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목록을 말한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이 목록은 종종 해결되지 않는 숙제로 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를 똑똑하게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안대언 학생이 그 예다. 그는 단순히 목록화에 그치지 않고 패기와 열정으로 당당하게 버킷리스트를 완성했다.

 

지난 8일 KR모터스는 서서울사업소에서 엑시브 250N을 타고 유라시아를 횡단한 안대언 학생을 초청해 여행 경과 브리핑 시간을 가졌다. 부산 부경대학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던 그는 휴학 중에 문득 모터사이클 라이더라면 한 번쯤 꿈꾸는 세계 일주에 대한 버킷리스트 완성에 욕심이 났다고. 평범한 배낭여행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모터사이클과 함께, 또 막연히 생각하던 모터사이클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뚜렷한 목적과 필연성은 꼼꼼한 계획으로 이어졌다. 전반적인 여행 일자 및 루트를 조사했다. 그러나 제일 큰 문제는 비용. 4개월가량 2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약 1,200만 원을 마련했다. 목표는 유라시아 횡단이다. 이미 경험을 마친 다른 이들의 일정 및 비용을 체크 해봐도 넉넉한 수준은 아니었다.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한의 가치를 누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에게 떠오른 해결 방안은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이었다. 40장 분량으로 꼼꼼히 작성한 제안서를 10곳의 업체에 보냈다. 모터사이클, 라이딩기어, 등산용품 업체 등 다양한 곳에 의뢰했다. 모터사이클은 이미 엑시브 250N으로 준비한 상태였다. 문득 궁금했다. 수많은 모터사이클 중에 그것이어야만 했던 이유.

 

 
“해외에서 국내 이륜차를 타고 여행한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격 대비 성능을 비교해 봐도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우연은 필연이 됐다. KR모터스 측은 안대언 학생의 꼼꼼한 제안서를 통해 강한 의지와 목적을 확인, 이미 차량은 준비됐기에 그 외의 부분에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30년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륜차 정비사 양성 과정을 진행하는 KR모터스는 이틀간에 걸쳐 안대언 학생만을 위한 효율적인 정비교육을 진행했다. 더불어 전 세계 60여 개국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각지에서 원활한 부품수급과 점검 및 정비 등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엑시브 250N과의 인연으로 든든한 후원자가 생긴 것이다. 

 

아버지가 카센터를 운영한다는 안대언 학생은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확립된 상태라 이러한 기회는 큰 시너지로 작용했다. 덕분에 출발 이틀 후에 발생한 사소한 정비 문제도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 이렇게 그는 모터사이클을 포함한 약 1,500만 원의 비용으로 별 탈 없이 유라시아 횡단에 나섰다.

 

 
지난 5월 28일 날 출발하며 9월 19일까지 총 4개월간의 긴 여정. 러시아를 시작으로 터키, 불가리아, 헝가리, 체코,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영국 등 16개 나라를 방문하며 2만 3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주행했다.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치타로 이동하던 구간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오프로드와 공사도로 때문에 위험했죠. 도로를 유유히 횡단하는 가축들 덕에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이러한 상황을 대변해주듯 그가 탔던 엑시브 250N은 상처가 가득했다. 브리핑을 진행한 KR모터스는 안대언 학생의 모터사이클을 인수해 서서울사업소에서 공개했다. 오프로드를 달릴 때 떨어져 나갔다던 탑 케이스와 슬립으로 인한 가드의 스크래치 흔적 등 당시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인젝션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KR모터스 본사 직원분과 연락해서 원만히 해결했어요. 게다가 출국 전 간단한 정비를 숙지해가서 점화플러그 교환도 혼자 할 수 있었고요. 모스크바, 터키, 체코 등 각국의 KR모터스 거래 선에서 전반적인 차량 점검과 수리 및 교환 등의 지원으로 더 수월하게 여행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온로드용 모터사이클로 다양한 도로를 아우르려니 힘들었던 점이 많았다는 그의 고충은 10킬로그램이나 빠진 체중이 대변해줬다. 하루 500킬로미터 이상의 장거리 주행은 만만치 않은 여정이다. 출국 전 국내에서 전국투어를 했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 그러나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정말 값진 것들을 얻었다고 한다.

 

 
“국적은 다르지만 모터사이클을 탄다는 공통된 이유 하나로 많은 친구와 우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제 바이크에 대한 관심도 많이 보였고요. 기종이 뭐냐며 멋진 바이크라고 칭찬도 아끼지 않았어요. 또한 간혹 길에서 만나는 미라쥬나 코멧 등 국산 바이크를 보면 반갑기도 했습니다. 저와 같은 목적으로 모터사이클 여행에 나선 한국인 친구들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더불어 다양한 나라에서 만나는 새로운 풍경은 지친 심신에 치유로 작용했다고. 스위스의 해발 2000미터 고지에서 아름다운 풍경 사이로 달리던 당시를 설명하는 표정은 즐거움의 여운이 가득해 보였다. 또한 인상 깊었던 것은 유럽의 경우 국내와는 달리 모터사이클로 고속도로 통행이 가능하다는 것. 덕분에 변수가 많은 국도를 이용하는 것보다 위험하지 않고 빨리 이동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한편 이 자리에 함께 참석했던 이기복 국내영업본부 상무이사는 “패기 넘치고 열정적인 모습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다.”며, “다시 이런 기회를 갖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수한 바이크는 창원 본사 역사관에 전시할 예정이라는 뜻도 밝혔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어떠한 일이든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그는 현재 엑시브 250R을 구매해서 타고 있을 정도로 끊임없는 열정을 드러냈다. 또한 모터사이클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치안과 안전문제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여행을 즐기기에 모토캠핑에 어울리는 모터사이클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그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며 언젠가 그가 디자인한 바이크를 마주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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