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에 출전하는 자전거를 만드는 메이커의 영원한 숙제는 보다 가벼우면서 고성능의 자전거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고성능’이라는 말에는 선수의 기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돕는 높은 프레임 강성을 비롯해, 고속에서의 진동이나 흔들림 같은 불안함이 적어야 하고, 원하는 순간 멈출 수 있게 하는 제동력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가 포함된다.




: 트렉의 인듀어런스 로드바이크 도마니의 디스크브레이크 장착 모델. <br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로드바이크는 이미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판매되고 있으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자전거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가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로드바이크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UCI(국제사이클연맹)가 개최하는 각종 로드레이스에서 선수들이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허용할지 여부’에 여러 자전거 메이커와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UCI는 아직 레이스용 로드바이크에 디스크브레이크의 장착을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캘리퍼방식 림브레이크가 장착된 로드바이크를 사용한다. 일반 도로에서의 레이스라면 디스크브레이크와 림브레이크 방식의 성능차이가 크지 않지만, 비가 오는 날이나 파베처럼 자전거의 컨트롤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디스크브레이크가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이미 많은 자전거 메이커에서 로드바이크에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모델을 출시하고 있으며,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UCI가 디스크브레이크 장착 자전거의 대회참가를 허용하지 않는 한, 프로 레이스에서 이러한 자전거들을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디스크브레이크를 선호하는 까닭은?





기존의 로드바이크에 장착된 캘리퍼브레이크는 자전거 바퀴의 림(rim : 바퀴 테두리) 측면에 브레이크 패드가 닿아 마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당연히 림에서 마찰열이 발생하고, 자전거 바퀴로 전달된다. 일단 자전거 바퀴에서 열은 적게 발생할수록 좋다. 바퀴에서 발생한 열은 타이어 내부의 공기를 팽창시켜 공기압을 높일 뿐 아니라, 카본섬유 복합소재(CFRP : 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이하 카본)로 만든 휠의 경우 심한 열을 받을 경우 변형을 일으키며 휠이 뒤틀리는 경우조차 발생한다.

투르 드 프랑스 같은 레이스의 산악구간은 오르막과 급격한 내리막이 반복되며 브레이크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레이스에서 일부 메이커의 카본 휠은 선수들이 하루 사용한 것만으로 더 이상 쓸 수 없을 만큼 손상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안전을 위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 비오는 날처럼 브레이크 패드와 림의 표면이 물에 젖었을 때도 캘리퍼브레이크의 제동력은 현저하게 떨어지며, 특히 이러한 현상은 카본 휠을 장착했을 때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고속으로 달리는 선수들에게 안정적이고 강력한 제동력을 내는 브레이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올해 열린 2014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 후보였던 크리스 프룸과 알베르토 콘타도르 같은 베테랑 선수들조차 비에 젖은 도로에서 수차례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어떠한 날씨에도 강력한 성능을 내는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자전거라면 선수들의 낙차 사고를 좀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 로드바이크에 뿌리를 둔 오프로드 레이스 바이크인 사이클로크로스에는 몇 년 전부터 디스크브레이크가 장착되기 시작했다. 오프로드나 진흙길과 같은 거친 환경에서도 안정적이며 강력한 제동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사실 디스크브레이크가 기존 로드바이크의 캘리퍼브레이크보다 고성능이라는 것은 산악자전거와 사이클로크로스 바이크를 통해 이미 증명되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전거를 손가락 하나로 간단히 멈출 수 있을 만큼 적은 힘으로도 강력한 제동력을 내며, 비와 진흙길에서도 안정적인 전천후 성능을 보여준다. 게다가 앞에서 설명한 캘리퍼브레이크의 모든 약점들이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하는 것으로 쉽게 해결된다.



디스크브레이크 장착을 망설이는 이유





순수하게 자전거의 성능만을 놓고 비교해보면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레이스에서 디스크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선수들의 안전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로드레이스에서는 여러 선수들이 집단을 이루어 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수들이 캘리퍼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가운데 한 선수만 디스크브레이크를 사용하게 된다면?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자전거가 너무 빨리 멈추면서 다른 선수들의 주행에 혼란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로드레이스에서 한 선수가 넘어지면서 여러 선수들이 연달아 넘어지는 집단 낙차 사고는 흔하게 발생한다. 그런데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자전거의 바퀴에는 ‘로터’라는 얇은 판이 달려있는데, 만약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로터의 뾰족한 부분이 회전하며 다른 선수의 신체를 스치거나 긁는다면 상처를 남기게 될 우려도 있다.

선수들이 직면한 위험 외의 기술적인 지적도 있다. 타이어 펑크와 같이 급하게 휠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 디스크브레이크가 장착된 자전거의 휠을 바꾸는 것이 보다 번거롭다는 점이다. 또 최근의 자전거들이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데, 외부에 노출된 디스크브레이크가 공기저항을 늘린다는 주장도 있다. 디스크브레이크 유닛과 장착을 위한 마운트가 로드바이크의 날렵한 디자인에 어울리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진화는 멈출 수 없다

디스크브레이크가 과연 레이스용 자전거에 적합한지 여부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실 레이스에 자전거를 투입하고, 선수들의 반응을 들어보는 것이다. 물론 일부 선수들이 UCI와 마찬가지로 안전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디스크브레이크를 장착한 자전거를 테스트했던 일부 선수들은 이를 도입하는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 트렉 도마니의 디스크브레이크 시스템. <br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은 포크와 프레임의 드롭아웃이다. 기존의 휠보다 허브 축의 직경을 더욱 키운 스루액슬(thru-axles) 방식을 도입하였다. 앞바퀴 허브 축 직경은 15mm, 뒷바퀴는 142×12mm 규격을 사용한다.



세계 최대의 자전거 부품 메이커인 시마노가 디스크브레이크를 레이스에 도입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고가의 레이스용 부품을 판매하겠다는 욕심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소비자들의 강한 신뢰를 받고 있는 메이커인 시마노가 디스크브레이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것만으로 사이클링 팬들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미 자전거 메이커들은 2015년 신제품 라인업에 디스크브레이크가 장착된 로드바이크를 포함시키고 있다.




: 트렉 도마니 디스크. 외관상으로는 단순히 브레이크 시스템만 바뀐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면을 살펴보면 기존 로드바이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술들이 사용된 것을 알 수 있다.<br />스루액슬의 도입은 프레임과 포크의 강성을 높이고 휠의 뒤틀림을 최소화 하여 거친 노면에서의 컨트롤 능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는 MTB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이 같은 기술적 이종교배를 통한 새로운 로드바이크가 점차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만약 내년부터 디스크브레이크 도입이 결정된다면, 자전거 메이커의 후원을 받는 톱클래스 선수들의 자전거부터 바뀌게 될 것이다. 파리-루베와 같은 험난한 레이스에서 디스크브레이크 장착 자전거를 사용하고, 힐 클라임이나 타임트라이얼과 같은 코스에서는 기존의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선수들이 어떤 자전거를 타게 되건, 적어도 이번만큼은 파리-루베를 달렸던 파비앙 칸첼라라가 탔던 트렉 도마니보다 더 강력한 제동력을 가진 도마니 디스크 모델을 일반 소비자들이 먼저 타볼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는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과거 변속기가 그러했듯, 디스크브레이크의 도입은 로드바이크의 진화에 큰 획을 그을 분기점이다. 그 변화를 가장 먼저 맞이하며 지켜보는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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