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이렇게 생겼어?’ 시트로엥 C4 피카소의 첫 인상이다. 이름따라 간 다더니,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난해한 그림 스타일이 차에 그대로 표현된 것 같다. 어디 하나 평범한 곳이 없다. 거장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기계로 묘사하면 이런 차가 나올까. 좌우로 찢어진 눈매하며, 지붕까지 올라간 거대한 앞유리, 거기다 크롬 몰딩으로 포인트를 준 그린하우스까지, 결코 낯익은 생김새가 아니다.

 

어때? 계속보니 괜찮지?

 

 

그동안 짜임새 있는 독일차 디자인만 너무 봐와서일까. 특이한 생김새에 자꾸만 눈이간다. 매일 소시지만 먹다가 처음 달팽이에 입을 댄 것처럼 색다르다. 계속보다보니 그런대로 괜찮다. 관점을 달리하니 오히려 맘이 편하다. 언뜻언뜻 잘생겨 보이기까지 하다.

 

 

매력적인 앞모양이다. 특히, 브랜드 상징을 십분 활용한 그릴 형태가 인상적이다. 시트로엥의 상징인 더블 쉐브론을 로고이자 디자인의 한 부분으로 사용했다. 하나의 요소를 두 개의 방법으로 표현했다. 감각적이다. 그 양 옆에 있는 얇고 길쭉한 LED 데이라이트는 세련미 있다. A필러를 포크처럼 갈라 유리를 부착한 것도 독특하다. 앞 창문과 뒤 창문을 ‘ㄷ’자 형태로 감싼 두툼한 크롬 몰딩은 우아해 보이기까지 하다.

 

리어램프의 입체적인 라이트 디자인은 깊은 눈망울을 보는 것 같다. 어두운 밤에 보면 더 그렇다. 아이컨택을 멈출 수 없다.

 

 

실내는 외관보다 남다르다. 감히 이 차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다. 일단, 널찍한 파노라마 윈드스크린과 글라스 루프가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유리의 향연이다. 과연 햇볕 좋아하는 사람들(프랑스 국민)이 만든 차답다. 여기에 내부를 구성하는 각 요소들이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을 유감없이 뽐낸다.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그 모양새가 추상적인 조각품 같고, 그 뒤로 보이는 칼럼식 기어 레버는 날렵한 생김새를 자랑한다. 버튼을 최소화하고 네모난 모니터를 장착한 센터페시아는 깔끔하면서도 현대적이다.

 

불편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안락한 시트다. 등받이 오른쪽에 팔걸이도 있어 주행 중 편안한 자세를 잡을 수 있다. 센터페시아 위, 널찍한 12인치 HD 스크린엔 디지털 계기반이 나온다. 보통의 차처럼 스티어링 너머에 있진 않았지만, 적응하는데 오래 걸리진 않는다. 또 차의 필수적인 정보가 깔끔한 그래픽으로 구현돼 보기 쉽다.

 

 

7인치 터치스크린 좌우엔 에어컨, 내비게이션, 오디오 등 아기자기한 아이콘이 새겨져 있다. 손가락을 살짝 갖다대면 각 기능이 작동된다. 버벅거리지 않는다.

 

오른손은 간간히 허공을 휘저었다. 기어 노브가 있어야 할 자리가 휑하다. 운전대 뒤에 레버가 있다는 것을 자꾸 잊게된다. 어색하다. 하지만 이 또한 손에 익으면 불편하지 않다.

 

 

뒷좌석은 세 개의 시트가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6:4 방식이 아닌, 1:1:1 방식이다. 운전석 및 조수석 뒤편엔 간이 테이블이 있다. 간단히 소지품을 올려놓기에 편리하다. 트렁크 용량은 537리터다. 2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630리터의 저장 공간이 펼쳐진다.

 

만족스런 주행성능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실내로 들어오는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적다. 저속에서 오는 변속 충격이 꽤 크다. 울컥거린다. 6단 자동 변속기가 들어갔지만, 순간 ‘MCP변속기가 잘못 들어간 거 아닌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속도가 붙으니 부드러운 변속감을 드러냈다.

 

이 미션은 최고출력 150마력(@4,000rpm), 최대토크 37.7kg·m(@2,000rpm)의 힘을 지닌 2.0리터 BLUE-HDi엔진과 맞물린다. 1,625kg의 차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10.1초가 걸리고, 최고 210km의 속도를 낸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이 좋다. 노면에 착 달라붙어 가는 주행질감이 일품이다. 승차감은 어느 속도에서건 탄탄하다. 탄력있는 서스펜션(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 빔)과 205/55R17 타이어 세팅 덕분이다. 울퉁불퉁한 노면이 많은 프랑스에서 터득한 노하우가 담겨있다. 브레이크 성능은 강하다. 빠른 속도에서도 페달에 약간의 힘을 가하면 신속하게 속도를 줄인다.

 

 

몸놀림은 의외로 민첩하다. MPV답게 껑충한 차체를 지녔지만, 스티어링을 좌우로 움직였을 때 느껴지는 롤링 현상이 적다. 차의 뼈대가 되는 EMP2 플랫폼이 낮은 무게 중심을 지녔기 때문이리라. 주행모드는 따로 없다. 에코모드 on/off는 있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4.4km(도심연비 리터당 13.2km, 고속도로연비 리터당 16.1km)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km당 137g이다.

 

지루한 MPV는 가라

 

 

‘볼매’란 신조어가 있다.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란 소리다. 이 차가 딱 그렇다. 겉모양은 트렌드에서 살짝 벗어났지만 개성 강한 스타일을 지녔고, MPV치곤 화끈한 성능도 식상함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차는 사야하는데, 남들과 차별화 된 무언가를 얻고자 한다면, 시트로엥 C4 피카소를 구매 리스트에 올려보자. 의외인 곳에서 ‘진주’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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