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라이즈드 스텀점퍼의 등장을 알리는 포스터

“이것은 단순히 새로운 자전거가 아닌, 전혀 새로운 스포츠다.”

미국의 자전거 회사 스페셜라이즈드가 1981년 자사의 MTB 모델 ‘스텀점퍼(Stumpjumper)’의 포스터에 쓴 문구다. 그리고 스페셜라이즈드 스텀점퍼의 탄생은 실제로 자전거의 역사에 기록될만한 중요한 사건이기도 했다.

1981년 출시된 스페셜라이즈드 스텀점퍼는 최초의 양산형 MTB다.

MTB는 현재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지만, 그 시작은 1970년대 후반 미국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유행한 젊은이들의 놀이였다. ( INSIDE 산악자전거 PART3 참조) 낡은 비치크루저 자전거를 개조해서 만든 ‘클렁커’라는 자전거를 타고 산불을 끄기 위한 소방도로 ‘파이어 로드’를 질주해 내려오는 놀이는 당시로서는 최신의 ‘익스트림 스포츠’였음에 틀림없다.

MTB의 등장은 자전거를 이용한 레저스포cm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하지만 많은 자전거 회사들이 산악자전거를 젊은이들의 일시적인 유행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상품화 하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에는 MTB 전용 부품이 없었기 때문에, 한 대의 MTB를 제작하기 위해서 여러 종류의 자전거 부품을 섞어서 사용해야만 했다. 예를 들자면 브레이크는 제동력이 우수한 투어링 바이크의 것을 가져오고, 조향 관련 부품은 BMX, 휠과 타이어는 비치크루저의 것을 가져오는 식이었으니, 상당히 만들기 까다로운 자전거였다.

스페셜라이즈드 창립자 마이크 신야드와 오리지널 스텀점퍼

사실 당시 MTB는 미국 일부 지역에서 뜨겁게 유행했지만, 전체 시장의 규모는 무척 작았다. 큰 자전거 메이커 입장에서는 MTB의 개발에 섣불리 투자를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스페셜라이즈드는 MTB의 본고장인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자전거 회사였고, MTB의 가능성을 보고 양산모델의 개발에 적극 나선다. 이렇게 1981년 스페셜라이즈드가 세상에 내놓은 스텀점퍼는 세계 최초의 양산형 MTB 모델이 되었다. 또한 스텀점퍼와 같은 양산 모델의 등장으로 누구나 MTB를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됨으로서 산악 트레킹을 비롯한 새로운 레저 활동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1984 카탈로그, 스페셜라이즈드 MTB 전용 파츠

스페셜라이즈드 스텀점퍼는 ‘스텀피’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초기 스페셜라이즈드 스텀점퍼에도 투어링바이크와 BMX 등의 부품이 장착되었지만 점차 MTB 전용 부품으로 교체되었다. 스페셜라이즈드는 MTB 전용 타이어와 같은 부품을 직접 개발했으며, 지금도 이 같은 전통을 유지하며 서스펜션과 휠, 타이어 등의 레이스용 파츠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팀 스텀점퍼 (1988)

스페셜라이즈드는 1980년대 후반부터 ‘팀 스텀점퍼’를 통해 미국을 중심으로 열린 많은 MTB 레이스에서 활약해왔고, 스텀점퍼는 본격적인 풀서스펜션 MTB의 시대가 오기 전인 1990년대 중반까지 스페셜라이즈드의 간판 MTB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미국 최고의 MTB 스타 중 한 명인 ‘캡틴’ 네드 오버랜드가 스텀점퍼를 타고 UCI MTB 크로스컨트리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많은 레이스에서 활약하였고, 스페셜라이즈드 MTB 팀을 이끌며 챔피언 메이커의 이미지를 굳게 세웠다.

스텀점퍼 클래식 25주년 기념 모델

스페셜라이즈드는 지난 2006년 스텀점퍼 25주년 기념 모델을 출시하기도 했으며, 2014년 현재도 스텀점퍼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스텀점퍼는 하드테일인 ‘HT’와 풀서스펜션인 ‘FSR’의 2가지 모델이 나오며 이 둘은 사실상 서로 다른 자전거 모델이다. 그럼에도 스페셜라이즈드가 MTB 주력모델에 스텀점퍼라는 이름을 여전히 고집하는 것은, 스텀점퍼라는 이름이 갖는 상징성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한 예다.

스페셜라이즈드 S-웍스 스텀점퍼 HT 프레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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