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나라인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자전거 이용률이 훨씬 높다. 자동차를 유지하는데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어쨌거나 ‘일상생활’에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만큼 자전거 문화에 대한 관심과 호응도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전거가 크게 유행하고 있지만, 일본의 ‘일상용 자전거’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과는 모습이 다소 다르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전거(チャリンコ 챠링코)를 일명 ‘마마챠리(ママチャリ)’라고 부르는 자전거다. 이 마마챠리는 사실 주부들이 많이 사용하는 자전거로 ‘엄마가 챠링챠링~하고 소리 내며 달리는 탈 것’이라는 의미에서 생겨난 말로 바구니와 짐받이가 달린 자전거를 가리킨다.
왜 마마챠리인가?
그런데 이 주부용(?) 자전거는 마마챠리라고 부르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타고 달리는 대중적인 자전거다. 등굣길 여학생, 어린아이들을 둔 엄마들이 치마를 입고도 타기 편하고 커다란 바구니에 가방을 싣거나 유아용시트를 장착하여 사용하는 것을 많이 볼 수 있지만 간혹 남자들이 타고 달리는 모습도 볼 수 있고, 사람들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자전거를 살펴보면 짧은 교복치마에서 롱스커트, 바지 등 어떤 옷을 입더라도 편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탑튜브가 유선형로 낮게 디자인되었다. 웅덩이를 지나도 젖지 않게 해주는 빗물커버, 무엇이든 담을 수 있을 법한 커다란 핸들바 바구니, 뒷바퀴 빗물커버위로 장착된 짐받이, 어디든 쉽게 세울 수 있게 하는 스탠드, 마마챠리의 필수품 챠링챠링 울리는 벨. 이 기본형 자전거에 유아용 시트를 장착 하거나 이미 장착된 자전거를 구매하게 된다. 물론 아이용 시트 대신 커다란 바구니를 하나 더 달면 최고의 쇼핑용 자전거가 된다. 이런 장점으로 마마챠리는 여성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유용한 이동수단이 된다.
마마챠리 그랑프리, 구경만 해도 즐겁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매년 ‘마마챠리 레이스’가 열린다고 한다. 매년 일본의 여러 지역에서 지역대회가 열리며 올해로 8년째를 맞이한다고 하니 역사가 제법 되었다. 물론 프로 레이서들의 대회처럼 국제사이클연맹의 인가를 받은 전문적인 대회는 아니다. 하지만 경기내용을 보면 제법 본격적이다. 아마 우승을 노린다면 동호인 상급자라도 제법 어려운 레이스를 펼쳐야 할지도 모른다.
2015년 1월 10일 제 8회 마마챠리 그랑프리는 7시간 내구레이스 경기가 진행됐다. 길게는 12시간 동안 달리는 내구레이스도 있다. 이 대회는 후지산이 가까이 보이는 시즈오카 현에 위치한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열렸다. 일본의 몇몇 대기업의 후원 아래 F1 레이스를 연상하게 하는 타임보드를 알리는 레이싱걸, 경기종료를 알리는 체크 플래그 등으로 화려하게 경기가 진행 되었다.
하지만 마마챠리 그랑프리의 꽃은 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들과 ‘레이싱 머신’이다. 다양한 헬멧과 자전거들이 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대회 규정을 살펴보면 재미있는데 통근/통학용 마마챠리 한정으로 다이아몬드 형 프레임 금지, 벨과 핸들바 바구니 장착, 앞/뒤로 장착된 물받이, 평페달, 앞/뒤 브레이크 등의 조건을 지킨다면 어떤 복장이나 튜닝도 가능하다.
각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의 참가자들의 경기복과 자전거를 살펴보는것도 마마챠리 그랑프리를 관람하는 재미 중 하나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의 코스튬들이 눈에 뛴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토토로에 등장하는 고양이버스를 자전거에 씌우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코스튬을 복장을 하거나 자전거에 부착하는 등 다양한 튜닝을 볼 수 있다. 모두 대회 규칙에서 허용하는 범위다.
화려한 레드컬러의 복장과 자전거 F1머신의 특징을 살려 튜닝, 일본 설화에 나오는 용이나 인물들로 코스튬 하여 관중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참가자도 있다.
코스튬도 눈에 뛰지만 경기에서 승리를 목표로 하는 복장들도 있다. 개인 독주 경기나 로드레이싱 대회에서나 볼 수 있는 복장과 헬멧들도 보인다. 우승을 위한 레이싱 포즈도 특이하다. 핸들이 아닌 앞에 달린 바구니를 꽉 붙잡고 납작하게 엎드려 공기저항을 최소화 하여 달린다.
제법 본격적인 내구레이스
내구레이스는 정해진 시간동안 주어진 코스를 가장 빠른 기록으로 완주하는 경기다. 중간에 팀을 이룬 구성원이 선수교체하거나 휴식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바구니에 보급식이나 물을 담아 쉬지 않고 먹고 마시며 달리는 선수들도 있다. 오직 승리를 위해!
긴 시간의 힘든 레이스에는 항상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된다. 평소에는 찾기가 어려운 F1 레이스가 열리는 트렉에서 열리기 때문에 친구, 가족, 동호회에서 팀을 이뤄서 참가한다. 그래서 참가자와 서포트 하는 주변사람들과 더욱 끈끈한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갤러리들을 위해 그랑프리 내구레이스 외 다양한 이벤트가 항상 함께한다. 전문 MC와 실황 해설이 중계가 실시간으로 진행되며 가위 바위 보 대회, 슈퍼 포뮬러 전시 및 선수와 함께 포토타임, 데모 런 등이 진행된다. 공식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레이스 스케치 영상을 본다면 “나도 참여해보고 싶어!”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국내에서도 매년 각 지역에서 다양한 대회들이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자전거로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쉽다. 계절의 여왕 5월, 날씨도 자전거로 달리기에 좋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내년 5월에는 가족과 함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전거 행사들이 많이 열리기를 바란다.
글
구민정 koomin@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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