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6는 2007년 프랑크푸르트 오토쇼에서 콘셉트카가 공개됐으며 이듬해인 2008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양산형 모델이 데뷔했다. SUV와 쿠페의 루프라인을 절묘하게 합친 이 SUV를 BMW에선 SAC(Sports Activity Coupe)라고 부른다. BMW X6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해도 파격적인 형태로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크기에 비해 적재공간이 넓지 않았고 슬로핑 루프라인으로 인해 뒷좌석 헤드룸이 협소했다. 더욱이 쿠페형 외관과는 다르게 주행감각도 덩치만큼이나 굼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BMW X6는 이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꽤 잘 나갔다. 특히 큰 자동차를 선호하는 중국과 미국시장에서 BMW X6는 소위 ‘먹히는 아이템’이었다. 중국과 미국 시장을 바탕으로 BMW X6는 글로벌 판매량 25만대를 팔아치우며 뚜렷한 경쟁자가 없는 쿠페형 SUV 카테고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잘 나가는 BMW X6로 인해 형성된 쿠페형 SUV 카테고리는 이제 경쟁사인 메르세데스-벤츠가 GLE 클래스 쿠페로 참가를 선언했고 조만간 아우디의 Q8이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이에 BMW는 X6 2세대를 출시하며 도전자들에게 강력한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2세대 BMW X6는 지난 6월 공개됐고 국내엔 지난 11월 사륜구동시스템을 장착한 X6 xDrive 30d 트림부터 정식 출시됐다.





한껏 키운 몸매와 날이 선 디자인



전 모델도 꽤 큰 덩치를 뽐냈는데 2세대 BMW X6는 더욱 커졌다. 쿠페형 루프라인을 제외하면 7인승 대형 SUV와 필적하는 크기다. 전장/전폭/전고(mm)는 4,909/1,989/1,702며 휠베이스는 2,933mm다. 이전 모델에 비해 전장이 32mm, 전폭은 5mm가 늘었다. 휠베이스는 동일하지만 전고가 12mm 늘어 조금 부족했던 헤드룸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커진 덩치와 더불어 외형상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전면부다. 최근 BMW의 헤드라이트 트렌드인 ‘앞트임’이 적용돼 뚜렷한 눈매를 자랑한다. 범퍼 하단에 달려 있던 안개등은 조금 위로 위치를 이동했고 그 자리엔 에어 인테이크와 한 줄의 블레이드를 추가해 스포티한 매력을 드러낸다. 전면 에어 인테이크는 앞바퀴 뒤에 위치한 에어 브리더와 함께 공기저항 계수를 줄여주며 브레이크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프론트 그릴의 형태와 범퍼의 라인 역시 좀 더 세련되게 굴곡을 줘 차급에 맞는 우람함을 표현했다.



밋밋했던 지난 모델에 비해 옆모습은 뚜렷한 캐릭터가 부여됐다. 도어캐치를 가로지르는 한 줄의 캐릭터 라인과 더불어 뒷 펜더 쪽에도 캐릭터 라인이 추가돼 한층 개성이 강해졌다. 앞바퀴 뒤쪽 펜더에 에어 브리더를 추가해 고성능 레이스카의 감성을 느끼게 한다. 시승차인 xDrive 30d 모델에는 기본적으로 19인치 휠이 장착된다. 차체가 워낙 커 19인치 휠도 작아 보여 휠 하우스 여백이 유독 두드러져 보이는 점은 옥에 티다. 앞과 옆모습에 비해 뒷모습은 꽤 얌전해졌다. 이전 모델이 비해 테일 라이트의 크기가 줄었는데 적재함 도어쪽은 오히려 커져 작아졌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전체적인 적재함 도어의 모양과 뒷범퍼의 형태는 2013년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BMW GT와 비슷하다. 호불호가 심한 디자인이라 소비자의 평가가 많이 엇갈릴 부분이라 생각된다.





쿠페형 이지만 넓은 실내 공간



BMW의 인테리어는 직관적이고 터치 다이얼식 아이-드라이브만 빼면 복잡하지 않아 사용하기 편리하다. 버튼들의 위치도 주행 시 조작하기 쉬우며 이제는 BMW 실내의 아이덴티티가 된 기어 시프트도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BMW 고성능 모델을 제외한 어떠한 모델을 타더라도 딱히 구분되는 특별함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BMW의 자동차를 타보기에 느끼는 감정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점이라 생각한다. 공정 효율화도 좋지만 모델별로 내부 인테리어에 특징을 부여한다면 외관에서 느끼는 감성을 실내로 이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워낙 차체 크기가 커 쿠페형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꽤 넓은 편이다. 특히 지난 세대에 비해 전고가 높아져 넉넉한 헤드룸을 확보했다. 뒷좌석은 40:20:40으로 접을 수 있다. 적재함의 기본 용량은 580리터며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525리터까지 확보할 수 있다. 뒷좌석 양쪽 창문에는 수동식 햇빛 가리개가 장착돼 있으며 좌석 가운데엔 공조장치와 넉넉한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다.





날렵한 초기 거동, 의외의 코너링 능력



BMW X6에는 3.0리터 직렬 6기통 트윈파워 터보디젤 엔진이 장착돼 있다. 이 엔진은 ZF社의 8단 자동변속기와 만나 최고 출력 258마력, 최대 토크 57.1kg·m(1,500~3,000 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이전 세대보다 최고출력은 13마력, 최대토크는 2kg·m 상승됐다. 수치상으로 보면 크지 않은 변화라 생각되겠지만 이전 세대에 비해 무게를 40kg정도 줄여 거동은 상당히 빠릿하다. 국내 기준 연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유럽기준 복합연비는 리터당 10.3km다. 3일간 국도와 출퇴근 시간대 일반도로를 운행한 결과 리터당 8~10km정도를 유지했다. 2톤이 넘는 차량 무게에 비해 꽤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사실 이전 세대에 비해 더욱 비대하고 우락부락해진 외형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기 십상이다. 날렵함을 상징하는 쿠페 디자인이 무색해질 만큼 2세대 X6의 외형에서 주는 박력이 상당하다. 하지만 운전석에 올라 가속페달을 밟으면 이런 생각이 틀렸음을 느낄 수 있다. 외형은 커졌지만 무게가 줄고 엔진 출력이 높아져 거동이 재빠른 편이다. 특히 1,500rpm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엔진은 2톤 중량의 BMW X6를 2도어 쿠페마냥 야무지게 끌고 나간다. 공기마찰계수를 줄인 디자인으로 고속 주행 시 풍절음 유입이 적고 시원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SUV 특징인 높은 차고와 BMW 세단과 비교해 물렁한 서스펜션은 만족스러운 고속주행 안정감을 제공하지 못했다.



고속 코너링에서의 조향능력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뛰어났다. 특히 BMW의 전자제어식 사륜구동 시스템인 xDrive가 코너링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낸다.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나갈 때 상대적으로 하중이 줄어 마찰력이 낮아 지는 안쪽 코너쪽 휠과 바깥쪽 휠 사이에 적정량의 구동력을 배분한다. 이로 인해 2톤의 무게로 인한 미끄러짐 없이 안정적으로 정석라인을 그리며 재빠르게 빠져나올 수 있다. 이 정도 크기의 대형 SUV에서 생각지도 못한 고속 코너링 감각을 느낄 수 있으니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브랜드다운 모습이다.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던 BMW X6는 내년부터 경쟁 브랜드의 강력한 도전을 받는다. 어찌 보면 2세대 BMW X6부터 쿠페형 SUV 경쟁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해 BMW X6가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세대를 거치며 다듬어 완숙미를 자랑하는 디자인 그리고 최초의 쿠페형 SUV라는 타이틀까지 가진 BMW X6는 자신감 넘치는 견고한 철옹성 같다. BMW X6와 후발 브랜드의 치열한 공성전은 내년 자동차 시장을 관전하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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