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패셔너블한 이탈리안 자전거 브랜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여러 가지 답이 나올 수 있지만 그 중 가장 많은 이들이 손꼽는 이름은 치넬리(Cinelli)가 아닐까 생각된다. 클래식바이크 마니아들은 지금의 치넬리가 이탈리안 바이크의 정통성을 버렸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1979년 디자인된 로고를 지금 보아도 여전히 세련되었다고 느낄 만큼 치넬리는 감각적인 자전거 메이커임에 틀림없다.







치넬리는 이탈리아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는 ‘명가’ 대열에 드는 자전거 및 부품 메이커다. 하지만 치넬리의 자전거와 부품들은 단순히 전통미를 고수하기보다 사람들의 상식을 깨는 기상천외한 물건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치넬리 ‘알터(Alter)’ 스템은 기존의 원통형 구조와 전혀 다른 디자인을 접목한 부품으로 치넬리 특유의 아방가르드적 감각을 보여준다.







디토비치 오마주(Hommage)는 그 이름처럼 치넬리에 대한 경의, 애정을 담은 자전거다. 자전거를 보는 순간 첫 눈에 들어와 박히는 것은 이탈리안 레드와 옐로의 열정적인 컬러, 그리고 치넬리의 알터 스템이다.







치넬리 팬이 자신의 자전거를 치넬리 부품으로 꾸미는 것은 특별하다기보다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오마주는 단순히 치넬리 부품을 장착한 것이 아닌, 치넬리 알터 스템을 프레임 디자인의 일부로 받아들여 승화시켰다. 포크 스티어러튜브 대신 프레임의 시트튜브를 꽉 물고 있는 알터 스템이 시트스테이를 고정하는 브리지 역할을 한다.







과거 치넬리가 만든 알루미늄 로드바이크 모델 스타쉽(Starship)의 프레임과 닮은 구조지만, 구현 방식은 사뭇 다르다. 프레임의 앞삼각은 두꺼운 알루미늄 튜빙 대신 가느다란 크롬몰리 스틸 튜빙을 사용해 제작했다. 러그를 사용하지 않고 튜빙을 맞댄 다음 황동으로 접착하는 필렛 브레이징 기법을 적용해 용접부위를 물 흐르듯 매끄럽게 마무리했다.







프레임 앞삼각 시트튜브 중간에 알터 스템을 장착하기 위해서는 꽤 복잡한 가공이 필요했다. 알터스템은 원래 직경 1인치의 튜브에 물려 사용하는 부품인데, 자전거 시트튜브의 직경은 1인치가 넘는다. 그렇다고 스템의 구멍을 넓혔다가는 강도가 약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오리지널 알터스템의 중간을 썰어낸 다음, 시트튜브에 물리는 클램프 부분만 알루미늄으로 따로 제작해 용접했다. 용접부위를 매끄럽게 갈아내고, 오리지널 알터스템과 똑같이 재도색 하니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감쪽같다. 프레임 제작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프레임 제작에는 치넬리의 모회사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콜럼버스사의 CROMOR 튜빙을 사용했다. 카본 포크 역시 콜럼버스 제품을 장착했으니 사실상 프레임 세트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이 치넬리와 연관된 것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오마주는 자전거 공방 디토비치를 운영하는 프레임빌더 김성태 씨의 작품이다. 디자인스터디를 위한 실험적인 모델이기 때문에 판매를 고려해 제작한 자전거가 아니라고 한다. 사실 오마주 프레임은 애초에 알터 스템의 수량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대량생산이 불가능하다.







많은 자전거 마니아들이 개성 있는 자신의 자전거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의 커스텀 바이크는 특이한 부품 한두 개를 장착하거나 독특한 페인팅을 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실제로 완벽하게 주문 제작된 자전거를 타는 이들은 드물다. 비싼 커스텀 제작비용 뿐 아니라 ‘자신만의 오리지널 자전거’를 그려낼 수 있는 디자이너도, 프레임 빌더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런 멋진 자전거를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반갑고 기쁘다.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개성 있는 우리나라 프레임빌더의 자전거 작품들을 국내에서, 그리고 해외의 자전거 쇼에서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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