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잘 타는 남자는 멋있다. 자동차든, 자전거든, 모터사이클이든. 그중 짜릿함으로 따지자면 모터사이클만 한 것이 없다. 얼마 전 KSBK(Korea Super Bike) 3전 SB1000클래스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며 멋진 남자로 등극한 임호곤 선수를 만나봤다. 그리고 물었다. 그가 멋져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Q. KSBK 3전에서 처음 1위를 차지했다. 기분이 어떤가?
1전 당시 첫 포디엄에 올랐을 때 기쁜 마음에 눈물이 났다. 그러나 2전 때는 처음 시합이 열린 낯선 경기장인 데다 비까지 내려 성적이 좋지 않았다. 덕분에 시무룩한 마음으로 3전을 치렀다. 그런데 예상외로 신형 YZF-R1(이하 R1)으로 머신을 바꾼 후 1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된 것이다. 솔직히 큰 감동이었다.
Q. 3전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바이크가 좋아서인 것 같다. 머신 교체 후 속도가 2초나 단축됐다. 동력성능이 200마력으로 향상됐으니 유리했을 것이다. 레이스에서 2초는 엄청난 차이다. 선수가 개인 역량으로 속도를 줄이기란 쉽지 않다. 연습 때부터 지금까지 기록했던 그 어떤 속도보다 빨라서 자신감도 생겼다. 모터사이클 성능과 그로 인한 자신감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낸 것 같다.
Q. 신형으로 바꾼 후 첫 주행인데 머신과의 호흡은 어땠나?
차가 이전에 타던 구형 R1에 비해 가벼워서 처음에는 낯설었다. 순정 머신이 199킬로그램이라 이전보다 7킬로그램 정도 가벼운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밸런스도 갖춘 덕에 금방 적응했다. 어차피 머신과의 호흡이나 적응 문제는 선수의 재량이기도 하고. 익숙해지니 구형에 비해 많은 부분 발전된 것이 체감됐다.
Q. 이전에 타던 구형 R1과의 눈에 띄는 차이점은 무엇인가?
차량 출력만 20마력 가까이 향상됐다. 외관상 콤팩트해진 것도 단번에 느껴졌다. 프론트 형상만 봐도 구형이 사이즈가 훨씬 넓다.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의 소재로 인해 건조중량도 가벼워졌고, 일단 차가 콤팩트해지니까 다루기가 무척 쉬웠다. 휠베이스도 1415밀리미터인 구형에 비해 10밀리미터나 줄었다. 전반적으로 구형보다 확실히 편안한 주행감각이며, 고속으로 주행해도 포지션이 낮아 훨씬 안정적이다. 엔진필링 또한 구형 R1과 달리 훨씬 개선된 느낌이다. 더불어 신형은 6축 관성 측정 유닛을 통한 다양한 전자제어 시스템으로 안정적인 주행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 밖에 스윙 암이 바뀌는 등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맞물려 뛰어난 밸런스를 갖춘 것 같다.
Q. 레이스베이스 머신과 일반 머신의 차이는 무엇인가?
기본 양산차와 레이스베이스 머신은 엔진은 같은데 전기 계통이 다르다. ECU나 출력이 레이스베이스 머신의 경우 좀 더 높다고 보면 된다. 기본적인 브레이크 등은 같다. 보통 레이스베이스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양산차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말 그대로 레이스를 하기 위한 차량으로 경기장에 들어가서 탈 수 있게끔 만들어놓은 차량인 거지 양산형 모터사이클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Q. 현재 임호곤 선수 머신은 순정 머신과 어떤 부분이 다른가?
머플러와 풋 페그, 리어 서스펜션만 교체했다. 나머지는 일반 양산형 머신과 동일하다.
Q. 실제 경기를 뛰면서 느낀 점은 없나? 머신과의 적응문제라든지.
1,000cc 대배기량 바이크를 다룬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가볍고 콤팩트해진 상태에서 출력이 높아져 걱정했는데 밸런스도 상당히 좋았다. 가볍고 힘이 좋아서 직진 상태에서 고속주행할 때 핸들이 가벼워질까 봐 걱정했는데 단순한 기우였다. 더불어 조항대 선수와 순위를 다투면서 무리를 하다 보니 위험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리프트 컨트롤 시스템이나 슬라이드 컨트롤 시스템 등과 같은 전자장비로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Q. 전자 장비를 사용하는 편인가?
대부분 사용하는 편이다. 전자장비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부터 타던 사람들은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다. 구형 R1만 봐도 신형만큼 전자장비가 다양하진 않다. 케이시 스토너의 경우 전자 장치를 끄고 탄다고 들었다. 그러나 최근 신형 머신들은 전자장치가 기본이며, 브랜드 간의 성능 싸움이기도 하다. 훨씬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도록 고안한 기술력인 만큼 도움이 된다. 사용 유무에 따른 정답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굵직한 제조업체가 이러한 기술력을 도입한 이유에는 그만한 필요성 하에 제작했을 것이고, 스스로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 이용하고 있다.
Q.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이 드는 전자장비는 무엇인가?
뱅크각 대응형 트랙션 컨트롤과 슬라이드 컨트롤이다. 개인적으로 그 두 가지가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깊은 뱅크 각에서도 리어 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아 마음 놓고 탈 수 있었다. 최대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었다.
Q. 머신 교체가 이번 우승 결과에 몇 퍼센트나 차지했다고 생각하는가?
70%는 차치한 것 같다. 머신의 도움이 정말 컸다. 나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러한 추세다. 일례로 일본 JSB1000 클래스에서 3년 연속 우승 경력을 가진 야마하 팀 나카스카 카츠유키라는 선수도 구형 R1을 타다가 신형 R1으로 바꾼 뒤 다른 팀과 시간 차이를 많이 벌렸다. 그 외에 몇몇 선수들도 신형 R1으로 바꾼 뒤 포디엄에 서게 되는 등 전반적으로 좋은 결과가 많이 보였다. 아마 머신의 성능이 기여한 부분이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
Q. 우승한 이유가 머신이 좋아서라니, 너무 겸손한 것 아닌가? 그래도 ARRC라는 국제무대에 섰던 것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은데?
ARRC에 출전해서 도움이 됐던 것은 배틀이다. 경기가 이뤄지는 순간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배웠다. 센툴 전에서는 배틀의 요령을, 스즈카에서는 승부를 위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과감히 추월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레이스에서 선수는 규정을 지키는 매너만 있으면 된다. 승부를 위해서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는 것을 스즈카에서 특히 느꼈다. 우승을 위한 집념과 열정을 크게 배웠다. 바이크를 컨트롤 하는 주법 등은 이전과 같았다. 1, 2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주행했고, 여기에 속도가 빨라지다 보니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
Q. 신형 R1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차량의 콤팩트함과 가벼움이다. 그만큼 운동성이 좋아졌다. 구형 R1의 무게와 부피에 익숙했다가 처음 탔을 때 적응이 안 됐을 정도였다. 신형은 방향전환이 쉬워졌을 뿐 아니라 훨씬 스포티한 감각이다. 휠 무게부터 차이가 크다. 구형 R1은 타 브랜드 휠보다 무거웠다. 그런데 신형은 가볍다. 휠이 가벼우니 운동 성향도 가벼워졌다. 현재 레이스 머신은 순정 휠을 그대로 사용한다. 물론 더 가벼울수록 좋겠지만 신형은 굳이 바꾸지 않아도 충분한 성능을 내준다.
Q. 대부분 평이 좋은데 그래도 아쉬운 부분을 꼽는다면?
굳이 꼽자면 처음 머신을 접했을 때 계기반을 통한 전자제어장치들의 조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기능이 많아서 숙달되기 전에는 조금 복잡하다. 선수는 세팅을 다시 하면 되는데, 일반 사용자들은 조심스러울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았다. 그래서 YSK 측에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참고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제작, 배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계기반이 복잡할 수 있다는 것 말고는 R1에서 크게 아쉬운 점은 없었다.
Q. 만약에 타 브랜드 머신을 선택할 수 있다 해도 R1을 선택할 건가? 솔직히 말해보라.
솔직히 타 브랜드 머신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신형을 탄 후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우선 구형이나 동급의 다른 머신보다 밸런스 부분이 만족스러웠다. 부족함 없는 동력성능에 밸런스까지 갖췄으니 크게 바꿀 이유가 없다. 특히 새로운 탱크 형상은 상체를 홀딩할 때 뛰어난 안착감을 안겨준다. ABS의 경우도 타 브랜드에 비해 부드럽고 이질감 없이 작동하고. 게다가 엔진필링도 무척 좋아졌다. 시프트다운 시에 동요하는 기색이 없어 헷갈릴 때도 있다. 기어를 확인하고 싶다면 계기반에 표시되니까 문제 되는 부분은 아니다.
Q. 이번 시즌 KSBK가 앞으로 두 경기 남았다. 다음 4전도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나?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솔직히 이전에는 우승에 크게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시즌 2등이라는 성적을 이르고 나니 1등을 차지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선두권에 있는 선수들이 10년 이상의 경력과 노하우를 지닌 선배들이라 3년밖에 안 된 나로서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참가했던 모든 경기에서 느꼈던 점과 요령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R1 선택을 고민하는 일반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신형 R1은 최신 기술과 외형으로 풀체인지 해 만족도가 높다. 콤팩트함, 경량화, 다양한 전자제어시스템은 물론, 기본이 되는 동력성능에 이에 어울리는 디자인까지 갖췄다. 어느 하나에 편중된 것 없이 골고루 완벽한 조화를 이룬 것 같다. 실제 서킷에서 구형 R1을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좋은 성적이 욕심난다면 신형 R1을 타라고 이야기했다. 왜냐고 물어보면 경량화와 전자장비의 조합이 너무 잘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물론 야마하 뿐 아니라 어떠한 브랜드건 모터사이클을 만들 때 완벽을 추구하는 것은 같다. 선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신형 R1은 완벽함에 거의 가까운 모델이다.
글
김정아 kja@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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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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