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해외 바이크 쇼에서 칼피(Calfee) 디자인의 대나무자전거를 보고 충격 받았던 기억이 난다. ‘대나무자전거’라는 명칭을 들은 시점에서 천연소재다운(?) 투박함을 떠올린 것은 분명 편견이었다. 칼피의 대나무자전거는 대나무와 마섬유의 유기적 질감을 살리면서도 세련미를 더해 마치 카본프레임에 칠을 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진 작품이었다.




: 칼피 디자인의 대나무 자전거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특별한 대나무자전거라 해서 우리 상상을 초월한 기술이 사용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자전거 부품을 장착하기 위한 금속 파츠와 대나무를 지그라 불리는 틀에 고정시킨 다음, 접착제(에폭시 수지)를 흠뻑 먹인 마섬유 노끈을 칭칭 감아 고정시킨다. 접착제가 다 굳어지고 나면 틀에서 프레임을 떼어내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나 사포로 갈아내고, 부품을 조립하면 자전거가 완성된다.




: 아프리카 가나에서 만들어지는 대나무 자전거



이런 대나무 프레임 제작 방식은 사실 몇 천 달러를 호가하는 칼피 디자인의 제품이나, 불과 몇 십 달러면 만든다는 아프리카의 대나무자전거나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더 섬세하고 정교하게 가공하고 마무리 했는지, 그리고 장착된 부품의 등급 정도다. 한마디로 재료가 있고 자전거를 만들 시간과 노력을 들일 준비가 되어있다면 누구나 멋진 대나무 자전거를 만들 수 있다. (*손재주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설명서를 잘 읽고 따라해 보세요)







며칠간 고생해가며 자전거 한 대를 만드느니 차라리 완성품을 한 대 사겠다는 분도 있겠지만, ‘한번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을 한 이를 위한 선물이 있다. 바로 ‘대나무 자전거 조립 키트’가 출시된다는 소식이다.









키트의 내용물은 단촐하다. 대나무 튜빙 몇 개와 대나무를 고정하는데 사용하는 마소재 로프, 바퀴와 크랭크 등이 장착되는 부분의 금속 파츠, 그리고 제작중인 프레임을 고정하는 틀인 ‘지그’다.







지그를 조립하고 부품을 물린 다음 접착제로 임시 고정하고, 대나무의 연결부를 접착제를 가득 먹인 로프로 칭칭 감아주면 프레임이 완성된다. 설명을 듣는 것보다 영상을 보는 편이 이해가 쉽다.






생각보다 제작과정이 어려워 보인다고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다. 분명 쉽지만은 않다. 부품을 확인해가며 잘 조립한 다음 꼼꼼하게 노끈을 감는 손재주도 필요하고, 접착제가 굳어지기까지 며칠을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완전히 건조된 자전거 프레임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줄로 갈아내는 과정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고생하는 대신 완성된 자전거를 구입할 수도 있다. 뱀부비(Bamboobee) 바이시클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대나무 자전거 완성차의 가격은 1399달러에서 3399달러 사이. 하지만 이 대나무자전거 제작 키트의 가격은 169달러에 불과하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대나무 자전거를 만드는 것은 분명 쉽지 않다. 하지만 손재주와 정성이 있다면 더욱 멋진 자전거 제작에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대나무를 불에 살짝 그슬려 어두운 색을 내고, 변속기와 브레이크 케이블을 내부로 수납한 다음 거친 연결부를 매끈하게 갈아낸다면 오리지널보다 더욱 멋진 작품으로 재탄생 할 것이다.

뱀부비의 대나무 자전거 키트는 내년 2월부터 온라인을 통해 판매 시작할 예정이다. 휠을 비롯한 다른 부품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프레임 완성 후 부품을 별도 구입해 조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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