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American Handmade Bicycle Show, 북미 핸드메이드 자전거 쇼(이하 NAHBS)는 2005년부터 시작된 수제 자전거 전시회이다. 2005년 23개 부스, 700명의 참관객으로 시작한 NAHBS는 2011년 172개 부스, 7,300명의 참관객의 규모로 성장하였고, 지금 현재 북미를 넘어 호주,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의 나라에서 참가하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최고의 수제 자전거 전시회로 거듭나고 있다.



1년에 한 번,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프레임빌더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NAHBS는 각자의 프레임 제작 기술을 관람객에게 공개하는 자리인 동시에 서로의 기술력을 경쟁하는 치열한 각축장이다. 단순히 직접 제작한 자전거를 전시하고 관람하는 것을 넘어선 NAHBS는 프레임빌더와 관람객 모두에게 전시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지난 3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열렸던 2015 NAHBS는 본 행사를 통해 2015 NAHBS AWARDS의 15개 부문의 수상작을 발표했다. 프레임을 만드는 기술부터 시작해 실제 주행을 위해 선택된 컴포넌트의 구성능력, 페인팅, 전체적인 조화 등의 심사기준과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은 자전거만이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최고의 프레임빌더들이 만든 수상작 중 눈여겨볼 만한 작품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2015 NAHBS를 빛낸 수상작들

Best City Bike – Brodie Bicycle

가장 먼저 만나볼 수상작은 Best City Bike 부문을 수상한 브로디 바이시클의 투어러(Tourer)이다. 이 자전거를 만든 폴 브로디(Paul Brodie)는 1986년부터 수많은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어온 브로디 바이시클의 프레임빌더이다. ‘Real Bikes for Real People‘을 추구하는 브로디 바이시클은 이제 케나다의 거의 마지막 남은 독립 자전거 공방이다.



4,000대 이상의 프레임을 제작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의 자전거는 뛰어난 완성도는 물론이고 시티바이크가 갖춰야 할 여러 기능을 담고 있다. 유압식 디스크브레이크, Rohloff 14단 내장기어 허브 시스템, 포크에 직접 장착되는 속도 센서, 스템 일체형 속도 마운트들을 한 대의 자전거 속에 담아낸 것을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분을 조화롭게 설계한 브로디의 뛰어난 실력을 알 수 있다.
 

Best Road Bike – REPETE Cycles

최고의 로드바이크에는 체코의 REPETE Cycles의 두 프레임빌더가 만든 Reborn이 선정되었다. 로드바이크하면 카본 소재가 당연시 되는 요즘이지만 그들은 여전히 크롬몰리 소재가 최고의 로드바이크를 만들기 위한 첨단 소재라고 주장한다.



트리플버티드 가공(파이프 속을 깎아내는 공법)된 콜럼버스 스틸 튜빙을 사용해 만들어진 Reborn은 가벼우면서도 강성이 뛰어나다. 게다가 마치 모노코크 카본 프레임을 연상시키는 매끈한 이음새는 크롬몰리 스틸을 용접해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 인터널 케이블 라우팅을 통해 깔끔하게 수납되는 캄파뇰료 EPS 전동 구동계를 장착한 Reborn은 현대와 과거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듯하다.
 

Best Mountain Bike – Retrotec

산악자전거 부문에서는 특이하게도 일반적인 MTB가 아닌 레트로텍(Retrotec)의 팻바이크가 선정되었다.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 위치한 레트로텍을 운영하는 커티스 잉글리스(Curtis Inglis)는 1993년부터 산악자전거를 만들어 온 프레임빌더다.



커티스가 만드는 자전거의 특징은 톱튜브부터 시트스테이까지 완만하게 곡선을 그리면서 떨어지는 형상인데, 이번 출품작도 그 형태를 잘 보여준다. 폴(Paul)과 시마노의 컴포넌트를 주로 사용해 완성된 팻바이크는 어떤 지형에서도 재미있고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를 만들겠다는 그의 자전거 철학이 담겨있다.
 

Best Cyclocross Bike – NO. 22 Bicycle

거친 지형을 내달리는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 부문은 티타늄을 용접해 만든 Broken Arrow가 차지했다. Broken Arrow를 만든 No. 22 바이시클 컴퍼니는 뉴욕에 위치한 비교적 젊은 나이의 공방이지만 티타늄 프레임 제조 기술력에서만큼은 5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탄성이 뛰어나 충격흡수에 탁월한 티타늄이야 말로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라고 말한다. 스램 포스 유압식 11단이 장착된 이 자전거는 티타늄이 가지는 고급스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의 표준이라 할 만하다.
 

Best Experimental Bike - Sycip

핸드메이드 자전거라고 하면 현대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올해 가장 혁신적인 자전거에는 Sycip의 E-Assist 산악자전거가 선정되었다. 전기모터가 장착된 것이 자전거가 맞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재미를 위한 동력장치의 적용은 대형 메이커에서부터 핸드메이드 시장까지 서서히 확대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커스텀 제작된 시마노의 페달 어시스트 모터 시스템과 전동 XTR 11의 구동계를 장착한 Sycip의 산악자전거는 27.5인치 광폭 타이어와 스루액슬 체결방식을 지원한다. 커스텀 제작된 포크에는 랙이 달려있어 무거운 물품을 싣더라도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아 어디든지 갈 수 있다.
 

Best Finish – Shamrock Cycles

마감이 가장 뛰어난 자전거에게 수여되는 Best Finish 부문에 선정된 Shamrock Cycles의 로드바이크는 자전거 전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보이기 위해 구동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부분에 커스텀 페인팅을 하였다.



프레임부터 시작해 포크, 휠세트, 스템, 핸들바, 시트포스트까지 마치 1980년대 후반 투르 드 프랑스의 라비앙클레어 팀을 연상시키는 몬드리안 컬러가 아주 정교하게 페인팅 되었는데, 이를 완성하기 위해 80시간이 넘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Best Artisan Bike – Cykelmageren

이번 해에 새롭게 신설된 최고의 장인이 만든 자전거 부문에는 프레임을 넘어 직접 만든 컴포넌트를 대거 장착한 Cykelmageren의 자전거가 선정되었다. 프레임을 넘어 더 많은 부분까지 제작하는 열정을 가진 Rasmus Gjesing는 장인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리는 프레임빌더이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 자리한 Cykelmageren 공방은 직접 다양한 파츠와 액세서리를 제작하기로 유명하다. 특이한 방식의 브레이크 레버, 브레이크 암, 핸들바, 시프터, 페달, 허브, 공구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부품을 직접 만드는 기술력을 응집해 만든 이번 출품작은 기성 컴포넌트 메이커의 제품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높은 비율의 자체제작 기술을 보여주었다.
 

People’s Choice – Mars Cycles

행사기간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자전거는 이번에 처음으로 참가한 마스 사이클(Mars Cycles)의 사이클로크로스였다. NAHBS는 매년 처음 참가하는 프레임빌더들에게는 준비에 부담이 없도록 단 한 대의 자전거를 전시할 수 있는 작은 공간만을 제공하는데, 마스 사이클의 이런 결과는 부스의 화려함이나 규모에 의존하지 않고 오직 자전거 하나로만 이루었기에 더욱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콜럼버스 스테인리스 스틸 튜빙으로 만들어진 이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는 평범함을 살짝 비껴가는 독특함이 묻어난다. 깔끔하게 케이블이 수납되도록 설계한 프레임과 일자로 쭉 뻗은 스테인리스 소재를 그대로 보여주는 포크, 마치 우주에서 냉각되어 내려온 듯한 페인팅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Best in Show - Groovy Cycleworks

이름 그대로 최고의 자전거에게 주어지는 영예는 그루비 사이클웍스(Groovy Cycleworks)에게 돌아갔다. 프레임 외에도 독자적으로 핸들바와 크랭크를 만들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그루비 사이클웍스지만 그들이 가장 우선시 하는 것은 바로 '고객', 즉 사람이다.



림과 펜더, 포크에까지 나무 소재가 사용된 'Kauai'는 필리핀의 열성 서퍼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자전거로 곳곳에 고객을 위한, 고객 중심의 디자인이 담겨있다. 서핑보드를 싣기 용이하도록 만들어진 큰 크기의 뒤 랙은 무겁지만 매우 튼튼하게 제작되었는데 이는 이 자전거의 용도가 서핑보드 운반이기 때문이다. 안장에는 거친 물살을 가로지르는 서퍼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NAHBS는 대량생산 시대에 접어들면서 자연스레 식어가던 자전거 공방의 열기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시작되어 이제는 황금시대였던 19세기의 영광을 이어가는 역할을 할 만큼  성장했다. 빠르게 만들고 소비하는 것이 익숙한 시대에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수제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축제인 NAHBS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갈지, 그리고 또 다음해에는 어떤 멋진 수제 자전거들이 우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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