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네즈는 오래전부터 이미 MotoGP 등 극한의 속도 경쟁이 벌어지는 무대에서 레이싱 슈트에 에어백을 탑재한 D-Air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해왔다. 이 시스템은 마치 자동차 에어백이 사고를 감지하면 팽창하여 운전자를 보호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안전을 도모한다.
레이싱 슈트 뿐 아니라 다이네즈는 일상용 투어링 재킷에도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일상 라이딩에서의 안전이야말로 다이네즈가 추구하는 목표와도 같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그러한 시스템을 일반적인 양산용 모터사이클과 연계해 작동시킬 수 있는 구성을 개발했다는 사실이다.
다이네즈는 협력관계를 통해 두카티 멀티스트라다를 샘플로 꼽았다. 멀티스트라다는 L트윈 수랭 2기통 엔진을 가진 고출력 투어링 모터사이클이다. 엔진은 슈퍼바이크 1198과 같은 것으로, 일상영역에서 사용하기 쉽게 조금 다듬은 정도라 투어링 모터사이클로는 과분할 정도의 하이파워를 갖춘 모델로 유명하다.
그런 두카티 멀티스트라다에게 더 이상의 고성능보다 필요한 것은 안전 장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두카티 세이프티 팩과 같은 ABS(잠김 방지 브레이크), DCT(두카티 트랙션 컨트롤)가 적용되기도 했지만 이번 다이네즈와의 협업으로 안전 마진이 대폭 향상된 셈이다.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는 시스템보다 능동적으로 사고시 운전자와 동승자의 부상을 최소화 하는 에어백 시스템인 다이네즈 D-Air는 멀티스트라다와 무선 연동되어 사고 여부를 실시간으로 탐색한다. 사고 여부는 운전자 혹은 동승자가 입고 있는 D-Air 재킷과 멀티스트라다 차체가 분리되는 순간으로 판단한다.
이 재킷을 입은 운전자는 탑승시 센서를 작동시켜 멀티스트라다 계기반에 추가된 D-Air 연동시스템이 작동하는 것만 확인하면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다. 동승자도 마찬가지로 탑승 전 센서를 작동시키면 멀티스트라다 계기반에 운전자와 동승자용 램프가 점등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계기반 가운데에 있는 D-Air 램프는 모터사이클과 재킷(정확히는 재킷을 입은 누군가)이 분리된다고 판단되는 찰나 단 0.045초 내로 에어백이 순간 팽창한다. 만일 운전자가 모터사이클을 이탈해 도로와 부딪히기 직전 에어백이 이미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에어백은 차량용 에어백처럼 초대형 사이즈는 아니다. 영상에서 보다시피 재킷을 감싸는 직물(텍스타일) 내부의 공기가 가득 찬 충격 흡수용 백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고 시 최소한의 상해를 입도록 적당한 크기로 팽창하는 에어백은 외상이나 뼈의 골절을 특히 효과적으로 막아줄 것으로 보인다.
무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재킷 내의 D-Air 센서와 멀티스트라다가 오작동할 가능성도 제로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이 실수하듯 모든 기계에는 오류가 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사고가 나지 않았는데 에어백이 갑자기 작동하는 ‘변’이 생기더라도 큰 걱정은 없다. 에어백이 팽창하는 범위가 운전에 방해될 정도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싱 선수에게 적용했던 슈트용 에어백은 목 주위를 포함해 가슴 전체를 보호하는 대형 사이즈의 공기 완충 백이 펼쳐지는 형태였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일반 도로용 D-Air 재킷에 적용하게 되면 유사시 운전이 불가하거나 시야를 가리는 등 다양한 위험 변수가 존재할 수 있다.
서킷은 일단 전도 사고가 나면 충분히 넓고 안전한 세이프티 존이 준비되어 있으며 많은 트랙 안전요원들이 배치되어 즉각적으로 2차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수 초안에 투입되지만 일반 도로는 그런 상황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스트리트 용’ D-Air 시스템의 재구성은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이 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 ADAC(독일 자동차 클럽) 뿐 아니라 프랑스 SRA(SECURITE TÜV SÜD 검증에서 인증 받은)에서 안전도 5성 등급을 받아 공공연히 검증된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다이네즈는 이 D-Air 시스템에 대해 그동안 사용되어 왔던 재킷에 에어백이 유선 원리로 작동하는 방식을 벗어난 기술에 대해 중점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다이네즈는 이 시스템을 비단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뿐 아니라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의 양산 모델에 적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사고 위험이나 2차 충돌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는 일반 도로용 모터사이클의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도로는 언제 어디서든 사고가 날 수 있으며 트랙과 같이 안전지대 따위도 전혀 없으며 사고가 났다고 해서 누군가 빛의 속도로 뛰어와 도와주지도 않는다. 만일 사고가 발생한다면 스스로 알아서 신속하게 대처하고 부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지 미리 고민해야만 한다.
멀티스트라다 1200 S 투어링 버전에 적용되는 D-Air 시스템이 적용된 모델은 엠블럼 아래 해당 로고가 추가되어 있다. 이 시스템이 빠르게 보급된다면 모터사이클을 타는 데에 있어 감수해야만 하는 부상의 위험이나 안전에 대한 스트레스를 조금 떨쳐 버릴 수 있지 않을까?
충전할 때만 유선 연결하는 D-Air 재킷 취미 도구로써 고성능을 추구하는 뜨거운 이탈리안 브랜드 두카티가 그 이면에 존재하는 안전에 대한 현실적 장치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는 점은 모터사이클리스트로 하여금 좀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다이네즈와의 협력으로 발단된 이 에어백 시스템이 대폭적으로 보편화되어 가까운 시일 내에는 지구상 모든 모터사이클에 적용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할 수 있겠다. 비록 과정에서 많은 현실적 문제들이 산재하겠지만 ‘고성능-안전’ 반대편에 있는 두 브랜드의 협업은 무척 중요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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