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모터사이클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모터사이클 제조 브랜드다. 1901년 태어난 이 브랜드는 크루저 형태의 모터사이클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1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졌다. ‘America's First Motorcycle’이라는 자부심을 충분히 가져도 될 만큼 현재 인디언 모터사이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들은 곳곳에 오랜 전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현대의 모터사이클에 과거의 느낌을 그대로 옮겨오는 일이 가장 중요시 된다. 옛 모터사이클의 향수를 품은 ‘헤리티지 클래식’을 실현하고자 풍성한 펜더나 물방울 모양의 대형 헤드램프 등 한 눈에 타 크루저와도 비교될만한 요소를 가득 담았다. 이번 2014년형 모델 또한 인디언 모터사이클만 할 수 있는 일을 잘해내고 있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폴라리스에 인수된 후 새롭게 개발된 공랭식 111 큐빅 인치 (1,819cc) 썬더 스트로크 엔진을 탑재하고 외관을 다듬어 역사를 계승해왔다. 2014년을 맞아 새로운 치프 시리즈를 선보인 그들은 여전한 V트윈 엔진의 살아 숨쉬는 듯한 고동을 간직한 3개의 뉴 모델을 대중에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선두에 선 모델은 역시 치프틴이다. 치프틴은 ‘족장’이라는 어원을 가진 모델명으로, 오랜 시간 쾌적하게 크루징을 즐길 수 있는 대형 윈드스크린을 장비한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기함이다.
프론트 페어링은 큰 사이즈로 운전자에게 직접적인 주행풍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치프틴의 강한 인상을 보는 이에게 심어주는 역할도 갖춘다. 오래전 대륙을 횡단하던 기차의 진취적인 형태의 전면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치프틴의 프론트 페어링은 타 크루저와도 구별되는 독특한 느낌이다.
특히 윈드 쉴드는 간단히 버튼 하나로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클래식한 느낌이지만 편의를 위한 부분은 아낌없이 전자 장비를 활용해 운전자를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LED 타입 대형 방향지시등은 디자인에 잘 어울리는 날렵한 날개 형상으로 멀리서 보아도 시인성이 뛰어나며 독특하고 고급감이 가득하다.
운전자를 배려하는 인디언 모터사이클 특유의 친절함은 시동을 걸기 위한 순간부터 알아챌 수 있다. 스마트키를 사용해 키를 꺼내지 않고도 몸에 소지하고 있다면 바로 시동을 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만약 키를 어디에 뒀는지 깜빡하더라도 걱정 없다. 미리 입력해 둔 보안코드를 사용해 임시로 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시동을 켜면 우렁찬 엔진음과 함께 심장이 쿵쾅거리는 고동을 느낄 수 있다. 2014년형 새롭게 채용된 썬더 스트로크 111 엔진은 111 큐빅 인치로 1,811cc 배기량을 가진 초대형 V트윈 엔진이다. 숫자만 봐도 고동감이 느껴질 정도로 큰 직경을 가진 피스톤의 움직임이 떠오른다.
최대 토크역시 16.4kgm으로 가공할만한 수준이다. 넉넉한 배기량을 힘으로 높은 기어를 유지하며 여유있게 고동감을 즐길 수 있다. 이 계통 모터사이클은 속도를 빨리 내는 것이 아니라 엔진의 살아있는 박동을 음미하며 느긋하게 달리는 것이 진짜 재미다.
제조사는 크롬처리가 가능한 모든 금속 면에 크롬을 적용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말 그대로 페어링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속 파츠에는 번쩍거리는 크롬 도장이 들어가 있다. 클래식한 이미지를 부각시킴과 동시에 품격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절제되어 있어 보기에 좋다. 과다한 멋을 부리는 일 없이 포인트를 잘 살린 처리가 눈에 띈다. 도장 품질도 매우 훌륭하다.
가운데에 위치한 대형 원형 라이트와 양쪽으로 위치한 작은 보조 라이트를 동시에 켜면 야간 주행도 거침없이 감행할 수 있을 만큼 광량이 좋다. 이 부분은 오랜 시간 인디언 모터사이클이 가졌던 전통을 그대로 잇는 부분이다. 고출력의 오디오 시스템도 자랑할 만하다.
프론트 페어링 안쪽으로 장착된 스피커들은 멀티 디스플레이 스크린에 표시되는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선곡한 음악을 고음질로 구현한다. 핸들 그립에 있는 조작 버튼으로 간단하게 컨트롤할 수 있어 편리하다. 더욱 좋은 점은 스마트폰과 연계할 수 있는 블루투스 시스템을 갖췄다는 사실이다. 최첨단 스마트 시대에 복각된 클래식 모터사이클답다.
스커트 펜더로 불리는 풍성한 볼륨감의 전/후 펜더는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기능적으로 우수한 설계다. 비포장도로를 달려도 흙이나 튀는 모래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하기 수월하고 브레이크 캘리퍼를 오물로부터 오염되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이 설계는 1940년 이후 모든 인디언 모터사이클에 적용되어 왔으며 이제는 인디언 모터사이클만의 상징적인 의미로 인정받고 있다.
프론트 펜더에서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장식은 '워 보닛'이라 불리는 인디언 모터사이클만이 가진 전통 장식이다. 인디언 추장의 얼굴 모양을 본뜬 이 장식은 1974년 이래 인디언 모터사이클에 채용되며 상징적 의미를 가져왔다. 밝게 빛나는 이 장식은 인디언 라이더들의 자부심이라고 한다.
인디언 모터사이클 로고는 초창기부터 변치 않는 고유의 전통을 담고 있다. 1910년에 제작되어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는 이 빈티지한 로고는 인디언의 대표 색상인 인디언 레드 컬러를 바탕으로 독특한 향취를 풍긴다. 탁한 느낌의 붉은 컬러와 인디언 추장의 옆 얼굴을 그린 클래식한 이미지는 언제 봐도 멋스럽다.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는 편의 장비도 다양하게 준비된다. 빠르게 탈 부착할 수 있는 등받이 의자는 동승자에게 안락한 크루징을 함께 할 여유를 제공한다. 짐을 수납할 수 있는 하드 새들백 또한 간단하게 탈 부착할 수 있는 설계로 사용자를 배려하고 있다.
새들백 전면부에는 오디오 키트를 사용해 추가 스피커를 사용할 수도 있다. 동승자도 함께 음악을 즐기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옵션이다. 애프터 마켓 배기 사일렌서도 장착할 수 있는데 더욱 큰 고동감을 원한다면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순정 상태로도 이미 충분한 고동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아메리칸 크루저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어떤 브랜드에서 어떤 모터사이클을 만들고 있는 지까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상징적인 이미지가 강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적잖은 대가를 지불하는 우리에게 있어 선택권은 넓고 다양할수록 좋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그 선택지 중에서도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진 크루저들을 만든다. 무엇보다 오랜 역사를 지켜 온 정통성만으로도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몇 천만 원하는 모터사이클을 추천하기는 쉽지 않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을 높이 평가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러한 전통을 지켜온 데에 한 발 더 나아가 최대한 운전자를 배려한 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편의 장비를 더한 신형 인디언 모터사이클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과거의 정통성에만 안주하지 않고 더욱 나은 모터사이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다분히 보이는 인디언 치프틴은 정통 아메리카 크루저의 대표주자로 봐도 손색이 없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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