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에 이어서>
그렇게 잊을 수 없는 울룰루의 석양을 뒤로하고 사막속의 도시 '앨리스 스프링스'로 향했다.앨리스 스프링스는 호주 원주민이 굉장히 많이 거주하며, 원주민 문화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도시였다. 동물원과 몇몇 역사박물관을 방문 했는데, 굳이 이런 곳을 찾아다닐 필요는 없어 보인다. 원주민이 만든 기념품을 파는 곳이나, 산책만 하더라도 충분히 이국적인 관광을 할 수 있었다.
앨리스 스프링스에 한국인은 매우 드물었다. 보통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머무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 중에 잠깐 들르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고, 따라서 일자리도 적은 편이었다. 반면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일하기가 쉬운 점도 있어보였다. 한국인을 멀리하고 호주 원주민 문화 속에서 생활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거주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앨리스 스프링스를 넘어서 마지막 오프로드 트랙 '플랜티 하이웨이'를 향해 갔다. 플랜티 하이웨이는 호주를 가로 지르는 사막 오프로드 트랙 '아웃백 웨이'의 동쪽 부분 오프로드 트랙이고 약 1,000km 에 달하는 길이었다.
플랜티 하이웨이의 길은 굉장히 험했다. 모래가 너무 깊었기 때문에 모터사이클이 좀처럼 속력을 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몇몇 원주민 마을을 방문하게 되었다. 이곳은 앨리스 스프링스와는 다르게 외부 문명과 거리를 두고 있었고 아시아인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참을 달리다가 도저히 해지기 전에 다음 경유지 까지 도달 할 수가 없어서 근처에 있는 목장 집에 들러서 앞마당에서 캠핑을 할 수 있겠냐고 부탁하니, 매정하게 거절당했다.
해는 이미 저물었고 더 이상의 주행은 안 되겠다고 판단하고, 하는 수 없이 사막 한 가운데서 캠핑을 했다. 흔히들 사막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다고 하는데. 이날 밤은 굉장히 더웠다.
다음날 아침 도저히 내 혼다 CB125E 가지곤 이런 대장정의 오프로드 트랙은 완주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혹시나 이러한 오프로드 트랙을 염두에 두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듀얼 퍼포즈 이상의 오프로드 주파능력이 있는 모터사이클로 오길 바란다.
그렇게 다시 스튜어트 하이웨이로 돌아오고 지루한 주행이 시작 되었다. 아무리 장관이라도 5,000km 가량 똑같은 것만 보다보면 질리게 된다.
TIP 0. 호주 일주에 적합한 모터사이클
호주 전역을 일주하실 예정이라면 적어도 400cc 이상 모델을 권합니다. 그리고 일정에 오프로드 트랙이 포함되어 있다면, 적어도 듀얼 퍼포즈 이상의 오프로드 주파 능력을 가진 모델을 권합니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온로드만 이용할 시 혼다 CB400 모델 정도가 적합하고(가격은 3500AUD면 괜찮은 중고를 살 수 있습니다.) 오프로드 트랙이 포함되었다면 스즈키 DR650, 가와사키 KLR650 같은 모델을 권합니다.(4000AUD 정도면 괜찮은 중고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러던 중 자동차 타고 호주를 일주하는 프랑스 남자 시르벵과 독일 여자 앤, 커플과 일정을 같이 하게 되었다. 호주를 로드 트립 하는 여행자들을 보면 이렇게 남녀 커플로 구성된 여행객 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이 유럽인들 이었다. 유교적인 관점에서는 그다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겠지만, 그 즐거움은 부인 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다윈을 들르지 않고 다사다난 했던 스튜어트 하이웨이와 작별하고, 다음 목표도시 브리즈번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노던테리토리 에서 호주 퀸즐랜드 주로 넘어오는 길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큼 장관 이었다. 이러한 지형을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단연코 내 1차 호주 여행기 로드 중 최고였다.
그렇게 아름다운 장관을 보면서 주행 끝에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브리즈번에서 미리부터 연락 해뒀던 '이륜차 타고 세계여행' 회원들과 만나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았다.
브리즈번은 그다지 관광 할만 한 명소는 없었고, 특이한 점은 한국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워킹홀리데이로 돈을 버는 방법 중 가장 보편화 되어 있는 것은 호주 공장 취업인데, 임업 국가인 호주답게 고기 공장에서 취업이 가장 많았고 그 고기공장이 많은 곳이 브리즈번 이었다. 공장은 항상 일정한 시간만큼 일을 할 수 있었으며, 임금도 높은 편이었다. 그러나 일이 굉장히 힘들고 고되며 고기를 해체 하는 작업이다 보니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심하다. 따라서 목적의식이 분명하거나, 운이 좋게 편한 보직을 받는 것이 아니면 대부분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둔다고 한다.
이 당시에 브리즈번에는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때 부터 주행은 거의 수중전 이었다. 간혹 방수 내피를 안에 껴입고 헬멧에 맺힌 빗방울을 보며 주행을 하다보면 내가 실내에 있다는 착각마저 들곤 했다.
그리하여 다음 목적지 '스텐소프' 로 향했다. 스텐소프는 여러 농장이 몰려 있는 조그만한 마을이며 이곳에서도 미리 연락해 두었던 '이륜차 타고 세계여행' 회원을 만나기로 했다. 나를 초대 했던 분은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와 이곳 농장에서 경비를 벌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하룻밤을 머물면서 전반적인 호주 농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풍경을 관람 할 수 있었다.
MEMO. 호주에서의 워킹홀리데이
공장과 같이 많은 워킹홀리데이 한국인들이 농장으로 취업을 온다. 그러나 농장은 공장과 다르게 일이 일정하지가 않기 때문에 계절을 잘 맞춰야 큰돈을 벌 수 있고, 시기를 잘 맞춰오지 않으면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농장의 운영시스템은 사장 밑에 '슈퍼바이저' 라고 불리는 중간관리자가 노동자들을 인솔하는 것이 기본적이다. 보통 농장은 도심에서 외진 곳에 있어서 호주의 도시적인 문화를 경험하기 힘들고 대부분의 농장이 노동자 숙소를 같이 제공하며, 반드시 그곳에 거주해야만 한다.
실상은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한국인들 일 경우 이상한 군대식 위계질서와 파벌, 그리고 그에 따른 편파적 특혜의 온상이다. 따라서 한국인이 많은 농장 지역은 그다지 현명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 그에 반해 외국인이 주로 구성된 농장에서 일을 하게 된다면 제한적 공간에서 어쩔 수 없이 영어만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영어실력이 굉장히 향상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농장 체험을 끝으로 나의 1차 여행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여전히 계속된 장마로 인하여 수중 라이딩을 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도저히 빗길을 헤치고 나갈 수가 없어서 주유소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주유소 화장실 옆에서 궁상맞은 캠핑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시드니에 도착하게 되었고, 나의 1차 호주 모터사이클 일주도 끝마치게 되었다. 1차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더욱 더 험난하고 고된 2차 호주 모터사이클 일주를 기획하게 되었다.
TIP1. 호주에서 모터사이클 등록하기
먼저 호주에서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을 등록할 수 있는 자격은 워킹홀리데이비자, 학생비자입니다. 관광비자도 등록하는데 문제가 없다곤 하나, 제 일행이 자동차를 등록하려고 했을 때 은행 거래내역서나 핸드폰 등록서류를 가져 오라고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호주에서 중고 모터사이클을 등록하는 자세한 절차는 네이버 블로그 포스트(http://cafe.naver.com/hojuassociation/68400)를 참조하세요. 자동차 등록 포스트이긴 하나 모터사이클도 동일합니다.
한국은 중고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을 팔 때 등록을 폐지하고 판매하는데 반해 호주는 등록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명의자만 바꿀 수가 있습니다. 보통 이 등록을 REGI라고 하는데, 가급적 살 때 돈 좀 더 주더라도, 이 레지 기간이 남은 것을 사세요. 기간이 지난 차량은 등록 전 차량 검사를 실시하는데 이때 수리비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물론 차량 검사 비용도 별도로 지불해야 합니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글
론더(Roande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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