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 S3 VS. Mercedes-Benz A45 AMG VS. Volvo S60 T6 R-Design
2리터가 대세다. 중형 세단부터 SUV, 스포츠카까지 국산, 수입 할 것 없이 2리터급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늘고 있다. “실린더당 500cc씩 4기통으로 만들어야 엔진 사이즈가 적당하고…” 뭐 이런 기술적인 설명은 접어두더라도 배기량 2,000cc급 자동차가 늘어나는 건 분명히 드러난 추세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배기량 2,000cc’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과거엔 부의 상징으로, 배기량2,000cc급 차를 탄다는 건 큰 자랑거리였다. 자동차관리법에서도 배기량 2,000cc가 대형차와 중형차를 구분하는 기준이다. 물론 차급별 과세 기준이기도 하다. 예전엔 배기량에 따라 세율이 5단계로 달랐다. 그래서 ‘2,000cc’ 배기량이 구매 결정의 핵심 요인이었다. 물론 요즘엔 과세 기준이 3단계로 축소돼 1,600cc 이상 중형차는 cc당 세금이 같다.
한때는 자동차 업체들이 성능을 높이기 위해 배기량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6기통, 8기통을 넘어 12기통엔진까지 등장했다. 평균적으로 기통(실린더) 당 용량이 차 성격에 따라 4~600cc니까 배기량 3,000~6000cc쯤 되는 차가 많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환경 규제, 고유가 상황과 맞물리며 무작정 배기량을 키우는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엔진 다운사이징 전쟁’이 벌어진 거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전-처리와 후-처리다. 후-처리는 필터를 생각하면 쉽다. 오염물질을 걸러내는 거다. 그렇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어서 이제는 전-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우선, ‘덜 먹으면 덜 싼다’는 기본에 주목했다. 그런데 많이 먹던 사람이 갑자기 덜 먹으니 기운이 없다. 또, 먹을 때마다 죄다 흘린다면 의미가 퇴색된다. 그래서 조금을 먹더라도 제대로, 잘 먹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겠다. 결국 엔진 사이즈를 줄이면서도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터보차저나 슈퍼차저 같은 과급기를 다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고급 스포츠카들도 예외가 아니다. 줄줄이 이에 동참했다. 그리고 업체들은 어차피 개발한 기술이니 다양한 차종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 중 주목할 부분은 ‘작지만 강한 차’를 넘어, ‘작고 강한 차’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작다고 무시하지 말 것!
이번에 비교 시승한 차는 메르세데스-벤츠 A45 AMG, 아우디 S3, 볼보 S60 T6 R-디자인이다. 모두 2.0리터급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고, 300마력대 성능을 뿜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A45 AMG는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차저 직분사 엔진을 탑재했다. 최고출력은 360마력, 최대토크는 45.9kg.m나 된다. 비교 차종 중 힘이 가장 세다. 국산 중형차와 배기량이 같지만 성능은 두 배쯤 된다. A클래스는 벤츠 라인업의 막내고 해치백 차종이다. 그렇다 해도 AMG는 AMG다. 강력한 엔진과 함께 벤츠 특유의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인 ‘4-매틱(4-Matic)’이 적용돼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비교 대상 중 유일한 해치백 차종이다. 변속기는 7단 듀얼 클러치다.
아우디 S3는 A3 세단의 고성능 모델이다. 2.0리터 TFSI 가솔린 터보차저 직분사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93마력을 낸다. 최대토크는 38.8kg.m며 6단 S트로닉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A3 세단은 폭스바겐 제타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제타는 골프와 공유한다. 아우디만의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인 ‘콰트로’가 적용됐고, R8 등 고성능 모델에 탑재된 ‘마그네틱 라이드 서스펜션’이 S3에도 들어있다.
볼보 S60 T6 R-디자인(R-Design)은 셋 중 가장 덩치가 크다. 사실 한 체급 위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배기량과 성능 때문에 비교대상에 꼈을 뿐이다. 볼보 라인업 중 가장 스포티한 S60. 그 중에서도 성능이 가장 강력한 T6 모델이다. 게다가 에어로파츠까지 신경 썼다는 증거인 ‘R-디자인’ 배지를 달았다. 2.0리터 4기통 엔진에 슈퍼차저와 싱글터보차저를 더해 최고출력 308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뿜어낸다. 앞바퀴굴림방식을 쓰지만 전자식 LSD가 들어있어서 코너링 성능이 뛰어나다. 변속기는 8단 자동 기어트로닉.
비슷한 듯 다른 가속 느낌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숫자만 놓고 봐도 경쟁자를 찾기 힘들 거다. 지금 ‘BMW 1시리즈 M’을 떠올리며 비교대상에서 빠진 점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 차는 L6 3.0 트윈터보 엔진으로 340마력을 낸다. 다시 얘기하지만 지금 비교하는 건 2.0리터급 300마력대 차종이다.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이 빠졌다고 따져도 소용 없다. 몇 년 전에 타본 느낌을 비교하며 적는 건 불공평하다. 게다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팔지 않는다.
가속할 때 느낌은 역시 AMG다.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다. 시끄럽고, 불편하다고 싫어할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벤츠 A45 AMG는 레이스카를 모는 듯한 느낌을 그대로 재현했다. 이 차는 2.0리터 엔진으로 무려 360마력을 뽑아낸다. 터빈 사이즈도 그렇고 흡기-배기 시스템이 일반적인 차와 다르다. 우렁찬 배기음은 AMG 라인업의 핵심이자 자존심이다. 시동 걸 때 사운드는 조금 민망하리만큼 요란하다. 스포츠 모드로 놓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빠다다당~~” 소리가 도로에 울려 퍼진다. 배기 압력이 높고, 플랩이 모두 열렸을 때 들리는 소리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덴 4.6초가 걸린다. 몸이 뒤로 젖혀지면서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간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다. 2.0리터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아우디 S3도 가속할 때 배기음이 가슴을 울린다. A45 AMG보다 한결 부드러운 소리가 난다. 급가속 하며 기어가 바뀔 때마다 들리는 “버벙~” 소리가 특히 듣기 좋다. 낮고 굵다. S7이나 S6같은 형님들에 비할 덴 아니지만 S 라인업의 정체성은 분명하다. 느낌이 비슷하다. 가속할 때 성능도 수준급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4.9초다. A45 AMG나 S60 T6가 확 밀어붙이는 힘이 더 좋지만 S3의 끈질김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정감이 좋다.
볼보 S60 T6 R-디자인은 비슷한 듯 다른, 독특한 포지션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5.6초다. A45보다는 1.0초, S3보다 0.7초쯤 느리다. 그렇다 해도 눈 깜짝할 새다. 두 차종과 구동방식(S60은 FF; 앞 바퀴 굴림 방식)이 달라서 접지력 차이 탓에 기록이 조금 덜 나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 차는 ‘안전’의 대명사 ‘볼보’가 만들었다. ‘안전’ 때문에 일부러 천천히(?) 달리도록 세팅했다고 하면 할 말이 없다. 뭐, 그 말이 사실이더라도 체감 성능만큼은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저속이나 고속이나 밀어붙이는 힘이 좋다. 슈퍼차저의 역할이 큰 것 같다. 그리고 배기음을 스피커로 증폭시켜서 ‘은은히’ 들려주기 때문에 차에 탄 사람은 그저 신날 뿐이다. 당연히 차 밖에서 들리는 소리는 셋 중 가장 조용하다.
고속 코너링 비법은 ‘힘 몰아주기’
세 차종 모두 날렵한 몸놀림이 특징이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첨단 기술을 모아놨다. 벤츠 A45 AMG와 아우디 S3는 네 바퀴 굴림 방식이지만 평소엔 앞 바퀴에만 힘을 주고 다닌다. 갑자기 달려나갈 땐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네 바퀴 모두에 골고루 힘을 준다. 볼보 S60은 앞 바퀴 굴림 방식을 쓴다.
코너링 느낌은 세 차종이 모두 다르다. 처음엔 A45와 S3가 느낌이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막상 달려보니 오히려 A45와 S60이 비슷했다. 바깥으로 밀려나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찰나 갑자기 차의 흔들림이 줄어들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코너를 빠져나간다. A45가 S60보다 훨씬 더 자세 제어에 개입하는 정도가 심했다. A45 AMG는 ESP(자세제어장치)를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운전자 실력에 맞출 수 있는 배려다.
S60은 네 바퀴 굴림 방식을 포기한 대신 CTC(Corner Traction Control)라는 전자식 LSD를 탑재해 코너링 성능을 높였다. 앞 바퀴 굴림 방식 차종은 구조적 특성상 운전자가 의도한 것보다 바깥으로 밀려나가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생기는데, 이를 막기 위해 힘이 많이 필요한 코너 바깥쪽 바퀴에 힘을 몰아주는 기술이다. 골프 GTi와 GTD에도 이름은 다르지만 같은 기술이 적용됐다.
아우디 S3의 코너링도 꽤나 안정적인데 두 차종과 비교하면 조금 더 공격적인 느낌이다. 뒷바퀴 구동력 배분 로직 차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음 움직임과 끝날 때 움직임이 일정하다. 처음 자세를 끝까지 유지한다. 서스펜션 움직임이 적극적이다.
고급 소재, 화려한 편의 및 안전장비로 무장
세 차종 모두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이 타더라도 놀랄 만큼 화려한 기능으로 무장했다. 차 콘셉트가 조금씩 다르지만, 각각의 특성에 충실히 여러 장비를 집어넣었다. 인테리어도 브랜드 철학이 묻어난다. 어쨌든 나름 고급형이다. 갖출 건 다 갖췄다.
가장 화려한 품목을 자랑하는 건 볼보 S60 T6 R-디자인이다. 앞 좌석은 스포츠 시트가 적용됐고, 전후방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비춰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큐 어시스트가 적용돼 설정된 속도로, 주변 차와 거리를 알아서 조절해주며 달린다. 정체나 지체 구간에서도 완전히 멈췄다가 다시 출발할 수 있다.
그리고 볼보 하면 ‘안전’이다. 알아서 멈추는 기술에 있어선 최고 수준이다. 시속 50km의 속도까지 작동하는 시티세이프티는 앞 차나 장애물과 추돌이 예상되면 차를 알아서 멈춰 세워 준다. 또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사이클리스트)를 감지해 차 앞으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등 사고가 예견될 때도 앞유리에 경고등을 켜며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또 도로 별 제한속도를 인식, 안내해주는 RSI기능도 있다. 2세대 액티브 하이빔 컨트롤이 탑재돼 상향등을 켜더라도 다른 차에 빛이 가지 않도록 막아준다.
벤츠 A45 AMG 인테리어는 알루미늄과 카본파이버 내장재가 골고루 섞여 있어 세련된 느낌을 준다. 또 헤드레스트 일체형 스포츠 시트, 빨간색 안전벨트, 곳곳에 수 놓인 빨간색 스티치가 조화롭다. 아울러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Collision Prevention Assist Plus) 등 능동형 안전장치도 탑재됐다. 앞에 있는 차와의 간격이 너무 짧거나 장애물이 탐지됐을 때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부분적으로 자동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기능이다. 그리고 원음 재생력이 뛰어난 ‘하만 카돈’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탑재돼 듣는 즐거움을 준다.
아우디 S3는 터치 조그 다이얼 내비게이션이 독특하다. 다이얼 위 터치패드에 목적지, 전화번호 등을 직접 써서 입력할 수 있다. 에너지 회수 시스템도 주목할만하다. 타력주행이나 브레이크를 쓸 때 운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에 저장한다. 가속할 때 전기를 만드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으니 연료를 3%쯤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S 라인업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뱅앤올룹슨(B&O)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도 특징 중 하나다.
마치며… “새로운 다운사이징 트렌드는 ‘즐거움’”
세 차종을 비교 시승한 건 우열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다. 중형 세단에나 쓰였던 2.0리터급 엔진으로 300마력대 성능을 끌어낸 새로운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살펴보고자 했으며, 또 각 차종 별 비교를 통해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해보기 위함이다.
달리기 성능은 메르세데스-벤츠 A45 AMG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카랑카랑한 배기음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그렇지만 엄청난 성능을 쥐어 짜낸 만큼 열이 많이 난다. 시동을 꺼도 엔진을 식혀주는 냉각수 펌프가 한참 동안 돌아갔다. 뒷좌석엔 앉을 일이 거의 없겠지만, 추천하고 싶진 않다. 배기음을 더 가까이 들어야 한다. 테일게이트 위에 매달린 리어윙도 조금 더 단단했으면 좋았을 거 같다. 가격 6,500만원.
아우디 S3는 벤츠 A45 AMG와 볼보 S60 T6의 중간적 느낌이지만 개성이 뚜렷하다. 고성능 세단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도 탄탄하다. 세련된 겉모양, 멋진 배기음으로 시선을 집중시키기에도 충분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없는 점은 아쉽다. 가격 6,350만원.
화려한 안전장비와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두루 갖춘 볼보 S60 T6 R-디자인은 매력적이다. 볼보에 있어 ‘과시한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았지만, 이 차는 다르다. 안전한 차만 만들던 볼보가 안전하게 ‘잘 달리는’ 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5,750만원.
각 차종의 달리기 감성은 분명 다르다. 성능을 끌어내는 방법도 다르다. 가속할 때도 그렇고, 코너링 상황에서도 브랜드 특성이 반영된 느낌이다. 특성이 분명히 드러난다. 이번에 비교한 세 차종 모두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훌륭한 차임에 틀림없다. 운전하는 내내 즐거움이 넘친 탓에 운전대를 놓기 싫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고 싶은 충동이 자주 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다운사이징 트렌드는 분명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이젠 ‘작고 강한 차’가 대세다.
글
박찬규 star@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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