고급스런 느낌도 강하다.



뒷좌석에서 보면 디자인의 일관성을 느낄 수 있도록 헤드레스트 부분은 허니콤 디자인으로 마무리되었다. 실내는 적응이 필요한 미니만의 독특한 조작감이 있지만 사용성은 좋다. 한 눈에 들어오는 계기판의 디자인도 아름답다. 드라이버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운전석이라 시트와 계기판 디자인은 운전자에게 중요하다.


이제 달려볼까?



컴팩트한 실내와 탄탄한 스포츠 시트에 앉으니, 마음이 두근두근 설렌다. 2세대 JCW의 시승 느낌도 모락모락 올라온다.  워밍업 하면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7kgm, 최고속도 245km/h, 0-100km/h 가속시간 6.1초를 만들어 내는 것은 직렬 4기통 터보엔진이다. 이 스펙은 동급 경쟁차를 압도하는 것은 아니다. 고회전 영역에서 폭발하는 타입도 아니다. 중저속에서의 강력한 반응과 6,500rpm까지 부드럽게 상승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가속감은 막강하다. 하지만 과격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브레이크 느낌은 좋고, 정확한 스티어링 감각을 믿고 코너에서 밀어붙이면 느껴지는 높은 완성도에 이 녀석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스포츠 배기 시스템은 살짝 억제된 기분 좋은 느낌의 사운드로, 묘한 중독성이 있다.



변속기는 여전히 6단 자동변속기다. 컴팩트한 공간 때문에 새로운 변속기를 장착하는 것은 차세대의 과제로 넘긴 것 같다. 하지만 변속감이 좋아 더블클러치가 부럽지는 않다. 수동 모드로 운전하면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변속기의 숫자가 크게 나오는데, 그대신 변속 타이밍을 표시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든다.



운전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하면 가변 댐핑 제어는 물론 파워 스티어링, 엔진 쓰로틀 특성, 점화타이밍, 그리고 변속타이밍이 바뀐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달려나간다기 보다는 큰 파도에 떠밀려가는 듯한 느낌도 든다. 스포츠 모드로 달리면 딱딱하지만, 언제나 바디의 움직임은 침착하게 제어되고, 모든 거동에 일관성이 있으니 운전하기는 어렵지 않다. 스포츠 모드에서 쓰로틀이 닫힐 때, 엔진제어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배기버블 사운드는 내가 스포츠카를 몰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준다.

스포츠 모드 기능을 제공하는 자동차는 많다. 차이가 크지 않은 것도 많지만, 이 녀석은 다르다. JCW의 이런 다이내믹한 성능을 기존 미니의 팬이 아닌 사람일수록 경험했으면 한다. 진정한 멀티 플레이어의 모습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차는 와인딩 로드를 공략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와인딩 로드를 달려보면 제일 먼저 고급스러운 승차감에 놀라게 된다. 과거 밀어붙이기만 주행감과는 사뭇 다르다. 하체의 움직임은 딱딱하지만 유연함은 충분하다. 그래서 내장까지 흔들어 버리는 불쾌함은 없다. 노면이 평탄하지 않은 구간에서도 튕겨나가지 않고, 노면에 진득하게 붙어 나간다. 서서히 속도를 더 올려 본다.  타이어와 차체 그리고 내가 하나인 것처럼 일체감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기분이 나빠지는 딱딱한 승차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스티어링 감각은 정확하고 선명하니, 내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전해준다. 스포츠 시트는 와인딩 로드에서의 안정감에 한 몫 한다.



한바탕 달리고 나서 이 녀석을 다시 보니 브레이크 성능이 참으로 놀랍다. 브렘보와 공동 개발한 4-피스톤 캘리퍼와 거대한 로터를 가진 브레이크 덕분이다. 캘리퍼가 커지니, 휠은 좀더 오프셋을 크게 가져갈 수 밖에 없어 외부로 살짝 돌출되었다. 커브길을 내려오면서도 아무런 걱정 없이 밟을 수 있었다. 브레이크 냉각 덕트의 도움을 있을 것이다. 동력성능의 개선은 역시 제동력 강화가 필수다,


삼중고를 잘 해결했다.



전륜 구동, B-세그먼트 크기의 작은 차체에 32.7kgm 최대토크. 이건 개발자가 부닥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다. 하지만 이 삼중고를 스마트하게 해결한 결과를 보니, 감탄할 수 밖에 없다. JCW는 기본적으로 리어가 묵직한, 안정된 언더스티어 자동차인데 꽤 난폭하게 몰아도 핸들링이 쉬운걸 보니 넘쳐나는 파워를 언제 풀어놔도 문제가 없다. 토크 스티어는 노면에 돌출이 있을 때만 살짝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와인딩 로드에서도 트랙션 부족을 느끼는 일이 거의 없었다.  다이내믹 트랙션 콘트롤(DTC) 모드에서도 마찬가지다. 트랙션 제어를 풀어도 여전히 멋지다. 전자식 디퍼렌셜 록 콘트롤 (EDLC)이 지원되는 DTC 기술 수준도 높지만, 3세대 미니의 기본 성능이 탄탄한 효과도 있는 것 같다. “스포츠 모드 + DTC ON"의 조합으로 달리면 모든 포커스가 딱 맞고, 재미있고 그리고 사용하기 쉬운 녀석이 된다. 아드레날린 분출은 덤이다.


3세대 미니 JCW, 이건 감동 물건이다.



BMW 미니는 ‘Go-Kart Feeling’라는 슬로건으로 민첩한 움직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크기가 상당히 커진 3세대 미니 JCW는 온몸으로 롤과 피칭을 막는 그런 ‘고-카트’ 느낌은 많이 희석되었다. 그래도 경쾌하고 날카로운 조타 특성 덕분에 빠릿빠릿한 느낌은 여전하다. 서스펜션은 딱딱하지만, 유연함도 느낄 수 있을 만큼 생기 넘친다. 그렇지만, 신형 JCW를 타면 더 묵직하고 큰 차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JCW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일 것이다. 아무리 고성능에 디자인과 재질에 신경을 써서 나름의 설득력이 있는 가격으로 설정했다고 해도, 시장에 나오면 늘 경쟁이 있기 마련이다. 예산 범위를 조금만 조절해도 대안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미니 JCW의 가치는 거기에서 출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 승차감이나 조작감이 미니 쿠퍼 S의 단순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궤적에서 벗어난 더 스타르타한 맛과 스릴이 넘치기 때문이다.



3세대 미니에서 JCW는 단순히 가장 빠를 뿐만 아니라 조종성과 승차감의 통일성, 취급 용이성 측면에서도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스포츠카 세계로 입문을 생각하는 운전자부터, 수동변속기 경험도 있고, 상당한 드라이빙 경험이 있는 상급자까지 폭넓은 대상에게 운전의 만족을 주는 완성도 높은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쓸데없이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안심하고 한계 속도까지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자동차가 3세대 미니 JCW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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