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술은 디테일에 강하다. 섬나라 고유의 귀족문화 영향이 크다. 화려함과 정교함을 강조한 이 문화는 사실적인 장식 미술과 섬세한 회화의 부흥을 이끌었다. 또 감성적인 색채를 아낌없이 사용해 정적인 작품 속의 생동감을 표현해냈다. 일본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세밀한 묘사로 디테일을 중시하고 완벽한 조형미를 위해 균형 잡힌 비례를 추구했다.



인피니티 Q70에서도 이런 디자인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차의 생김새를 만들어낸 예리한 선들은 꿈틀거리듯 살아 움직이는 것 같고, 곳곳에 자리한 꼼꼼한 디테일들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세단의 이미지를 풍부하게 변화시켰다. 덕분에 차가운 기계에도 ‘생기’가 가득하다. 동시에, 생명력 가득한 자연과 인체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는 인피니티 디자인 총괄, 나카무라 시로(Nakamura Shiro)의 철학도 그대로 배어있다. 


파도처럼 강렬하고 호수처럼 잔잔한 내·외관



‘선’은 동적인 Q70 디자인을 완성하는 핵심이다. 이것은 때론 부드럽게, 때론 강렬하게 차 이곳저곳을 지나가며 고운 형상을 만들어낸다. 특히 헤드라이트에서 테일라이트까지 이어진 캐릭터 라인과 그릴에서 보닛을 지나 루프까지 이어진 루프 라인은 인피니티의 디자인 콘셉트, 다이나믹 아데야카(Dynamic ADEYAKA: 역동적인 아름다움)를 그대로 구현해냈다.  



흡입력 있는 헤드라이트 디자인은 사람의 눈을 보는 듯 매혹적이다. 원형 LED 램프 주위로 촘촘히 박혀있는 LED 데이라이트는 반짝이는 눈동자처럼 보인다. 유려한 곡선의 매시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돼 특색 있는 볼거리를 연출했다. 마치 물결이 굽이쳐 움직이는 모양 같다. 안개등과 방향지시등은 앞 범퍼 2개의 줄 끝에 자리해 널찍한 앞모양을 완성한다.



빛을 통해 드러난 옆모양은 살아있는 유기체 같다. 생동감이 느껴진다. 이는 넘실대는 선들과 곡률 있는 면 덕분인데, 잔잔한 호수 위 느낌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단조로운 직선이나 스포티함을 강조한 여느 독일차의 캐릭터 라인과는 그 모양새가 차별화된다. 프론트 그릴 옆모양을 보면 마치 사무라이의 투구 같기도 하다.



뒷모양의 핵심은 ‘ㄷ’자 형태의 LED 면 발광 테일램프다.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도시적이면서 세련된 모습을 표현한다. 동시에 좌우 램프를 연결시키는 두껍고 길쭉한 크롬 밴드와 트렁크 하단에 있는 얇은 크롬 밴드는 분산된 시선을 집중시킨다. 루프에서 리어 펜더로 이어진 선은 풍만하기 그지없다. 미끈한 곡선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다. 인위적이지만, 그래서 더 돋보인다.



실내를 들여다보면 어디하나 모난 곳 없이 부드러운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각진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스티어링 휠에서부터 센터페시아, 그리고 도어 패널에 이르기까지 전체적으로 원만하다. 여기에 엔진 회전계 및 속도계 위 표현된 양각의 격자무늬와 고급스러운 느낌의 아날로그 시계, 그리고 하나의 조각을 보는듯한 도어 캐치는 실내 디자인의 디테일이다.



가죽을 입힌 스티어링 휠 그립감은 만족스럽다. 기계식 계기반의 시인성도 좋다. LED에 비친 숫자와 기계식 바늘이 어두운 배경 색상과 맞물려 시각적인 대비를 이룬다. 오디오 및 에어컨 그리고 차에 대한 각종 정보를 확인 할 수 있는 Q70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주변에 버튼이 많다. 처음엔 불편할 수도 있지만 손에 익으면 훨씬 편하다.


기품 있는 스포츠 세단의 달리기 성능



전체적인 주행질감은 묵직하다. 저속에서부터 고속에 이르기까지 가벼움이라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고급스러우면서 안정적으로 속도를 높여나간다. 무게는 1,845kg이다. 시승한 Q70 3.0d엔 V6 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238마력(@3,750rpm), 최대토크 56.1kg·m(@1,750~2,500rpm) 의 강력한 힘을 자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덴 6.9초가 걸린다. 최고시속은 250km다.



일반적인 주행에선 부드러운 가속감이 특징이다. 넘치는 힘을 일부러 천천히 나눠 쓰는 것 같다.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 및 소음도 상당히 억제됐다. 바람소리도 적다. 고속에서도 차분함이 느껴진다.



Q70은 불필요한 충격을 유연하게 걸러낸다. 서스펜션이 단단하지만 부드럽다. 덕분에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도로에서도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다. 급한 코너링에선 차의 흔들림이 느껴지긴 하지만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어하기엔 충분하다. 이 차는 스포티함을 가미한 플래그십 세단일 뿐 스포츠카가 아니다. 제동력도 우수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밀린다는 느낌 없이 재빠르게 육중한 차를 멈춘다. 기본기에 충실하되, 차의 콘셉트를 명확히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행모드는 스포츠, 스탠다드, 에코, 스노우까지 총 4개의 모드로 구성된다. 스포츠모드는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며 변속 타이밍도 바뀐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가 울컥하며 튀어나간다. 그렇지만 이 차를 제대로 느끼려면 스탠다드 모드나 에코가 나아 보인다. 자극이 덜하지만 편안함은 훨씬 커진다.


꼼꼼함이 차의 완성도를 높인다



Q70은 인피니티 브랜드가 지닌 디자인 정체성과, 고급 모델이 보여줘야 할 특징을 정확히 드러낸다.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부터 몸으로 느끼는 달리기 성능까지. 작은 것 하나하나 디자이너와 엔지니어의 정성어린 노력이 배어난다. 하나의 선에서 시작된 크고 작은 조형물은 서로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며 ‘다이내믹’한 디자인을 드러냈고, 발끝에서 시작되는 주행성능은 듬직한 고급 세단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 차의 경쟁력은 바로 이런 요소들이 모여 만들어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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