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이나 버스 같은 공공 교통수단과 자전거를 연계하면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도심교통수단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어제오늘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하철과 버스에 부담 없이 싣고 다닐 수 있는 자전거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시중에는 다양한 접이식 자전거가 나와 있지만, 자전거를 접어서 들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귀찮고 번거로운지는 이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비바람이 불거나 이동 거리가 길지 않다면, 자전거를 접어서 끌고 다니느니 그냥 타고 다니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 물론 장거리 이동시에는 피곤한 페달링을 감수하거나, 라이딩 자체를 포기해야만 하겠지만 말이다.
퍼시픽 사이클의 조지 린 회장은 자전거 광으로 잘 알려진 업계 인사다. 사진의 자전거는 IF모드의 접이식 구조를 적용한 미니벨로 IF리치. 보다 쉽게 접을 수 있고 휴대가 간편한 자전거는 없을까? 이것이 퍼시픽 사이클의 접이식자전거 ‘IF모드(IF MODE)’의 모태가 된 아이디어다. 게다가 퍼시픽 사이클의 조지 린 회장은 기왕 접을 거라면 ‘원터치’로 접을 수 있어야 하고, 들고 다니기는 무거우니 접은 상태로 바퀴를 굴리며 끌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SF 콘셉트를 옮겨놓은 듯한 ‘실용자전거’
이 열성적인 회장님은 연구개발과 테스트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한다. 과연 직원들의 고충이 얼마나 컸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 탄생한 ‘IF모드'는 분명 지금까지의 자전거 디자인에 한 획을 그을만한 작품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SF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자전거가 정말로 실용적인지는 일단 논외로 치더라도, 레버 하나만 젖히면 프레임을 원터치로 접을 수 있다. 접은 상태에서는 앞뒤 바퀴가 정확히 겹쳐지기 때문에 수레처럼 밀거나 끌고 다니며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기계치라도 1분이면 접고 펼 수 있는 게 IF모드의 매력.
프레임 하단의 레버를 젖히고 자전거를 들어 올리면 앞뒤 바퀴가 겹쳐지며 프레임이 Z자 형태로 접힌다. 하지만 회장님 눈에 들기에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나보다. 보통 사람들이 평소 자전거 정비를 잘 하지 않는데, 체인 기름칠을 비롯한 자전거 정비를 하지 않아도 3000km 이상의 거리를 문제없이 달릴 수 있어야 하고, 접은 상태에서 체인의 기름이 옷에 묻어서는 안 된다는 황당한 조건이 추가되었다. 결국 IF모드는 퍼시픽사이클 디자인 연구소에서 프로토타입이 나온 이래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서야 양산모델이 나오게 된다.
직선의 두꺼운 튜브를 기초로 디자인된 프레임은 무척 단정한 느낌이다. 앞·뒤 바퀴는 모두 ‘외다리’ 구조인데, 이는 프레임을 접었을 때 바퀴를 겹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바퀴의 허브 중앙에는 자석이 있어 겹쳐진 두 바퀴가 고정될 수 있도록 했다. 자전거의 핸들을 고정하는 스템부분은 손잡이 모양으로 디자인했고, 실제로 IF모드를 접었을 때 이 부분을 잡고 이동시킬 수 있다. 이 부분은 삼각형 자전거 ‘스트라이다(Strida)’로 유명한 영국의 유명 자전거 디자이너 마크 샌더스의 작품이다.
공학도라면 놓칠 수 없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설계
디자인만 보고 놀라기엔 이르다. 아마 기계 광이라면 IF모드의 구조를 보고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프레임은 전체를 7075 두랄루민 덩어리를 깎아 만들었는데, 뒷바퀴를 고정하는 체인스테이 속을 깎아내고, 안쪽에 체인과 기어를 모두 내장했다. 외부에서 체인이나 톱니바퀴가 전혀 보이지 않도록 밀폐되었고, 덕분에 비를 맞거나 먼지를 뒤집어쓰더라도 녹슬거나 고장이 날 염려가 별로 없다. 실제로 조지 린 회장이 IF모드 프로토타입을 타고 대만 곳곳을 누비며 아무 정비 없이 3000km이상의 거리를 달렸다고 한다.
크랭크축에는 2단 변속기가 내장되었는데, 크랭크 가운데 양쪽에 동그란 버튼이 튀어나와있다. 이 버튼을 발뒤꿈치로 툭 치면 간단히 변속이 이루어진다. 저속 기어에서는 페달을 조금 빨리 굴려 (분당 90회 정도로 크랭크를 돌릴 때) 시속 20km/h 정도를 쉽게 낼 수 있고, 고속 기어로 변속하면 시속 30km/h 정도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무게는 14.8kg으로 다소 무거운 편이지만 생활용으로 쓰기에는 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IF모드는 지난 2009년 퍼시픽사이클의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000대 한정판으로 출시될 계획이었으나,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초기에 나온 아이보리색 모델은 국내에도 소량 수입되었으나, 나중에 출시된 블랙 컬러의 모델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다. 가격은 2750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300만 원 정도다.
비싼 가격임인 것은 틀림없지만, 혹시 컬렉션으로 구입하고자 한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 IF모드는 IF(International Forum Design) 골드 어워드를 수상한 작품으로, 실제로 전 세계의 여러 자전거 박물관과 디자인 박물관에 IF모드가 전시되어 있을 정도니까. 아마 단종 된 다음에는 값이 더 오를지도 모르겠다.
글
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라이드매거진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쉐린코리아, 모터사이클 고객 대상 ‘2024 미쉐린 트랙 데이 및 라이딩 스쿨 시즌 1’ 성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