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가치를 누려라, 아반떼

놀랍다. 이렇게까지 달라졌을 줄 몰랐다. 단순히 ‘살짝’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닐까 싶었지만 확실히 다른 차였다.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이번 6세대 아반떼(AD)는 구형(MD)의 아쉬운 점을 철저히 보강해 갈고 닦아 만든 차다.

시승은 왕복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코스에서 진행했다. 차는 1.6리터 디젤 버전이다. 양평 대명리조트를 출발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리는 구간은 조수석에서 차를 체험했고, 춘천 킹스데일GC에서 양평으로 돌아오는 길엔 직접 운전하며 차를 느껴봤다.

정숙성에 놀라다

성인 남자 세 명이 함께 타고 달렸다. 햇살이 따가울 정도로 내리쬐는 날씨여서 에어컨도 3단이다. 예전 같으면 엔진 회전수가 올라가기 바빴을 거다. 힘에 부쳐서 용을 쓰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새로운 아반떼는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가속할 때 느낌이 좋다. 부드럽고 조용하다.

콘크리트 노면에서도 꽤나 조용했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소리, 엔진룸에서 넘어오는 소리도 싹 걸러낸 느낌이다. 차에 함께 탄 사람들과 여유롭게 얘기할 수 있고, 오디오의 볼륨을 크게 높이지 않아도 즐기기에 충분하다. 연구소에서 체험했을 때 분명 가솔린 모델 보다 조용했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탄탄한 주행감각

새로운 아반떼는 일반적인 범주 내에선 딱히 라이벌이 없을 만큼 완성도를 높였다. 뼈대는 튼튼해졌고, 하체는 유연해졌다. 독일 스포츠 세단의 느낌과는 차이가 있지만, 여러 사람들이 요구하는 느낌을 정확히 짚어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을 땐 힘 있게 치고 나가는 맛이 확실히 좋아졌다. 1.6 e-VGT 디젤엔진과 7단 DCT가 맞물려 최고출력 136마력(@4,000rpm)의 힘을 재빠르게 바퀴에 전달한다. 30.6kg.m의 최대토크는 1,750rpm부터 2,500rpm까지 꾸준히 발휘한다.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놓으면 7단에서 6단으로 기어를 낮추고 엔진 회전수를 높인다.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하는 거다. 에코 모드로 바꾸면 반대로 힘을 쭉 빼면서 최대한 효율을 쥐어 짤 수 있도록 세팅됐다. 이전 세대 모델들과 차별화된 점이다. 각 모드의 특성을 조금 더 살렸다. 스포츠 모드에서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면 기어를 낮추면서 엔진 회전 수를 보정해준다. 이런 세팅은 코너를 공략할 때 큰 도움을 준다.

쫀득한 코너링도 매력이다. 이전 세대 아반떼(MD)는 차 뒷부분의 움직임이 가벼운 편이어서 호 불호가 갈렸다. 신형은 한결 더 성장한 것 같다. 적당한 몸놀림과 탄탄해진 뒷다리가 특징이다. 리어 서스펜션 위치와 구조를 바꿔서 뒤가 까불거리지 않는다. 한결 차분해졌다. 뒷좌석에도 사람이 타야 하는 ‘패밀리카’로서의 성격을 더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게다가 A필러가 얇아져서 코너링 때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경제성이 중요해! 연료효율은?

연료효율을 고려하지 않고 신나게 달렸을 땐 리터 당 11km쯤이었다. 복합연비가 리터 당 17.7km니까 생각보다 좋은 편이다. 다시 얘기하지만 성인 남성 세 명과, 에어컨 3단이다. 가혹조건에서의 비효율적인 운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나쁘지 않은 수치다.

고속도로 공인연비는 리터 당 19.3km이다. 그렇다면 효율을 우선한 운전 상황에선 어땠을까. 고속도로에선 시속 100km로 크루즈컨트롤을 켜고 달렸고, 시내에선 부드럽게 운전했다. 그 결과 트립컴퓨터 기준으로 리터 당 25.1km를 기록했다. 놀라운 효율이다. 고속도로 90%, 시내 주행 10% 비율쯤 되겠다. 준중형차에 있어 경제성은 꽤 중요한 요소다. 장거리 여행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결과가 아닐까.

낮고 넓은, 정제된 스타일

낮고 넓은 디자인 덕에 시각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현대는 ‘정제된 역동성’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았다. 당당함이 느껴지는 앞모양은 새로운 디자인의 핵심이다. 전조등과 안개등, 그 주변 디자인도 조화롭다.

낮아진 전면 덕에 옆모양은 구형보다 한결 스포티해졌다. 쿠페 스타일을 더 부각시켰다. 뒤로 갈수록 선이 높아지면서 팽팽해진다. 그러면서도 잘 정돈된 이미지가 특징이다. 비례감이 좋다.

인테리어는 최근 출시된 다른 현대차와 통일감을 느낄 수 있다. 차분하면서도 실제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설계돼 편리하다. 훨씬 직관적이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 쪽으로 6.9도 기울어져 있다. 운전하면서도 여러 기능을 다루기 쉽다.

준중형 세단의 최강자, 아반떼

현대차에 따르면 8월26일부터 9월16일까지 계약대수는 무려 8,900대다. 출시된 이후 계약률이 30%나 늘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다양한 연령층이 차를 샀다는 점이다. ‘젊은 애들이나 타는 차’에서 누구나 탈 수 있는 차로 성격이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여러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 그동안 쏘나타가 지켜온 자리를 아반떼가 물려받은 셈이다. SUV 돌풍에 맥을 못 추는 세단 시장의 새 바람이 될 지 기대된다.

글

박찬규 star@ridmag.co.k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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