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유서 깊은 5대 모뉴먼트(Monument) 레이스중 하나인 파리-루베(Paris-Roubaix)가 열렸다. 매년 파리를 출발하여 프랑스 북부의 벨기에 국경과 근접한 도시인 루베로 골인하는 235km 레이스에는 네모난 돌 블록인 코블스톤으로 구성된 도로가 포함되어 있어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도로 사이클 대회로 알려져 있다.




올해 파리-루베의 우승은 독일의 존 데겐콜브(John Degenkolb)가 차지하였다. 경기의 최종 국면인 루베 벨로드롬에 들어선 선두그룹 7인 모두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로드레이스에서 살아남은 용감한 선수들이었으나 마지막 스프린트 경쟁에서 데겐콜브 만큼 강력한 선수는 없었다. 데겐콜브는 지난 밀란-산레모(Milan-San Remo)에 이어 파리-루베의 우승 트리피를 들어 올리며 한 해에 두 번의 스프링 클래식을 정복한 역사에 남을 사이클리스트가 되었다. 뒤이어 2,3위는 즈데넥 스타이바(Zdenek Stybar)와 그렉 반 에버맛(Greg Van Avermaet)이 차지하였다.
 

이번 파리-루베에서 데겔콜브의 우승소식 만큼이나 이슈가 된 장면은 선수들의 무단횡단이었다. 그것도 일반 도로가 아닌 프랑스의 고속철도인 TGV가 달리는 선로의 건널목을 이미 차단기가 내려간 상태임에도 건너고 만 것이다. 다행히 TGV와 충돌한 선수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전 세계로 이 아슬아슬한 장면이 방영되면서 이번 파리-루베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기차 건널목 통제에 의해 경기 중이던 선수들이 정지하는 모습은 사이클 경기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경기를 위해 열차 통과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멈추는 경우는 없다. 국제사이클연맹의 도로 사이클 경기규정에 따르면 철도 건널목의 차단기가 내려간 경우 통과는 엄격히 금지되며 위반행위는 법률에 명시된 처벌을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심판에 의해 경기에서 실격처리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 경기에서 2,3위에 오른 선수가 차단기가 내려간 건널목을 건너는 바람에 실격 처리되어 기록을 박탈당한 전례가 있다. 이번 건널목 무단횡단 사태는 긴 선수 행렬이 건널목을 건너는 중 차단기가 내려가는 바람에 심판의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또한 역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이클링 스포츠를 대표하는 대회인 파리-루베에서 벌어진 무분별한 대규모 무단 횡단 사태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건널목 무단횡단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는 29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파리-루베에서 벌어진 무단횡단은 끔찍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너무나도 위험한 행동이었다. 이미 프랑스 철도청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법적대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리-루베에서 벌어진 건널목 무단 횡단 사건에 대해 합당한 법적 조치와 엄격한 규정이 동반되는 차후 대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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