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나고 마스터 (1980년대 후반 추정), 캄파뇰로 C-레코드 그룹으로 조립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명한 작품으로 ‘비트루비우스적 인간(인체비례도)’이라는 그림이 있다. 사각형과 원의 중앙에서 사람이 팔과 다리를 벌린 모습을 묘사한 단순한 그림이지만, 조화로운 비례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도 아마 어떤 이에게는 자전거가 단순히 페달을 굴리면 달려가는 탈 것 이상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0년간 자전거는 진화를 거듭해왔고, 특히 경주용 자전거는 달리는데 불필요한 요소를 철저히 없애며, 인간의 힘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탈 것이 되기를 지향했다. 그 결과 자전거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인 모습을 갖게 됐다. 이러한 ‘이상적인 자전거의 모습’은 미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마치 다빈치의 그림처럼 조화로운 비례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클래식 자전거 마니아들은 오래된 자전거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있으니, 바로 자전거의 아름다움이다. 사실 유럽의 자전거 장인들은 자전거를 만들면서 ‘어떻게 더 아름다운 자전거를 만들까’ 따위로 고민하지 않았다. 대신 조금이라도 더 튼튼하면서 가벼운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 결과 가장 단순한 직선으로 뼈대를 만들고, 이 뼈대는 어떠한 방향에서 힘을 가해도 잘 버텨내는 구조인 삼각형 구조가 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부분의 레이싱 바이크는 멀리서 보아도 그 모습이 비슷하다. 하지만 닮은 모습에 담긴 내면은 들여다볼수록 천차만별이다. 아마 자전거에 갓 입문한 이라면 1960년대와 80년대의 자전거가 그 모습이 비슷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만들어진 자전거일수록 무게가 더욱 가볍고, 만든 이가 자전거에 부린 기교 또한 훨씬 섬세하다. 특히 1990년대 초반까지 경주용 자전거는 강철 소재를 이용해 만들었는데, 1980년대 중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자전거들을 보면 자전거 장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기술이 어디까지인지 그 정점을 짐작하게 해준다.
이탈리아의 자전거 메이커 콜나고는 1952년 조그만 공방으로 시작했다. 당시 많은 자전거 기술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건 공방에서 자전거를 만들었는데, 그 중 뛰어난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공방은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했고, 콜나고도 그 중 하나였다. 콜나고가 만든 경주용 자전거는 레이스에서 그 이름을 알렸고, 1971년과 72년에는 모든 우승컵을 독식한 ‘식인종’ 에디 메르크스가 타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 우승한 자전거를 콜나고가 만들기도 했다.
콜나고는 1980년대 중반 ‘마스터’라는 모델을 선보인다. 당시 선수들은 스프린트에서 힘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온 몸의 체중을 실어 내리눌러도 잘 비틀리지 않는 ‘딱딱한’ 경주용 자전거를 원했지만,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면서도 가벼운 자전거를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콜나고는 튜브의 길이방향으로 주름진 튜브로 자전거를 만들면 비틀림과 휘어짐에 더 강한 저항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내부가 주름진 골판지가 결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쉽게 휘어지거나 접히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콜나고 마스터의 탑튜브와 다운튜브, 시트튜브는 튜브의 단면이 원형이 아닌, 네잎 클로버(♣)와 닮은 형태를 이룬다. 게다가 클로버는 콜나고를 상징하는 엠블럼이기도 하다. 이 클로버 모양 단면을 가진 튜브는 자전거용 튜브의 명가 콜럼버스사가 콜나고를 위해 특별히 생산한 것이다. 각 튜브를 이어주는 부품은 마치 삼각 뿔 모양으로 가공하고, 크롬으로 도금했다.
콜나고 마스터 (2013), 캄파뇰로 레코드 그룹으로 조립. 콜나고 마스터는 8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생산되는 모델이다. 생산된 시기에 따라 조금씩 특징이 다른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마스터 올림픽’ 시리즈가 있으며,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는 ‘마스터 X-라이트’가 있다. 무게만을 비교한다면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더 가볍다. 그러나 마스터의 올드 모델은 브레이크 케이블을 프레임 내부를 통과시켜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감추고, 보다 섬세한 수작업 래커 페인팅 도색과 같은 특유의 매력 포인트 때문에 여전히 클래식 자전거 마니아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글 장낙규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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