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가와사키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 슈퍼차지드 엔진이 장착된 슈퍼바이크를 만들어 내놨기 때문이다 . 그동안 티저 영상을 정기적으로 공개해 오며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H2R 슈퍼차저 머신의 실체가 거의 다 드러났다 .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가와사키가 새롭게 추구하는 슈퍼바이크의 원형이 잘 드러난다 . 특히 슈퍼차지드 엔진에 대해 높은 자긍심을 가진 가와사키는 줄곧 항공기나 선박용 초대형 엔진을 제작해 온 기술력을 뽐내왔다 . 다른 모터사이클 제조사와 차별화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



H2R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로고를 곳곳에 부착했다 . 가와사키가 오랜 시간 전부터 사용해 온 독특한 문양의 로고로 , 최근 가와사키 생산 모터사이클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엠블럼이다 . ‘가와사키 리버 마크 ’라는 이름의 이 로고는 앞으로 가와사키 생산 모델에 줄곧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



새로운 H2R은 무척 대담한 실루엣을 가지고 있다 . 거의 미래 공상 만화에 나오는 이동수단처럼 보인다 . 기본적으로 하프 페어링 스포츠 바이크의 모습을 한 H2R은 ‘Shaped for Speed', 즉 속도를 위한 날카로운 예각이 돋보인다 . 얼핏 보면 분위기는 스포츠 투어링 머신 Z1000SX와도 꽤 닮아있다 .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역시 심장인 998cc 병렬 4기통 슈퍼차지드 엔진이다 . 슈퍼차저는 엔진의 출력축으로부터 벨트 등을 통해 동력을 공급받아 압축기를 구동해 공기를 압축 , 엔진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 엔진으로부터의 배기를 이용하는 배기 터빈식의 과급기와 비교하면 , 스로틀 반응이 뛰어나고 저회전 상태에서 과급 효과가 비교적 높은 장점이 있다 .



다양한 장점이 있지만 그동안 모터사이클 엔진으로 생산되지 않은 이유로는 연료 효율과 중량 , 부피에 대한 부담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 항상 압축기를 구동하고 있기 때문에 엔진의 효율이 떨어지며 고회전 출력이 터보차저에 비해 뒤떨어지는 등의 단점도 있다 . 관련 부품 수도 많아지고 기계 가공에 소요되는 비용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 대부분 기술의 발전으로 가와사키가 상당부분 해결하고 보완해 성공적으로 모터사이클에 적용한 셈이다 .



프론트 페어링 전방으로 커다란 에어 인테이크가 눈에 띈다 . 엔진으로 유입되는 과급 시스템이다 . 슈퍼차지드 엔진이 가장 큰 특징인 만큼 시각적으로 드러낸 효과도 크다 . 분명 엔진은 더 크고 무거워졌다 .



섀시는 가와사키가 대형 스포츠 바이크에 즐겨 쓰는 모노코크나 트윈 스파가 아닌 트렐리스 타입이다 . 굵은 파이프가 기하학적으로 엮여 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 컬러는 가와사키 특유의 짙은 그린 컬러가 적용되어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조작부는 여느 스포츠 바이크와도 비슷하다 . 세퍼레이트 핸들을 기본 장비했고 전자제어 올린즈 스티어링 댐퍼도 달려있다 . 이는 신형 슈퍼바이크 ZX-10R에 적용된 것과 같은 제품이다 .



계기부는 ZX-10R이 2004년 처음 등장했을 당시와 비슷한 디자인이다 . 아날로그 회전계가 기본이지만 연출을 통해 현재 rpm이 숫자로 점등되며 나머지는 작은 크기의 디지털 액정에 표시된다 .



브레이크는 브렘보 래디얼 마운트 타입으로 현존 하는 최고 수준의 양산형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 각 브랜드에서 기함급 스포츠 바이크에 즐겨 채용하고 있다 . 또한 KISS 시스템 등 가와사키가 자랑하는 전제 제어 컨트롤 패키지가 대거 채용되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



페어링 파츠는 거의 다 카본으로 구성됐다 번쩍이는 특유의 섬유 조직이 무척 돋보인다 . 하지만 이 부분은 양산형에서 거의 다 폐지되는 부분 중 하나다 . 하나뿐인 콘셉트 모델이기에 오버 스펙으로 채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 슈퍼차지드 엔진이 파워는 높지만 상대적으로 무게와 부피 면에서 손해 보는 점을 경량 카본 파츠로 어느 정도 감싸 안겠다는 연출로 보인다 .



휠 디자인 또한 멋진 단조 싱글 사이드 방식이다 . 배기 시스템은 4개의 매니폴더가 하나로 모이는 집합관 형태로 높은 출력을 보장한다 . 머플러는 지나치게 화려한 다른 파츠에 비하면 담백한 모습이다 .



프론트 마스크를 보면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건담 바이크같다 . 가와사키가 생산하는 최신 스포츠 바이크들이 요즘 다 이렇다 . ‘각 ’을 중시하고 남성미와 동시에 날카로우며 기계다운 맛을 강조하고 있다 . H2R도 마찬가지 콘셉트를 이어가고 있다 .



이번 H2R은 슈퍼차지드 엔진의 새로운 시도와 더불어 가장 가와사키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매개다 . 최고 아니면 최초를 고집하며 추종을 불허하는 높은 도전의식과 진취성은 타 모터사이클 메이커에 귀감이 될 만 한 부분이다 . 앞으로 가와사키가 또 어떤 일을 저지를지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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